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환경·효율 '열병합발전' 고사위기

‘열병합발전 전력계약제도 신설’ 시급

2016-05-23     조성구 기자

[한국에너지신문] 정책 변화와 도시가스 공급 상황이 바뀌어 버린 환경 탓에 도시가스를 사용하는 열병합발전소는 시름을 앓고 있다.

■ 국내 열병합발전 사업의 암흑기, 57.1%가 적자 사태

도시가스업계에 따르면 도시가스사나 그 계열사에서 운영하는 열병합발전소, 도시가스(천연가스)를 사용하는 열병합발전소 중에서 수익을 내고 있거나, 다른 곳에서 수익을 보전 받는 경우는 거의 없다. 최근에는 정책 변화에 따라, 열과 전기를 공급하면 할수록, 다시 말해 발전소를 돌리면 돌릴수록 어려움이 가중되는 지경에 이르게 됐다.

이는 전력업계에서 석탄화력과 원자력으로 기저발전을 담당하고, 지역난방에서 소각폐열을 거의 다 잠식한 탓에 정작 친환경 연료인 도시가스로 발전을하는 열병합발전은 소외되는 측면이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정책적으로도 한전 자회사들처럼 수익 보전도 받을 수 없다 보니 민간 열병합발전 업계에서는 그야말로 큰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

지난해 국내 열병합발전 사업자들은 적자가 속출하고 있다. 집단에너지협회에서 발표한 2015년 사업자 실적 자료에 따르면 지역난방을 공급하고 있는 전체 35개 집단에너지 사업자 중 22개 사업자가 영업적자를 기록했으며 특히, 열과 전기를 동시에 생산하고 있는 28개 열병합발전 사업자 중 16개 사업자(57.1%)가 2015년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남양주 일대에 지역난방을 공급하고 있는 별내에너지는 2014년 25억원의 영업적자가 1년 사이에 50억으로 두배로 늘었으며, 2014년 92억원의 당기순손실을 낸 대륜발전은 당기순손실 규모가 -298억원으로 3배 이상 늘었다. 전북집단에너지는 2010년부터 2013년까지 4년 연속 백억원 대의 영업이익을 기록하다 지난해 처음으로 영업이익 -4억원으로 적자전환했다. 2014년 각각 95억원 영업적자를 기록했던 삼천리도 2015년에는 적자 폭이 다소 줄었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적자를 면치 못했다.

■ 온실가스 배출 감축에 기여.. 에너지 이용 효율이 높은 열병합발전

영업 적자에도 불구하고 열병합발전은 집단에너지 설비를 통해 이제 온실가스 감축에 기여하고 있다.

정부에 따르면 2014~2018년 동안 집단에너지 설비를 통한 온실가스 배출 감축량은 개별공급 대비 지역난방부문 총 2307만5000톤(절감률 23.0%), 산업단지부문 총 4208만톤(절감률 18.6%)으로 추정된다.

더구나 집단에너지 열병합발전은 전기만 생산하는 일반발전과 비교할 때 열과 전기를 동시에 생산하는 구조로 인해 에너지 이용효율이 30% 이상 높다. 발전과정에서 나오는 폐열을 버리지 않고 열원이 필요한 수요가에게 공급함으로써 종합 에너지 이용효율이 높은 시스템이다.

또한 집단에너지의 높은 에너지 이용 효율은 개별공급 방식에 비해 에너지 절감효과가 크다. 2014~2018년 동안 에너지사용 절감효과는 개별공급방식 대비 지역난방부문은 23.5%, 산업단지부문은 15.8%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집단에너지 시설인 열병합발전을 활용할 경우 화석 연료 수입량을 절감하고 에너지 안보에 기여할 수 있을 뿐 아니라, 발전폐열과 소각열 등 미활용에너지를 사용해 국가 에너지 이용 효율까지 높일 수 있다.

■ 분산형 전원인 열병합발전, 경제효과 연간 8500억원

분산형 전원이란 열병합이나 액화천연가스(LNG) 발전소처럼 전력 수요지 인근에 위치하거나 배전선로에 연결된 소규모 발전 자원을 말한다.  신재생에너지, CHP(집단에너지인 열병합발전 시설, Combined Heat & Power), 자가용 발전설비 등이 있다. 

                     <기후변화시대 분산자원의 효용>

신재생에너지 역시 송전 이슈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기 때문에, 전력 수요지 인근에 지어지는 집단에너지 시설인 열병합발전(CHP)이 현실적인 대안으로 부상하고 있다.국내 전력계통은 비수도권의 대규모 발전소에서 생산한 전기를 장거리 송전망을 이용하여 수도권에 공급하는 구조이다.

하지만 신규 송전망 건설을 반대하는 거센 민원으로 인해 전력 수급 계획상의 발전소 건설이 지연되는 일은 상시 발생하고 있고, 장거리 송전망 건설은 1㎞ 건설에 약 120억원(345Kv 지중송전선 기준)이 투입되는 고비용 사업이다. 한전은 2014년 송변전설비 건설 등에 약 2조1600억 원을 투입한바 있으며, 2016년부터 3년간 약 8조 1200억 원이라는 천문학적인 금액을 송전선로 건립에 사용할 계획이다.

또한 송전망 건설에는 경과지 선정에서 완공까지 장시간이 소요되는데, 통상 10㎞ 건설에 1년이 소요된다. 실제 신안성~신가평 80㎞ 구간 송전선 건설은 1995년에 건설계획 수립 후 16년 2개월 만에 완공됐으며, 신고리~북경남 약 90㎞ 구간도 2000년 8월 정부로부터 설비계획을 확정 받은 지 14년 4개월 만인 2014년 12월에야 완공됐다.

