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커스] 나주 SRF 발전소, 1년 넘게 가동 못하는 이유는
[포커스] 나주 SRF 발전소, 1년 넘게 가동 못하는 이유는
  • 남부섭
  • 승인 2019.03.11 10: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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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민 “타지 SRF 반입 안돼…폐기하고 LNG발전소로 바꾸자” 주장

[한국에너지신문] 지금 나주에서는 준공된 지 일 년이 넘는 SRF 발전소를 주민들의 민원으로 가동하지 못하고 있다. 급기야 폐쇄하라는 요구까지 일고 있다.

나주 SRF 발전소는 2017년 12월 한국지역난방공사가 시운전을 거처 준공했다. 그러나 나주시가 주민들의 민원을 이유로 발전소 가동 승인을 해주지 않아 가동하지 못하고 있다. 

나주 SRF 발전소는 나주를 혁신도시로 건설하면서 계획한 사업으로 혁신도시를 자원재순환형 도시로 만든다는 취지에서 산자부·환경부·전남도가 공동 기획하고 한난에 사업 참여를 요청해 2008년 전남도·나주시와 한난이 계약하여 추진한 사업이다.

이 사업은 사업장을 나주로 하고 나주시를 포함한 인근 6개 지자체의 폐기물을 고형화해 연료로 사용하기로 하고 설비의 예측을 하루 444톤 규모로 계획했다.

한난이 이 계획에 따라 2800억원을 투자하고 10여 년 공들여 건설한 발전소가 준공을 목전에 둔 2017년부터 민원으로 인해 발이 묶여 있는 상태다.

나주시, 주민 민원에 승인 미뤄 공론화위 구성 협의 나섰지만
범대위 무리한 요구에 제자리…계약 쓰레기 재활용 못해 매립

광주 전남 집단에너지사업 발전시설 현장
광주 전남 집단에너지사업 발전시설 현장

민원의 핵심은 처음에는 나주시에서 타 지역의 폐기물을 받을 수 없다는 주장이었다. 그러나 민원이 길어지면서 이제는 아예 SRF 발전소를 폐기하고 가스 발전소를 건설하라는 주장으로 발전하고 있다.

사업 계획 당시에는 나주를 혁신 도시로 조성하면 인구가 늘어날 것으로 보고 설비 규모를 늘려 책정했지만, 막상 쓰레기 배출량이 설비 용량의 30%도 되지 않자 한난과 나주시가 협의해 광주시의 쓰레기를 하루 400톤가량 들여오기로 하면서 민원이 불거지기 시작했다.

민원은 광주시의 쓰레기 반입은 있을 수 없다는 주장을 시작으로 지금은 기존 인근 지자체와 계약한 쓰레기 반입도 안 된다는 주장을 펼치고 있다. 그러면서 민원을 주도하고 있는 범대위 측은 발전소 폐기 비용을 조달해 줄 테니 문을 닫으라는 것이다.

나주시는 이 사건을 시장 당선자의 의지에 따라 공론화위를 구성해 협의를 벌이고 있지만 범대위의 무리한 요구로 협상은 한 발짝도 앞으로 나가지 못하고 있는 상태다.

나주시는 민원이 일기 시작하자 표로 먹고 사는 시장이 공론화 방안을 도입했지만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에 놓여 있는 것으로 보인다.

범대위는 처음에는 나주에 입주한 16개 공공기관 노조가 주축이 되었지만 한전을 비롯한 에너지 공기업 노조는 모두 빠지고 전파진흥원, 사학연금, 농수산물유통공사 등 4~5개 노조가 일반인들을 끌어들여 주도하고 있다. 이들은 매몰 비용을 조달해 줄 테니 SRF 발전소를 폐기하고 가스 발전소를 건설해 열을 공급하라고 하고 있다. 

한난은 SRF 발전소를 가동해도 가스 발전소보다 환경적인 면에서 우수하다는 주장 하에 나주시에 발전소 사용승인을 해주지 않는다는 행정행위 부작위 소송과 더불어 이에 따른 손실을 보상하라는 민사소송까지 제기해 놓고 있는 상태다.

한난은 발전소를 폐기하라는 범대위 요구는 말도 되지 않지만 실상 발전소를 폐기할 경우 단순히 건설 비용 2800억원뿐만 아니라 광주시와 계약한 손해배상 비용 2500억원 등 매몰 비용이 엄청나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이 사건의 첫 번째 쟁점은 쓰레기의 지역간 이동의 문제다. 쓰레기를 고형 처리한 SRF는 지자체 간 이동을 금지하지 않기 때문에 외부 고형 폐기물을 반입하는 것은 법적으로 문제가 되지 않는다. 범대위의 요구가 적법하지 않은 것이다.

게다가 요구 수위를 점점 높여 발전소 폐기라는 마지막 카드까지 내놓자 나주시에서는 시민의 부담으로 돌아온다면서 오히려 범대위를 비난하는 역풍이 일고 있는 상황이다.

나주 이외의 지자체는 폐기물 연료를 5년 동안 무상으로 제공하기로 계약을 했기 때문에 나주 시민들은 다른 어느 지역보다도 저 비용의 난방 혜택을 보게 된다. 그러나 여러 가지 주장을 이어가면서 요구 사항을 내놓지 않고 있다.

반대를 하면 대안을 내놓거나 반대급부를 요구하는 것이 있어야 할 텐데 공식적으로 반대하는 이외는 아무런 입장을 표명하지 않고 있다. 협상 테이블에 앉아서 협상할 의사가 없다는 뜻으로 보인다. SRF 발전소는 나주시의 쓰레기가 전체 용량의 5% 정도밖에 되지 않아 광주를 포함한 쓰레기를 반입하지 않으면 가동 자체를 할 수 없는데도 말이다.

폐기물 처리는 우리 사회가 안고 있는 커다란 문제다. 나주시로서는 손해 보는 사업이 아니다. 굳이 문제라면 “당신이 버린 쓰레기를 왜 내가 처리해야 하나”라는 정서적인 측면이라 하겠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한 모범 사례가 하나 있다. 서울의 강남 일원 쓰레기 소각장이다. 일원 소각장은 하루 900톤 용량으로 강남에서 발생하는 쓰레기는 하루 300톤 정도에 불과하지만 주변 자치구의 쓰레기를 반입하는 것으로 설계했다. 민원이 제기됐지만 주민 협의체는 외부에서 반입하는 쓰레기에 톤당 약 3000원을 받기로 하고 타협을 보았다.

발전소 가동 지연으로 광주시와 인근 6개 지자체는 쓰레기를 매립하는 방법을 취하고 있다. 하루라도 빨리 쓰레기가 자원으로 돌아오도록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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