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 정책, ‘전환’과 더불어 ‘수요관리’도 신경 써야
에너지 정책, ‘전환’과 더불어 ‘수요관리’도 신경 써야
  • 조강희 기자
  • 승인 2018.09.17 10: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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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너지신문] 에너지는 환경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엄밀히 말하면 공해가 전혀 없는, 환경에 전혀 해를 가하지 않는 에너지는 지구상에 없다. 어느 정도는 환경을 좀먹어야 에너지를 사용할 수 있게 된다.

그래서 신재생에너지 또는 재생가능에너지로 분류하면서도 지원 여부를 두고 의논과 갈등, 고민이 깊어진다. 재생가능에너지도 한계가 있다. 효율은 높아지고 있다고 하지만, 더 높아져야 한다.

태양이나 바람, 그 이외의 각종 기상 조건을 이용하면 그 자체는 환경친화적이다. 그러나 설비에 사용되는 재료가 안전하고 환경에 영향이 없으며, 저렴해야 한다.

이를 위해 연구가 다양하게 진행되고 있다. 물론 효율을 높이고, 가격을 낮추기 위한 노력도 필요하다. 국민 보급을 활성화할 수 있도록 소형화하는 것도 물론이다. 친환경 에너지를 보급한다고 자연경관을 훼손하는 일은 최소화되어야 한다.

재래식 발전원을 완전히 버릴 수도 없다. 나름의 노력을 통해 친환경성과 효율을 높이기 위한 노력을 해 왔기 때문이다. 가령 석탄화력이 그렇다. 아직 완전한 단계에 이르지 못했지만 과거의 석탄발전소에 비하면 현재는 놀라울 정도의 친환경 설비다.

원자력도 마찬가지다. 지금 별도의 폐기물 처리장을 짓는 것보다는 그냥 기존 발전소에 핵연료 폐기물을 쌓아두는 것도 뒤집어 말하면 발전소 자체가 그만큼 안전성을 확보하고 있다는 이야기가 된다.

다양한 에너지원은 그 나름의 장단점이 있다. 하지만 모든 국민이 전기를 풍족하게, 저렴하게, 효율적으로 쓰는 날이 언제가 될지는 아직 알 수 없다. 풍족하면 할수록, 저렴하면 할수록, 효율적이면 그럴수록 ‘더, 더, 더’를 외치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뒤집어서 생각하면 현재의 전기 소비 수준 정도라면 대체로 풍족하게 사용하고 있는 것이다. 기록적인 폭염으로 전기료가 많이 나왔다며 전 국민이 충격을 받을 것까지는 없다는 이야기다.

최하위 전기소비가구는 오히려 이번 폭염에도 전기를 아꼈다는 뉴스도 나왔다. 더욱이 산업용과 일반용은 누진제가 적용되는 가정용에 비하면 충격이 있었는지도 모르게 지나갔다.

올여름에 은행과 관공서, 마을회관 등에서 운영됐던 무더위쉼터는 대체로 산업용 일반용 전기를 쓰는 곳이었다는 점만 봐도 알 수 있다. 산업현장에서야 냉방전력을 많이 사용했을 것이다. 하지만, 항상 일정 온도를 유지해야 하는 현장은 냉난방전력을 평소에도 많이 사용한다.

문제는 에너지 정책이 나아가야 할 방향이다. 플러그만 꽂아서 사용하는 편리함 덕분에 전기의 사용처는 앞으로 더욱 많아질 것이 분명하다. 하지만 그렇다고 원자력발전소와 화력발전소를 빽빽하게 짓는 것은 지양해야 한다.

당장은 ‘교량(橋梁)’ 역할을 주고 있는 천연가스 열병합발전 같은 것도 너무 많이 지으려고 해서는 곤란하다. 전기료가 싼 ‘장점’ 덕분에 일부에서는 전기로 열원을 쓰는 사업장들이 우리나라로 몰려오고 있다는 지적까지 나오고 있다. 과연 그렇게 벌어들인 외화가 우리 환경을 갉아먹은 비용과 맞먹을 수 있을까.

계속해서 하는 이야기이지만, 미활용에너지와 신재생에너지를 확실하게 활용하되, 재래식 발전원과 에너지를 어떻게 효율화하고 최소화할지 정책을 마련해야 한다.

재래식을 굳이 지어야 한다면 부생열과 온배수 같은 것들을 어떻게 활용할지를 정해 놓고 시작해야 한다. 태양광 설비나 풍력 설비에서 더 활용할 수 있는 에너지가 없는지도 연구해야 할 필요가 있다.

수요관리 정책은 이번 기회에 더 확실하게 챙겨야 한다. ‘기록적인 폭염’에 ‘전기료 폭탄’이라고 떠드는 바람에 수요관리 육성은 발전소 증설 주장에 묻힌 면이 있다. 하지만 무턱대고 짓다 보면 전기가 풍족할 때는 세금을 투입해야 한다. 그게 다 국민 부담이다.

에너지저장장치가 개발되고는 있지만, 전기를 저장하는 데에는 아직 한계가 분명하다. 아껴 쓰면서 쓸 만큼만 생산하는 것이 여러모로 바람직하다. 가스는 물론 기름 한 방울도, 우라늄과 유연탄 한 덩어리도 우리나라에서는 풍족하게 나오지 않는다.

효율화가 생산부문에서 연구해야 하는 것이라면, 수요관리는 소비부문에서 정책적으로 육성해야 할 필요가 바로 여기에 있다. 아예 안 쓸 수는 없지만, 풍족하게 쓰고 싶다고 과소비할 수 없는 것이 에너지다. 새로 짜여지는 에너지기본계획을 세울 때 이 점을 염두에 두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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