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에너지공사’ 출범으로 본 에너지 분권 시대

[집중취재] 신재생에너지로 지역 에너지 자립도 높이고 기후변화 대응

2017-03-13     이욱재 기자

[한국에너지신문] 지난달 23일 서울시는 지난 수년 간 지속적으로 추진한 ‘서울에너지공사’를 공식 출범했다. 인구 1000만이 넘는 거대 도시가 하나의 ‘기구’를 설립했다는 단순한 이슈가 아니라, 거대 지자체인 서울시가 정부로부터 ‘에너지 분권(分權)’을 시작한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

이미 독일 뮌헨시 등 유럽 국가들이 앞서 분산형 에너지 시스템을 성공적으로 운영하고 있고, 국내에서는 경기도, 충청남도, 제주도에서 지역 중심의 에너지 정책을 추진하는 등 점차 중앙 집중형에서 지역 분산형으로 에너지 시스템 패러다임이 변화하고 있다.  

지역 분산형 시스템, 에너지 생산 주체화로 안정 에너지 확보
서울·경기·충남·제주, 에너지 자립 공동선언…사업 협력키로
독일 뮌헨시, 2025년까지 전력 100% 재생에너지 공급 추진
정부, 분산형 발전 필요성 인식 불구 제도 개혁 제자리 걸음 

에너지 시스템 패러다임의 변화

서울에너지공사는 창립식에서 에너지 패러다임의 변화로 ‘중앙집중형 에너지에서 지역 분산형 에너지’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런 변화의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는 무엇일까.

새로운 사회를 여는 연구원에서 발표한 ‘이제는 에너지 분권화 정책이 필요하다’보고서에 따르면, 전 세계 에너지 정책들은 대부분 높은 경제성장률을 달성하기 위한 ‘값싼 에너지 자원의 안정적인 공급’을 핵심목표로 추진됐다.

이에 따라 중앙집중형 에너지 시스템이 형성됐는데, 이는 대량 생산, 대량 소비 체제와 잘 조응할 뿐 아니라, 생산과 소비의 급격한 변동에서도 잉여 전력 확보에 유리하기 때문이다.

이렇게 수십 년 간 이어져 온 에너지정책 패러다임이 국가 간 자원 전쟁, 대규모 블랙아웃, 기후 변화, 에너지 빈곤, 에너지 수익과 분배의 불평등, 원전 사고 등의 에너지 문제들이 대두되면서, 위기로부터 탈출하기 위한 방안으로 지역 분산형 에너지 시스템이 부상하고 있다.

지역 중심의 에너지 시스템, 왜 부상하나

지역 분산형 에너지 시스템은 ▲누구나 에너지를 생산하는 주체가 될 수 있다는 점 ▲상대적으로 소규모의 자본으로 에너지를 생산 가능 ▲인프라로부터 소외된 에너지빈곤층 문제 해소 ▲대규모 전력 생산으로 인한 잉여 전력 낭비 절감 ▲송전 네트워크 및 전력 누출 문제 ▲소비지와 생산지의 불평등 해소 문제 ▲대체에너지 산업 발전 등의 이유로 각 지자체들이 중앙 정부와 분리된 에너지 자립을 추진 중이다.

특히, 분산형 에너지 시스템에는 재생에너지가 사용되는데, 이는 지역의 자원적인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서다. 이 시스템이 꼭 기존 자원에서 재생에너지로의 대체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지역의 자원 자립도를 높이기 위해 수입 등에 의존하던 화석 및 핵연료 대신, 태양열, 풍력, 수력, 지열 등의 재생에너지를 이용하려고 한다. 재생에너지자원을 통해 지속적이고 안정적인 에너지원 확보, 청정에너지로 기후 변화 대비, 대규모 발전사고 방지 등의 변화를 이끌어 낼 수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의 에너지 분권(分權) 움직임

우리나라 역시 최근 이런 흐름에 따라 지역들이 에너지 정책을 스스로 시행하겠다고 나서고 있다. 지난 2015년 11월 서울특별시, 경기도, 충청남도, 제주특별자치도가 함께 ‘지역에너지 전환을 위한 공동선언문’을 발표했다. 깨끗하고 안전한 에너지를 낭비 없이 지혜롭게 쓰는 것을 골자로, 4개 시·도가 공동으로 노력한다는 것이다.

에너지의 수요관리와 신재생에너지 활성화 사업을 진행해 중앙정부와 분리된 에너지 자립을 이뤄내겠다는 목표다. 이와 관련해 서울시의 ‘원전하나줄이기’를 비롯해 경기도의 ‘에너지비전 2030’ 충청남도의 ‘2020 지역에너지 종합계획’ 제주도의 ‘2030 카본프리 아일랜드’등의 사업들이 추진 중에 있다.

서울시는 서울에너지공사를 통해 서울시 내 에너지정책을 총괄한다는 계획이다. 2020년까지 서울시 내 28만 세대에 지역냉난방을 공급하고, 태양광 70㎿, 연료전지 90㎿를 추가 설치하며, 내년도에는 전기차 보급을 1만대로 확대할 계획이다. 또한, ‘원전하나줄이기’사업을 지속적으로 진행한다.

경기도 역시 ‘경기도에너지센터’를 설립해 정책을 펼치고 있다. 도는 2030년까지 전력자립률을 70%까지 달성하겠다고 발표한 바 있으며, ‘경기도 에너지정책 추진단’을 구성해 초안을 만들고 토론회를 벌여 지속적인 정책 마련에 힘쓰고 있다. 특히 경기도는 산업에너지소비 비중이 크기 때문에 산업수요관리와 에너지신사업 대책을 강조하고 있다.

