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식이 본질을 규정한다

2018-04-09     오철 기자

[한국에너지신문] 지난달 국가 에너지 분야 최상위 행정 계획인 제3차 에너지기본계획 수립이 첫발을 디뎠다. 

이번 수립한 계획은 앞으로 2040년까지 우리 에너지 정책을 어떻게 가져갈지를 담게 된다. 정부는 총괄, 갈등관리·소통, 수요, 공급, 산업·일자리 등 5개분과의 민·관 워킹그룹을 구성했다.

산·학·연 전문가와 시민단체 인사 등을 포함해 구성한 워킹그룹은 3차 에너지기본계획 권고안을 수립해 정부에 제출할 계획이다.

하지만 워킹그룹 전문가 총 72명 중 친(親)원전 성향이라고 말할 수 있는 인사는 2명뿐이다. 총괄분과에 원자력 전문가가 포함돼 있기는 하지만 그는 지난해 신고리 원전 5·6호기 공론화 당시 탈원전 주장을 펼쳤던 인사다.

원자력발전이 현재 국가 에너지 비중의 30%를 넘게 차지하고 있는데 이를 대변할 전문가를 단 두 명 만 포함시켰다는 것은 정부가 의도적으로 배제했다는 의구심을 지우기 힘들다. 

설사 반대편 이야기를 듣기 싫더라도 다양한 입장을 가진 전문가들의 다각적인 의견을 듣는 것은 충분한 의미가 있다고 본다. 

이처럼 테이블에 의자도 놓지 못하게 하고, 얘기도 듣지 않겠다는 것은 지난 정부가 해왔던 행태와 크게 다를 바가 없다.

형식은 본질을 규정한다. 편파적인 구성으로 이뤄진 모습이라면 최종 권고안에도 그 모습이 드러난다. 국민은 그런 과정을 거친 정책에 아쉬움을 가질 것이 확실하다. 

지난 신고리 원전 공론화 때 국민들은 찬성과 반대 양측의 치열한 공방 속에서도 가치 있는 판단을 내렸다. 이번 워킹그룹도 전문가들 간의 의견이 부딪히더라도 다양한 의견을 들어보는 것이 새 정부가 만들고자 하던 진보적인 정책 수립 과정이 아닐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