전기연구원, 신기술·신소재 연구 매진
전기연구원, 신기술·신소재 연구 매진
  • 조강희 기자
  • 승인 2019.05.13 13: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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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간 25주년 특집] 최고 설비·인력 바탕 차세대 기술 난제 해결…상용화 ‘한 발짝’

[한국에너지신문] 한국전기연구원(원장 최규하)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국가과학기술연구회 산하 정부출연연구기관이다. 1976년 국가공인시험기관으로서 첫 출발한 이후 2017년 기관평가에서 우수 등급을 획득하는 등 최고 수준의 전기전문연구기관이자 과학기술계 대표 정부출연연구기관으로 성장했다.

현재 경남 창원에 소재한 본원 외에 안산과 의왕 분원이 있으며, 전체 직원 수는 600여 명에 달한다. 현재 중심 연구분야는 전력망 및 신재생에너지, 초고압직류송전(HVDC), 전기물리 연구 및 산업응용 기술, 나노신소재 및 배터리, 전기기술 기반 융합형 의료기기 등이다.

그동안 ▲765㎸ 초고압 전력설비 국산화 ▲차세대 전력계통운영시스템(EMS) ▲원전 계측제어시스템(I&C) ▲한국형 배전자동화(KODAS) 기술 ▲펨토초 레이저 광원 기술 ▲고출력 EMP 보호용 핵심소자 기술 ▲전기차용 탄화규소(SiC) 전력반도체 기술 ▲고압직류송전(HVDC)용 직류차단기 기술 등 대형 원천기술을 확보했고, 산업계 기술이전을 통해 국가산업 발전에 기여하고 있다.

‘나노탄소 도전재’ 개발 ‘전고체전지’ 상용화 기틀 
밀가루 반죽 방식 ‘탄소나노소재’ 실용화 기술 주목 

한국전기연구원 전경
한국전기연구원 전경

전기연구원은 전력기기에 대한 국가공인시험인증기관이자 세계 3대 국제공인시험인증기관으로서 세계적 경쟁력과 신뢰성을 확보하고 있다.

2011년 ‘세계단락시험협의체(STL)’ 정회원 자격을 획득했으며, 세계 최고 수준 설비와 전문인력을 바탕으로 KERI의 시험성적서가 전 세계 시장에서 통용되게 함으로써 국내 중전기기업체의 해외시장 개척에 기여하고 있다.

2016년 중전기기산업계의 숙원이었던 4000㎹A 대전력설비 증설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함으로써 국내 중전기기업체들의 시험을 더욱 간편하게 했고, 고품질 시험인증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한 ‘통합시험운영시스템’을 구축했다.

2025년까지는 광주, 나주지역 등으로 시험 인프라를 확대해 나갈 예정이며, 이를 통해 세계 최고의 시험인증기관으로 자리매김하기 위한 기반을 구축하고 있다.

2018년 4월 최규하 박사가 제13대 원장으로 취임하면서 국민과 함께하는 출연연구기관으로서의 공적 역할과 미래 핵심가치를 선도하는 세계 최고 전문연구기관으로 도약을 다짐하고 있다.

최근 전기연구원은 전고체전지와 탄소나노소재 등 신기술 및 신소재 분야의 연구에 매진하고 있으며 최근 이 분야에 관계된 주목할 만한 성과를 속속 내놓고 있다.

■ 전고체전지 고체전해질-탄소도전재 간 계면불안정 원인 및 해법 찾아…부반응 원인으로 탄소 표면의 작용기 주목

전고체전지 관련 연구진. 왼쪽부터 박상욱 석사과정생(1저자), 김병곤 박사(교신저자), 이상민 센터장(과제책임자)
전고체전지 관련 연구진. 왼쪽부터 박상욱 석사과정생(1저자), 김병곤 박사(교신저자), 이상민 센터장(과제책임자)

전기연구원 차세대전지연구센터(담당 과제책임자 이상민 센터장, 교신저자 김병곤 박사, 1저자 박상욱 석사과정생)가 전고체전지 내 고체전해질과 탄소와의 계면 불안정성 원인을 밝히고, 이를 극복하는 ‘나노탄소 도전재’를 개발했다. 친환경 전기차의 차세대 에너지 심장으로 불리는 전고체전지 상용화를 위한 새로운 개념의 도전재다.

