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 한국에너지
  • 승인 2018.12.10 11: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한국에너지신문] 최근 국내 어느 배터리 기업이 독일 기업에 납품하려다 재생에너지로 생산해야 한다는 조건을 충족하지 못해 퇴짜를 맞았다는 이야기가 있다. 전기차에 들어갈 배터리를 우리나라 1, 2위 기업이 에너지가 문제가 되어 비즈니스를 성사시키지 못했다는 것은 충격이다.

재생에너지가 무역장벽으로 이용될 것이라는 이야기는 있었지만 무역에 앞서 기업에 이처럼 영향을 미치는 일들을 예상하지 못한 것은 세계 정세에 우리가 얼마나 어두운가를 보여주는 단적인 예이기도 하다.

화석에너지에서 재생에너지로 전환해온 글로벌 기업이 자신들의 가치를 높이기 위하여 에너지를 비즈니스의 무기로 활용하기 시작한 것이다. 이러한 일이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이보다 훨씬 이전에 구글이 국내 파트너에 재생에너지를 요구했지만 국내 환경이 이를 충족할 수 없다는 판단하에 요구를 철회했다는 이야기도 있었다. 

설마 하던 국내 기업들의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재생에너지 100%를 목표로 하는 글로벌 기업들의 모임 ‘RE 100%’는 약 150여 회원사로 이루어져 있다. 웬만한 글로벌 기업은 모두 가입해 있다. 이들은 자사의 생산 공장뿐만 아니라 세계 도처의 지사나 사무실에서도 재생에너지를 이용하기 위한 노력을 오래전부터 해왔다.

국내에 들어와 있는 글로벌 기업들도 정부가 지원하는 재생에너지 보급제도를 활용하여 많은 설비를 갖추어 왔다. 이제 이 기업들은 자사의 모든 제품 생산에 재생에너지를 사용하기 위해 협력사의 부품 생산까지 재생에너지를 이용해 줄 것을 요구하는 단계에 이른 것이다. 

재생에너지 정책을 강하게 밀어붙이는 현실에서 무슨 이야기인가 할 테지만 현실적으로 국내 기업이 재생에너지를 이용해 공장을 돌릴 수 있는 길은 없다. 생산하는 재생에너지는 모두 전력거래소로 보내야 하고 직접 사용할 수 없는 시스템으로 구성되어 있기 때문이다. 설사 직접 사용한다고 해도 송전받는 전기 비용보다 더 비싸기 때문에 쉬운 일이 아니다. 기업들은 이러한 문제를 타개하기 위해 인센티브를 줄 것을 요구하나 현행 제도로서는 그것도 불가능하다.

앞에서 언급한 글로벌 기업은 독일을 대표하는 자동차 회사로 이러한 기업들의 행보는 머지않아 유럽을 중심으로 국가적 제도로 발전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기업들의 비즈니스 장벽이 국가 무역 규제로 다가올 날이 머지 않다는 의미다. 그리고 RE 100 회원사들은 재생에너지를 생산·이용할 수 없는 곳에서 가능한 곳으로 지사를 옮기기까지 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에너지 문제를 둘러싸고 세계의 흐름은 저만치 가고 있는데 여기에 대한 우리의 대응은 어디서도 찾아볼 수 없다. 선진국은 이미 2000년 초기에 전력산업을 민영화해 자유롭게 전기를 생산 판매할 수 있게 했다. 그러나 우리는 여전히 전력산업을 국가의 통제 하에 두고 관리하고 있다. 다시 말해 전기 시장이 없는 것이다.

기본적으로 한국전력을 민영화 하는 것이 전력산업을 민영화하는 길이겠으나 현실적으로 이 문제를 논하기는 쉽지 않다. 재생에너지 생산을 늘려나가는 것도 중요하지만 기업들이 비즈니스에 불이익을 당하지 않도록 제도를 보완해 나가는 길이 우선 시급한 실정이다. 재생에너지 정책 차원을 높여 나가야 한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