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부처 유사 협회, 인허가에 신중해야
정부 부처 유사 협회, 인허가에 신중해야
  • 김필수 자동차연구소 소장(대림대 교수)
  • 승인 2019.01.28 1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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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필수 대림대 자동차학과 교수
김필수 자동차연구소 소장

[한국에너지신문] 다양한 업종별 협회는 각 정부 부처의 업무를 보완하는 한편 업종 이해관계를 반영하는 역할을 한다. 하지만 어떤 경우는 사리사욕을 채우기 위해 활동하거나, 아예 관제 협회 노릇을 하는 경우도 있다. 둘 다 안 될 일이다. 정부가 협회의 공공성을 확인하고 활동과 역할을 점검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5년 전 환경부 산하에 발족한 한국전기차협회는 전기차가 태동하는 시기에 많은 노력을 기울여 왔다. 세미나, 연구용역 등으로 정부 정책의 정당성을 변호하거나 부당성을 논파하면서 공공성을 갖춘 전기차 분야 대표협회로 자리 잡았다. 환경부, 산자부, 국토부 등 여러 부서에서 문의하는 관련 사안에 답변하고 있다. 

그런데 전기차와 자율주행차 등의 분야에 관심이 쏠리면서 두서너 중소기업과 개인이 다른 생각을 가지고 산자부 등에 전기차산업협회 등의 유사협회를 또 발족하려는 시도를 하고 있다. 산자부는 전기차산업협회의 발족에 앞서 한국전기차협회의 존재 목적과 설립 배경 등을 따져 후속 유사협회들의 설립 인허가에 신중을 기해야 한다. 

전기차는 발전이 이뤄지겠지만, 이제 막 태동하는 분야다 보니 통일성과 시너지가 필요하다. 부처 간의 이기주의가 작용하면 당연히 문제가 심각해진다. 유사협회가 발족하면 환경부와 산자부의 불협화음도 커질 것이다. 

필자의 판단으로는 단체가 많아지면 장점도 있겠지만, 단점이 더 크다. 중첩 인허가로 관련 산업 활성화가 몇 년간 도태되거나 아예 뒤처져 심각한 후유증을 겪을 수도 있다. 자동차 튜닝 산업도 산자부와 국토부 산하에 각각 관련 협회가 발족되면서 불협화음만 생기고, 활성화되지 않은 채 4년여의 시간을 헛되게 보내다 최근에야 정리되어 가고 있다. 

중국으로 공장시설이 옮겨 가고, 교통문화는 완전히 무정부 상태인 이륜차 분야 협회가 환경부 산하에 하나, 산자부 산하에 네 개나 되는 것도 아이러니다. 역할은 없고 지원금만 존재하는 유명무실 협회들이다. 필자가 10년여 전에 에코 드라이브 운동을 벌일 때도 환경부와 국토부의 주도권 다툼에 시민들에게 홍보도 못 한 채 흐지부지됐던 것도 비슷한 맥락이다.

더구나 난립되는 협회와 단체의 활동 재원 일부는 국고에서 나온다. 이런 행태를 보면 과연 협회까지 경쟁을 벌이게 해야 하나 하는 생각이 든다. 

자동차는 어느 한 가지 부처에서 다룰 수 없는 복합적인 산업이다. 협조가 핵심이라면 총리실(국무조정실) 산하로 등록할 수 있는 협회도 있어야 하겠지만, 현실엔 한계가 있다. 더구나 정부는 부처 간 경쟁보다는 협조와 시너지 효과를 더 강조해야 한다. 정책 수립에 공공성과 긴 안목이 요구되기 때문이다. 

기존 단체가 있지만, 다른 단체가 필요한 경우도 있다. 그럴 때, 기존 단체에 그 일을 주어서는 안 되는지, 복수의 단체를 설립하면 산업 활성화에 도움을 주는지 등을 확인해 인허가를 내주어야 한다. 기존 단체에 대한 연락도 필수다.  

산업 발전을 통해 국민들의 삶에 활력을 줄 수 있는 협회라면 설립해야 한다. 대체할 수 없을 만한 장점이 있다면 중첩도 허락해야 할 것이다. 하지만 국민과 업계, 그리고 정부에 부담이 되는 협회를 난립시키는 것에는 각 부처가 신중에 신중을 기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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