전고체전지란 불에 잘 붙는 액체전해질 대신 전극과 전해질을 모두 고체로 만들어 전해액 누출에 따른 화재 및 폭발 위험성을 제거한 차세대 전지다.

하지만 전고체전지는 전지를 구성하는 고체화된 입자 때문에, 성능을 높이기 위해서는 입자 간의 계면 안정성이 매우 중요하다. 이러한 이유로 전고체전지 실용화의 가장 큰 난제인 계면 안정성을 위한 연구가 다방면으로 진행되고 있다. 주로 활물질-고체전해질 계면, 고체전해질-음극 계면 등의 연구가 진행되고 있으며 개선방법과 관련한 다수의 결과도 발표됐다.

최근에는 전자 흐름을 돕는 소재인 탄소도전재가 불안정성의 원인 중 하나로 지목받고 있긴 하지만, 아직까지는 정확한 규명 및 해결책이 제시되지 않고 있는 상황이었다. 전기연구원은 비정질의 탄소 표면에 존재하는 다수 작용기가 황화물 고체전해질과의 부반응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을 최초로 규명했다.

탄소 표면에는 수많은 작용기가 있다. 작용기란 탄소의 성질을 결정짓고 실질적으로 화학반응에 관여하는 원자단이다. 연구팀은 전기화학 반응을 통해 작용기가 사라진다는 사실을 발견하고, 이때 발생하는 부반응 물질이 고체뿐만 아니라 기체 형태로도 방출된다는 것을 실시간으로 관찰했다. 즉 작용기와 부반응 간의 연결고리를 밝혀내고, 이를 기반으로 고체전해질과 탄소 간 계면 안정성을 높일 수 있는 방법을 찾아낸 것이다.

작용기가 없으면 탄소도전재의 기능을 획기적으로 높일 수 있다는 분석을 기반으로, 열 공정을 통해 새로운 형태의 도전재인 ‘중공(hollow) 나노탄소’ 개발에도 성공했다. 공정은 매우 단순하다. 기존에 존재하는 비정질 탄소가 2400도의 고온 열처리 공정만 거치면 작용기가 존재하지 않는, 즉 전도성 높은 양질의 결정성 중공 탄소를 얻을 수 있다.

흑연처럼 결정성 높은 나노탄소를 도전재로 사용하게 되면 계면에서의 전기화학적 부반응이 줄어들고, 부반응으로 형성되는 절연성 물질의 형성을 줄일 수 있다. 또한, 기존 비정질 탄소 대비 250%가량 향상된 전기 전도성을 확보할 수 있어 전지의 성능을 대폭 높일 수 있다.

김병곤 박사는 “지금 단계에서는 비록 고온 열처리 장비의 가격문제가 있지만, 대용량화가 이루어지면 전고체전지용 도전재를 손쉽고 값싸게 대량으로 생산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해당 연구결과는 미국 와일리(Wiley) 출판사의 재료분야 세계적 학술지 스몰지(Small, IF=9.598)에 게재됐다. 연구팀은 성과에 대한 원천특허 출원을 완료한 상태다.

일본 후지경제연구소에 따르면 전 세계 전고체전지 시장은 2035년 약 28조원 규모로 커질 것으로 보고 있다. 향후 액체 전해질을 사용하는 리튬이온전지가 적용될 수 없는 고온 환경 등 특수한 산업용부터 이차전지에 대한 수요가 확대되고 있는 전기차 분야까지 전고체전지가 다양하게 활용될 전망이다.

특히 기후변화 대응에 따른 스마트그리드 보급 및 전력 부족 해결을 위한 에너지저장장치(ESS)에도 활용되는 등 전고체전지 시장은 앞으로 폭발적으로 성장할 것으로 보고 있다.

■ 탄소소재 가루, 밀가루 반죽하듯 주물러 전기 통하는 잉크·페이스트로 변신

한중탁 책임연구원
한중탁 책임연구원

나노융합연구센터 한중탁 박사(책임연구원)팀은 휘어지는 배터리, 투명 디스플레이 등 스마트기기의 차세대 전극재료로 각광받고 있는 탄소나노소재의 활용도를 획기적으로 높일 수 있는 기술을 세계 최초로 개발했다. 우리 일상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밀가루 반죽에서 그 해답을 찾아 많은 주목을 받고 있다.