충청남도는 재생에너지확대를 통해 화력발전소 3.3기분을 대체한다고 밝혔다. 도는 당진, 태안, 보령, 서천에 화력발전소가 집중적으로 들어서면서 에너지 공급으로 인한 피해를 받고 있다. 이에 도는 화력발전소에 대한 지역자원시설세 부과 및 세율 인상, 전력 요금 차등제 도입, 송배전시설 주변 피해 보상 등의 제도 개선을 요구하고 있다. 

제주도는 ‘제주에너지공사’를 중심으로, 2030년까지 풍력발전 2.3GW와 전기차 100%전환, 에너지 저장시스템 1300㎿ 확보 등의 노력을 추진 중이다. 특히 제주도는 특별자치도라는 행정의 자율성과 풍부한 재생에너지자원을 강점으로 사업을 진행 중에 있다.

이외에 충남 당진시, 서울시 노원구, 경기도 안산시가 주도한 ‘에너지정책 전환을 위한 지방정부협의회’가 운영 중에 있다, 완주군은 ‘로컬에너지전환’을 진행 중이며, 순천시, 전주시 등도 지역에너지 자립을 목표로 정책을 수립해 추진하고 있다. 

독일 지자체들의 지역중심 에너지 정책

유럽의 많은 나라들이 우리나라보다 앞서 지역 분산형 에너지 시스템을 도입했다. 특히 독일은 이 분야의 선두주자다. 

독일 뮌헨시는 1998년 ‘뮌헨에너지공사(SWM)’를 설립해 시의 에너지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SWM은 시의 전력, 천연가스, 지역난방, 상수도 공급을 총괄하고 있으며, 이에 필요한 네트워크의 관리, 통신사업까지 진행 중이다. 또한, 자회사를 둬 지하철, 버스, 노면전차까지 운영 중에 있다. 직원 수는 8900명에 달하고, 2015년 매출액은 약 66억 유로다.

SWM은 2010년에 자체적인 기후보호 목표를 설정했는데, 2025년까지 도시 전체 전력을 재생에너지로 공급한다는 계획이다. 에너지원은 지열, 바이오매스, 풍력, 태양광 등으로 대체하게 되며, 계획대로 사업을 달성할 시 뮌헨 시는 전 세계 대도시 중 최초로 100% 재생에너지 전력도시가 된다. SWM은 이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2025년까지 총 90억 유로를 지속적으로 투자할 계획이다.

이 외에도 뮌헨시는 1999년 지자체 스스로 기후보호 정책을 시작했다. 또한, 2008년에는 ‘기후보호 통합프로그램(IHKM)’을 제정, 시의 모든 사업 및 행정부서를 아우르는 프로그램을 구축했다. 주요 사업으로 기후 친화적 도시계획, 에너지 효율 건축, 재생에너지 중심의 에너지 공급 등 도시 전반에 걸쳐 사업을 진행 중이다. 

그 결과 2012년에 이미 온실가스를 1990년 대비 38% 감축 완료했으며, 2015년 시작된 3차 기후보호 프로그램에서는 3년간 9790만 유로를 투입해 내년까지 총 87개의 기후보호 사업을 완료할 계획이다. 

시는 최근, 2058년까지 2008년 온실가스 배출량의 88%를 감축하는 구체적인 목표 시나리오를 수립해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독일 프라이부르크 시는 2001년 프라이부르크 및 인근 6개 지역의 에너기 기관을 통합해 ‘프라이부르크에너지공사(badenova)’를 설치했다. 공사는 태양광 27㎿, 수력 5㎿, 바이오매스 설비 2㎿를 건설했으며, 30개의 열병합발전기로부터 359㎿h의 전력을 생산한다.

또한, 32개 지자체에 기후보호 컨설팅을 시행해 다른 지자체에 기후보호 지원을 진행 중이다. 공사는 2015년 한 해에만 CO2 72만 톤을 감축해 승용차 26만 대 배출 분량의 CO2를 줄인 바 있다.

에너지 분권을 위한 사회적 합의 필요

이런 움직임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의 에너지 분권의 길은 멀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전망이다. 분산형 에너지 시스템의 빠른 정착을 위해 필요한 정부의 의지, 제도 개혁 속도, 예산 및 전문인력 지원에 의문부호가 항상 붙어있다.

정부가 2013년 12월 발표한 제 2차 국가에너지기본계획에는 분산형 발전을 강조한 바 있다. 하지만, 2015년 7월에 발표한 산업통상자원부의 7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서는 2029년까지 신규원전 13기, 석탄발전소 20기, LNG발전소 14기를 더 짓기로 했다.

여전히 에너지 공급체계는 기존 에너지 시스템 성장에 맞춰져 있는 셈이다.
에너지 정책을 시행할 지자체의 권한도 현재로서는 한정적이다. 지자체들은 중앙정부로부터 위임된 업무를 수행하고 보조금에 의존해 사업을 진행하는 수준에 머물고 있다.

한 연구기관 관계자는 “에너지 정책에 대한 명확한 중장기적 비전을 통해 지역의 특성을 반영한 에너지기구들이 설립돼야 한다”며 “현재의 에너지체제가 지역 간의 불평등을 초래함을 인정하고, 미래를 대비하는 에너지체제의 건설을 위한 사회적인 합의가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