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재천에서] ‘전환’보다 ‘분산’이다
[양재천에서] ‘전환’보다 ‘분산’이다
  • 조강희 기자
  • 승인 2018.10.30 11: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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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너지신문] 아직도 일부 종합지와 경제지 등은 현 정부의 에너지 전환 정책이 마치 ‘원전 제로 정책’인 것처럼 보도하고 있다. 먼 미래에는 그럴지도 모른다. 하지만 적어도 우리 세대의 일은 아니다. 그렇다고 손을 놓자는 건 아니다. 차근차근 따져 보자.

최근 완공돼 돌아가고 있는 원전의 설계 수명이 60년이다. 사고, 재난, 전쟁과 같은 비상 상황이 발생하지 않고, 폐기를 고려해야 할 정도의 중대한 고장이 발생하지 않는 이상 60년간은 돌려야 한다는 얘기다. 이 사실을 몰랐다면 지금 알았으니 다행이다. 알면서도 그런 식으로 보도했다면 다른 의도가 있는 것이다. 아무쪼록 전자(前者)이길 바란다. 어쨌든 이런 의견 보도가 여야 정치권이 신재생에너지냐, 원자력이냐를 두고 싸우는 기초가 된다. 그리고 그 싸움이 또 후속보도로 이어진다. 에너지 정책이 순환의 오류에 빠지는 사례다. 한 두 번이었으면 신선했을 텐데, 계속되니 지겹다.

생각해 보자. 당장 원전이 제로가 됐거나 된다면 그 신문이나 우리 신문이나 이렇게 자판을 두드리고 있는 기자도, 인쇄를 하고 있는 공장도, 인터넷에서 정보를 제공해 주는 홈페이지도 없다. 그런 일은 먼 미래에도 역시 존재하지 않을 것이다. 있지도 않을 일에 대해 논전을 벌이는 것만큼 피곤한 일이 없다.

애석하게도 우리나라에서는 석유도, 가스도, 석탄도, 우라늄도 우리가 쓸 만큼 전기를 생산하기에 필요하고 충분한 만큼 나오지 않는다. 그것이 우리의 한계다. 그래서 분산이 중요하다. 위에 열거한 네 가지 자원 중에서 발전 연료로 사용하는 데에 순수하게 국산 100%로 사용할 수 있는 것은 단 한 가지도 없다. 연료만의 문제가 아니다. 기술은 라이선스 수십 수백개가 모여서 발전소라는 하나로 완성된다. 국내보유기술도 많지만 해외기술이 아직은 많다. 결국 에너지 안보(安保)에는 모든 것이 취약하다.

과거에는 문제가 되지 않았던, 하지만 현재와 미래에 계속해서 문제가 될 한계가 있다. 바로 에너지 보건(保健)이다. 우리나라의 이 땅 어디에서도 발전소는 환영받지 못한다. 송전탑과 변전소는 또 어떤가. 고맙고도 쓰고 싶은 것은 콘센트와 플러그뿐이다. 그 이외에는 혐오스럽다. 건강에 적지 않은 피해를 주고 있다는 것이 주민들의 경험이고, 일반적인 국민들의 인식이다. 솔직히 전력 및 발전회사 임직원들이라고 해서 자기 집 앞에 발전소나 송전탑을 유치하기 위해 노력하지는 않을 것이다.

그 때문에 실제로 발전소 주변 지역의 주민들에게는 다양한 지원이 이뤄지고 있으며, 장차 송변전 시설 주변 지역 주민들에게 역시도 지원이 이뤄질 가능성이 크다. 왜냐하면 공급지와 수요지를 이어주는 과정에 단지 고압선이 지나가고 있다는 것만으로 생활과 보건상의 어려움을 경험하고 있다고 호소하기 때문이다. 이들의 호소는 객관적으로 볼 때 어느 정도 타당성이 있다. 결국 에너지, 특히 전력의 생산에는 차차 연관 비용이 더욱 더 많이, 더욱 더 다양하게 들어갈 수밖에 없다.

한편 절약할 때는 하더라도 필요한 전력을 쓰기는 해야 한다. 그래서 분산전원이 중요하다는 의견이 나오는 것이다. 실제로 이러한 의견은 학계에서 제일 먼저 제기됐고, 각계 각층으로 확산됐다.

결국 새롭고 합리적인 에너지 소비와 생산의 고리를 만드는 것은 ‘전환’보다는 ‘분산’이다. 원자력이든, 석탄이든, 석유든, 가스든, 신재생에너지든 솔직히 상관은 없다. 안전성의 한계를 기술로 극복해 가면서 생산지와 소비지를 가장 짧고 빠르고 쉽게 이어줄 수 있는 발전원을 선택해 사용해야 한다.

안전과 효율이 보장된다면 선택과 집중에 들어가는 고민은 의미 없다. 그런 전제 하에 석탄화력과 원자력 발전소도 대한민국의 심장부, 에너지소비의 중심인 서울과 수도권 도심, 세종에도 군데군데 있어야 한다. 하지만 현재의 기술로서는 가장 효율적이라는 두 가지 발전 연료의 안전성을 확증하기 어렵다. 그래서 국내에서 가장 주간 활동인구가 많고 전기를 많이 쓰는 서울에 놓기 어렵다. 그래서 에너지 전환 정책의 내용이 현재는 그나마 안전하다는 태양광과 풍력 등 재생에너지다. 하지만 이것 역시 대형화한다면 의미 없다. 이유는 앞서 지적한 송변전 시설 때문이다.

에너지만큼은 미래에 반드시 환경과 안전 기술을 확실하게 챙겨야 한다. 에너지 안보와 더불어 에너지 보건이 충족돼야 한다. 그래서 인구가 희박한 지방만이 아니라, 서울과 수도권에도 가스화력과 신재생에너지 외에도 원자력발전소가 들어설 수 있는 날이 와야 한다. 석탄화력도 퇴출만 고려할 일이 아니다. 배출가스를 완벽하게 걸러낼 수 있는 기술을 개발해 서울을 비롯한 대도시에도 다시 들여놔야 한다.

조강희 기자
조강희 기자

그래야 발전원을 가리지 않고 필요한 만큼 생산하고 필요한 만큼 소비할 수 있다. 그렇게 만들어진 기술을 적용한 원자력발전소와 석탄화력발전소를 서울 어디에 세우면 좋을까. 종로, 여의도, 강남에 세우는 날이 우리 발전 기술이 세계 수준으로 올라선 것을 입증하는 날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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