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력 예비율 높아지면 전기요금도 올라간다
전력 예비율 높아지면 전기요금도 올라간다
  • 한국에너지
  • 승인 2018.07.27 19: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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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너지신문] 연일 이어진 폭염으로 지난 24일 최대 전력수요가 오후 5시 기준 9248만㎾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예비력은 709만㎾, 예비율은 7.7%로 집계됐다. 예비율이 한 자릿수로 떨어진 것만 보고도 몇몇 신문들은 설레발이 심했다.

블랙아웃의 징조니, 탈원전·탈석탄의 한계니, 에너지전환 정책의 실패니 해가면서 예비율을 빨리 두 자리로 회복하기 위해 지금 당장이라도 발전소를 더 지어야 한다고 아우성이었다.

지난해나 올해 초 같으면 이렇게 이성을 잃은(?) 주장들이 더 많이 나왔을 법도 한데, 그래도 그나마 대다수의 언론은 나름 냉정을 찾았다.

7%대까지 떨어졌던 예비율도 금세 두 자릿수로 도로 올라와 안정을 찾았다. ‘급전지시’도 ‘감축요청’도 내리지 않고 일궈낸 결과다.

안정을 찾은 김에 하나하나 짚어보자. 먼저 ‘예비율’이란, 건설했으나 가동하지 않은 발전소를 말한다. 또는 가동해서 전기를 생산했으나 전기를 팔지 못한 발전소일 수도 있다. 두 경우의 공통점은 어찌 됐든 발전소가 적자를 봤다는 사실이다. 공장을 지었어도 제품이 안 나오거나, 제품이 나왔어도 팔리지 않은 것과 같다.

예비율이 7%대라는 것은 같은 규모의 발전소가 100개라면 그중에 7개는 앉아서 적자를 보고 있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발전소를 더 지어 예비율을 두 자릿수로 올리자는 것은 100개 가운데 10개 이상의 발전소에서 적자를 보도록 하자는 말이다.

사실은 폭염이 시작되기 직전만 해도 전력 예비율은 30%를 오르내릴 정도였으니 30개 내외의 발전소가 적자를 보고 있었다는 얘기다. 이들에게는 이번 여름에 빨리 찾아온 폭염만큼 반갑고 고마운 것도 없었을 것이다.

일반 시장에서 적자를 보는 기업이 내릴 수 있는 선택은 두 가지다. 장기적으로 전망이 별로 없을 것 같으면 폐업이 답이다. 전망은 있을 것 같은데, 지금 잠깐 어렵다고 판단하면 가격을 올리고 추이를 지켜보면서 연명해 나간다.

일반 시장과 달리 전력시장에는 약간 인위적인 조정장치가 있는데, 그것이 바로 급전 순위다. 원자력과 석탄화력이 바로 ‘기저발전’이라고 해서 가장 먼저 발전을 시작하게 돼 있다. 그리고 나머지 연료와 신재생에너지가 따라붙는다.

그래서 민간기업과 공기업을 막론하고 원자력과 석탄화력 발전소는 고장이 나거나 이를 예방하기 위해 정비하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멈추는 일이 없다. 따라서 ‘예비율’과 ‘예비력’에는 포함될 일이 없다. 적자를 안 본다.

하지만, 액화천연가스와 액화석유가스, 중유, 신재생에너지 등은 ‘예비율’과 ‘예비력’에 걸핏하면 걸린다. 상습적으로 적자를 본다. 그래서 비용보전을 위한 다양한 장치가 있다.

급전 순위가 있더라도 발전소를 자유로이 지을 수 있고, 전력수요가 계속 올라갈 여지가 있다면 국민과 기업은 아무 발전소나 땅이 있는 대로 지으려고 할 것이고 전국에 발전소가 차고 넘쳐 전력 피크 때도 예비율이 50%를 찍을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럴 가능성은 적다. 이미 정부가 각종 에너지 계획을 세워나가면서 몇 년 전에 미리 전기가 얼마나 필요할지, 발전소를 얼마나 지어야 할지 예정해 놓았기 때문이다. 이러한 계획은 필연적으로 예산이 따라가기 때문에 축소와 폐지는 그나마 쉽게 결정할 수 있으나 신설은 무척 까다롭다.

더 큰 이유는 발전소를 하나 짓는 데에 돈이 많이 들기 때문이다. 가게를 하나 창업할 때도 인테리어와 각종 장비를 들이는 데에 수천만원에서 수억원이 투자된다. 발전소를 하나 짓는 데에는 기본이 수조원이다. 건설사와 각종 설비 회사에는 돈벌이와 일자리가 늘어나는 일이지만, 대부분이 공기업인 발전사에는 비용으로 잡힌다.

더구나 급전순위가 밀리는 민간 발전사에는 적자로 잡힌다. 수조원의 돈이 들어갔으니 가게마냥 섣불리 폐업도 못 한다. 

정책에 따라서 투자됐으니, 폐업을 택할 정도의 한계 상황이 온다면 결국 뒷수습도 정부의 몫이다. 정부가 기업처럼 현금을 창출한다면 또 모르겠지만, 전기료로 보전하고, 나머지는 국민 세금으로 수습해야 한다.

현재도 정부가 ‘용량요금’이라는 명목의 유지비용을 발전소 설비용량 GW당 1000억원 가까이 주고 있다. 결국 전력예비율이 올라간다는 건, 전기를 펑펑 아무렇게나 써도 된다는 뜻이 아니다.

정부가 국민에게 받아간 세금을 아무렇게나 쓰고 있거나, 엉뚱한 곳으로 흘러 들어가고 있다는 뜻이다. 그 돈을 메우려면 결국 국민이자 전기소비자인 우리에게 세금과 전기료를 더 물려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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