이 기술은 기능화(functionalized) 및 용매의 분산 과정에서 탄소나노소재의 손상을 최소화하면서도 전도성을 유지할 수 있다. 해당 성과는 자체 정부출연금사업 및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글로벌프런티어 나노기반소프트일렉트로닉스 사업단(단장 조길원 교수) 참여를 통해 이뤄졌다.

탄소나노소재는 탄소가 육각형 모양으로 이루어져 있는 나노스케일의 전도성 소재로, 그 종류로는 ‘탄소나노튜브’와 꿈의 신소재라 불리는 ‘그래핀’ 등이 있다. 우수한 전도성 및 기계적 물성을 바탕으로, 기존 실리콘 기반의 딱딱한 반도체 소자를 뛰어넘어 구부러지는 전자소자를 만드는 데 필수 재료로 각광받고 있다.

현재 스마트폰의 터치패널이나 액정 디스플레이 등에 활용되는 유연 투명전극을 비롯해 최근에는 배터리용 소재에서부터 수소생산, 연료전지, 전도성 섬유, 바이오센서 등 다양한 분야에서 탄소나노소재를 활용하기 위한 시도가 진행되고 있다.

이러한 탄소나노소재를 분산제 없이 물이나 유기용매에 분산하여 잉크나 페이스트를 제조하기 위해서는 그 표면에 용매와 친한 ‘기능기’를 도입해야 한다.

기능기는 화학반응에 관여하는 원자의 집단이다. 흔히 탄소나노소재를 기능화하는 대표적인 방법 중 하나로 질산이나 황산 같은 강산과 산화제를 첨가하는 것이 있지만, 이러한 방식은 소재에 심한 손상을 주게 되어 전도성이 낮아진다는 단점이 있었다. 또한 많은 양의 강산을 사용하다 보니 폐수처리 등 환경문제가 발생하기도 하여 탄소나노소재 실용화에 큰 걸림돌이었다.

전기연구원 연구팀이 대안으로 고안한 방법은 빵이나 국수를 만들 때 밀가루에 물과 기타첨가물을 섞어주고 반죽을 하면 숙성이 되는 방식을 모방한 것이다. 과정은 매우 간단하다. 탄소나노소재 분말에 소량의 강산과 첨가제를 넣고 반죽해 상온에 일정 시간 보관만 하면 기능화가 끝난다.

기능화된 탄소나노소재는 물이나 알코올뿐만 아니라 다양한 용매에 분산이 용이하다. 전기가 통하는 잉크나 페이스트로 쉽게 만들 수 있는 것이다.

또한 간단한 화학적·열적·광학적 방법을 통해 표면에 도입한 기능기를 제거하여 구조를 다시 회복시켜줌으로써, 탄소나노소재의 전도도를 원래의 상태로 회복할 수 있다. 무엇보다 소량의 강산을 사용하기 때문에 배출되는 산폐수의 양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어서 환경에 미치는 영향도 최소화된다.

한중탁 박사는 “이번 기술은 새로운 개념의 기능화를 통해 탄소나노소재를 용액 상태로 쉽게 만들고, 전도성을 살리면서 원하는 형태로 만들 수 있다는 큰 장점이 있다”며 “기존 응용기술에 대한 한계를 훌쩍 뛰어넘는 신개념의 원천 기술로, 탄소나노소재를 이용한 배터리전극, 수소연료전지전극, 유연투명전극 뿐만 아니라 전도성 첨가제로 활용하는 기업들의 많은 관심을 받을 것”이라고 전했다.

해당 연구결과는 미국 화학회(ACS)가 발행하는 재료과학 분야 세계적인 학술지인 ‘케미스트리 오브 머터리얼즈(Chemistry of Materials)’에 게재됐다. 연구팀은 현재 성과에 대한 국내외 원천특허 출원을 완료했으며, 상업화를 위한 기술이전 수요업체 탐색 및 협의를 통해 사업화를 추진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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