이에 비해 열병합발전은 분산형 전원으로서 송전선로 이슈에서 가장 자유로운 전원이라 할 수 있다. 수요처 인근에 건설할 수 있다는 특성상, 추가적인 송전망 건설로 인한 사회적 비용 부담과 장거리 송전으로 인한 전력 손실을 최소화하고 수도권 전력수요에 탄력적으로 대응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한국전기연구원이 지난 3월 발표한 ‘집단에너지사업 활성화를 위한 전력시장 제도개선 및 지원방안 연구’에 의하면 집단에너지가 분산형 전원으로서의 기능을 수행함으로써 기여하는 경제적 효과가 2014년 기준 8000억원 이상 규모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송배전설비를 덜 짓게 돼 얻는 편익이 4425억원, 장거리 송전에 의한 전력손실 저감 편익은 최대 2071억원, 송전혼잡을 피함으로써 얻는 편익 1588억원에, 온실가스 감축 등 환경을 보호함으로써 얻는 환경편익 369억원인 것으로 나타나 연간 최대 총 8453억원 수준인 것으로 조사됐다.

△열병합발전의 현재 상황

■ 경직된 전력거래제도 때문에 천덕꾸러기로 전락한 열병합발전

하지만 이 같은 수많은 장점에도 불구하고 집단에너지는 점차 설 자리를 잃고 있다. 정부의 지원제도가 축소되는 한편, 2001년 전력산업구조개편에 따라 발전시장이 한전 독점체제에서 경쟁시장으로 전환되며 집단에너지사업도 발전사업에 편입됐다.

실제 지역난방발전을 정책자원에서 시장자원으로 전환하면서 집단에너지사업 활성화를 위해 지급하던 에너지 특별 자금지원이 축소됐고 전력기반기금 지원은 아예 중단됐다. 이후 집단에너지사업은 발전원가가 낮은 발전소만 살아남는 전력시장에서 차별대우를 받으면서 경영난에 봉착했다.

대부분의 집단에너지사업자가 운영하는 열병합발전소는 전력생산 과정에서 발생하는 폐열을 활용해 난방용 열을 생산하기 때문에 에너지 이용 효율이 일반 발전소에 비해 월등히 높다. 하지만 단순히 전기생산 측면에서만 보면 (전기만 생산하는) 일반 발전소에 비해 효율이 낮다. 하지만 이는 열과 전기를 모두 생산해서 종합적인 에너지 이용 효율을 높이기 위해 고안된 설비인 열병합발전설비의 기술적인 특성 때문이다.

집단에너지 사업자 중 지역난방 사업자는 지역난방용 열을 생산해 공급해야 하는 의무가 있기 때문에 전력 수요가 없을 때에도 난방용 열 생산을 위해서 발전소를 가동하는 일명 ‘열제약발전’을 해야 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때 생산되는 전기는 대부분 원가 이하로 정산 받고 있다.

△열병합발전의 대응 방안

■ 업계, 집단에너지 특성 고려한 별도 전력거래제도(APS) 신설 건의

업계는 가장 실효성 있는 대안으로 집단에너지의 특성을 고려한 별도의 전력거래제도 신설을 요구하고 있다. 실제 집단에너지업계는 지역난방의 경우 전력과 난방 부문으로 회계를 분리, 전력부문에서 생산한 전기는 전력거래소가 아닌 전기판매사업자(한국전력)에 판매하되 시장가격 변동과 상관없이 사전에 합의한 적정 금액으로 정산하는 ‘열병합발전 전력거래계약제도(APS)’ 모델을 이미 지난해 정부에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집단에너지사업자의 발전 설비 투자금을 고려해 고정비를 산정하고 여기에 연료비 등 일정수준의 변동비를 더해 존립이 가능한 정도의 최소 수익만 보장하는 수준으로 전력거래 정산금을 결정하는 방식이다.

이 제도를 도입하게 되면 전력도매가격이 높아질 때는 사업자가 초과이윤을 포기하고 대신 전력도매가격이 낮아질 때는 원가수준을 보전 받을 수 있어 사업자들이 최소한의 생존을 담보할 수 있게 된다. 전력시장의 수급상황이나 연료비의 등락과 상관없이 사업자는 안정적으로 사업을 영위하고, 정부 입장에서도 전력구입비용의 초과지출을 걱정하지 않을 수 있어 윈-윈 정책이 될 것이라는 게 업계의 주장이다.

사업자들은 “전력부문에서의 손실이 계속 이어지면 궁여지책으로 난방용 열 공급가를 올릴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주민들에게 난방비 부담을 지우지 않고서 집단에너지 사업자들이 자립하기 위해서는 정부 차원에서의 실효성 있는 지원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입장이다.

집단에너지업계 한 관계자는 “집단에너지사업의 생존을 위한 가장 현실적이고 효과적인 대안이 될 ‘열병합발전 전력거래계약제도’(APS) 도입을 시급히 논의해 달라”고 말했다.

대책 마련과 논의를 위해 산업통상자원부는 에너지신산업 육성을 위해 올해 2월부터 '에너지규제개혁협의체'를 구성·운영하고 있으며 6월말까지 신산업투자활성화를 위한 진입장벽 철폐 등 제도개선을 추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