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열발전연구 실패에서 얻는 교훈이 더 많다
지열발전연구 실패에서 얻는 교훈이 더 많다
  • 한국에너지
  • 승인 2019.04.01 1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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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너지신문] 2017년 포항에서 발생한 규모 5.4의 지진이 이 지역에서 추진 중인 지열발전소가 원인이라는 조사 결과가 지난달 20일 발표됐다. 강력한 수압으로 주입한 물이 미세한 지진을 일으키면서 강력한 지진을 유발했다는 것이다.

촉발이냐 유발이냐 하는 단어의 의미 차이는 없다는 조사진의 설명으로 보면 사실상 지열발전소가 지진의 직접적인 원인이었다고 보는 것이다.

심층 지열발전은 지하 3000m에서 약 5000m까지 시추하고 100~200m 정도의 암반을 균열해 이 틈 사이로 물을 주입해 땅속의 지열로 물을 데워 다른 구멍으로 끌어올린다. 이때 발생하는 고온의 증기로 터빈을 돌려 전력을 생산하는 시스템이다.

상당한 역사와 보편화된 시스템인 지열발전이 지진의 원인으로 주목된 것은 적지 않은 충격이다. 이진환 고려대 교수와 김광희 부산대 교수가 국제학술지 사이언스에 발표한 논문에 따르면 포항 지진의 진앙이 지열발전소와 수백 m 떨어진 곳이었다는 점을 들어 지열발전소가 포항 지진의 원인이라는 주장이었다. 

미국에서는 지열발전보다 셰일가스를 채취하면서 지진과의 연관성이 논란이 되고 있다. 오클라호마주를 비롯, 수백 개의 시추공이 뚫어져 지진이 없던 오클라호마주에 빈번하게 지진이 일어나고 있다는 것이다. 

빈도에 비할 바가 아닌데도 불구하고 포항 지진이 인위적인 원인이라면 비전문가로서 지질 구조상의 문제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지열발전 사업은 2010년부터 추진한 국책연구 사업이다. 별도의 에너지 자원이 필요 없는 이 사업은 우리로서는 한 번 도전해 볼 만한 새로운 산업이었다.

지하 4000~5000m를 시추하는 기술이나 지하 암반에 균열을 발생시키는 기술 등도 새로운 기술 확보 차원에서 관심의 대상이었고 무한한 지구의 에너지를 이용할 수 있는 길을 연다는 것은 더욱 관심의 대상이었다.

산자부는 이번 조사결과로 지열발전 정부 과제를 전면 중단하는 것은 물론 관련 사업도 모두 중단한다고 했다.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나주에서도 지열발전 시범사업이 추진되고 있다. 이 사업도 함께 중단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우리의 정서상 정부가 사업 중단을 발표하고 나면 더 이상 유사한 사업을 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국내에서는 중국 기술보다 우위에 있는 시추기술을 확보하고 있지만 정부의 사업 중단으로 이 기술 역시 사장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화강암반을 시추할 수 있는 우리 기술은 이산화탄소나 고준위폐기물을 저장하는 기술로서도 유력하다. 정부는 지열발전 사업과는 별개로 경쟁력 있는 시추기술의 활용방안에 대해서는 관심을 가져야 한다.

지열발전이 국책연구 과제라는 이유로 정치적인 논쟁으로까지 비화하고 있다. 정부 연구과제는 보편적으로 기업이 과제를 제출하고 정부의 심의를 거처 통과되면 정부의 일정 비율에 따른 지원을 받아 진행하는 것이 보통이다. 

정부 연구과제를 심의·선정하는 일에 정치권의 영향이 전혀 없다고는 할 수 없지만 정치적 논쟁으로 몰고 가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을뿐더러 과거 정권의 탓으로 몰아붙이는 것은 더욱 더 있을 수 없는 일이다.

2017년 포항 지진이 발생했지만 아직도 90세대 200여 명이 텐트 생활을 하고 있다고 한다. 피해주민들의 보상보다 더 시급히 해결해야 할 문제다. 정부나 포항시에서는 보상을 운운하기에 앞서 주민의 불편한 생활을 우선 해결하고 다음 문제를 거론하는 것이 순서일 것이다. 

산자부나 에너지 업계는 포항 지진의 원인이 지열발전소 건설이라는 것에 상당한 충격을 받지 않을 수 없다.

새로운 에너지 기술을 개발하고 추진하는 데 있어 좀 더 심도 있는 심의를 통해 과제를 선정해야 한다는 교훈을 던져 주었다. 기술개발은 성공보다 실패에서 얻는 교훈이 더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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