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 세상 넘어 ‘스마트그리드 시대’ 활짝

막 내린 제주사업·출발선 앞 확산사업 ‘집중 조명’

2014-11-03     최종희 기자

스마트그리드가 제주 실증사업에 이어 확산사업으로 '에너지 신산업'을 주도하고 있다.  
하지만 결승선에 골인하려면 결코 쉽지 않은 과정을 이겨내야 한다. 여러 장벽들이 결승선을 에워싸고 있기 때문이다. 장벽을 뛰어넘지 못하고 주저한다면 뒤처져 결국 값비싼 대가를 지불하고 남의 도움을 얻어 통과할 수밖에 없다.
지금 우리는 스마트그리드라는 장벽 앞에 서 있다. 다행히 우리 정부는 장벽을 정면 돌파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 전력망을 스마트하게 바꾸는 일이 선택이 아닌 필수라는 점을 정부도 인식한 것이다.
이미 선진국들은 우리보다 먼저 스마트그리드를 넘어서려 막대한 예산을 투자하는 등 새로운 먹거리 창출에 열을 올리고 있다. 후발주자와의 간격을 갈수록 더 벌리고 있다.
그렇다면 과연 ‘한국산 스마트그리드’는 결승선을 얼마만큼 남겨두고 있을까. 이 장벽을 무너뜨리는 데 얼마나 더 공(功)을 들어야 하는지 짚어봤다.

◆ 5돌 맞은 SG, 앞으로 5년 어떻게?

스마트그리드가 우리나라에서 본격적으로 발을 내딛은 시점은 2009년 11월 정부가 ‘스마트그리드 실증사업’을 시작한 때부터라고 할 수 있다.

전력망을 ‘스마트’하게 만들어 에너지 효율을 높이는 수요관리가 한창 주목받기 시작할 상황이어서 전력IT 사업은 관련 업계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무엇보다 우리가 보유한 세계 최고 수준의 정보통신기술(ICT)을 활용할 수 있게 됐다는 점에서 기대감을 더욱 키웠다.

2010년 10월 ‘스마트그리드 국가로드맵’이 발표됐다. 저탄소 녹색성장을 이끌 선봉에 스마트그리드 사업이 서게 된 것이다. 로드맵에는 지난해 종료된 제주실증사업에 대한 계획도 담겨 있는 등 2030년까지 진행될 큰 그림이 그려져 있다.

이후 다음해 5월에는 ‘지능형전력망 구축 및 이용촉진에 관한 법률’이 제정됐다. 이 법은 스마트그리드 기술개발과 산업육성을 위한 기틀을 세웠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이처럼 기반을 닦는 작업이 완료된 뒤 세부 과제를 실현하기 위한 ‘제1차 지능형전력망 기본계획’이 2012년 6월 수립돼 4년 동안 스마트그리드 사업이 나아갈 방향과 기준점을 제시했다. 이 계획에 따라 2012년에 첫 깃발을 꽂은 스마트 계량기와 에너지 저장장치 보급사업이 최근 종료됐다. 빌딩과 산업단지에 도입한 에너지 BEMS(빌딩에너지관리시스템)도 비슷한 시기에 검증작업을 마무리했다.

스마트그리드는 이와 같이 해를 거듭하면서 서서히 제 모습을 갖춰가고 있다. 하지만 당초 기대와 달리 사업 속도가 더디다는 지적도 있다. 아직까지 스마트그리드 사업을 이끌 법정화 된 조직조차 갖춰져 있지 않다는 점을 문제 삼아 정부의 사업의지가 약한 것 아니냐는 염려도 제기되고 있다.

그러나 스마트그리드가 가진 무한한 잠재력을 의심하는 전문가는 드물다. 지난 5년간 거친 검증과정을 통해 이제 가속 페달을 밟을 일만 남았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우리 정부는 현재 창의적인 신에너지 사업 모델을 지속적으로 개발·육성하고 있다. 세계 역시 에너지 안보와 기후 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다. 특히, 포스트 오일 시대를 대비하기 위한 산업화도 빠르게 이뤄지고 있다.

이런 변화의 흐름 속에 스마트그리드는 핵심적 역할을 할 수밖에 없다. 지속가능한 에너지 절약을 유도하면서 새로운 산업 생태계를 만들 수 있다는 강점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지금 현재 우리가 보유한 스마트그리드 기술력은 다른 어떤 나라들과 비교해도 경쟁에서 밀리지 않는 수준이다. 여기에 강력한 정책적 드라이브가 더해진다면 미래를 책임질 신산업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다.

앞으로 5년, 스마트그리드를 둘러싼 총성 없는 전쟁이 기다리고 있다. 우리 정부와 민간기업들은 지속적인 관심과 기술력을 앞세워 만반의 전투태세를 구축한 상태다. 내년 초쯤 시작할 ‘확산사업’이 승패를 가늠할 전초전이 될 전망이다.

◆ 막 내린 ‘제주 실증사업’ 무엇 남겼나

2009년 12월 ‘세계 최대·최첨단 수준의 스마트그리드 구현’이라는 야심찬 목표로 시작된 제주 스마트그리드 실증단지 구축사업이 지난해 5월 마무리됐다. 42개월이라는 사업기간 동안 수많은 전공을 쌓기도 했지만 풀어야 할 과제도 많이 남겼다. 

제주 실증사업에서 나타난 성과를 되짚어보면 우선 ‘실시간 요금제’가 효과적으로 검증됐다는 점을 들 수 있다. 이는 첨단 계량인프라(AMI)를 활용해 전력 사용량에 대한 정보를 수집한 뒤 요금으로 환산, 소비자에게 알려주는 장치다.

전기를 아낀 경우 인센티브를 주는 ‘지능형 수요관리시장’이 등장했다는 것도 눈에 띈다. AMI를 활용해 시간대별로 전기 사용량 감축실적을 분석한 뒤 절약한 정도에 비례해 인센티브를 주는 시장이 문을 연 것이다. 덜 쓴 전기에 따라 발생하는 수익을 소비자와 공유한다는 측면에서 의미가 크다.

이어 ‘수요반응’과 ‘전력 재판매’가 가능해졌다는 점 역시 주목할 부분이다. 이로써 스마트그리드 사업자는 전력회사로부터 전기를 구매해 부가서비스와 함께 전기차 충전소나 일반 가정 등에 전력을 되팔 수 있게 됐다.

무엇보다 제주 실증사업을 통해 스마트그리드는 한 차원 더 똑똑해졌다. 예를 들어 스마트가전, 스마트미터 등 다양한 기기들이 기존의 스마트그리드 시스템과 결합돼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는 기반을 마련했다.

보안에도 각별히 신경을 썼다. 사이버테러 모의훈련을 실시하고, 보안센터를 운영하는 등 정보가 새 나갈 수 있는 구멍을 지속적으로 틀어막을 방침이다.

뿐만 아니다. 신(新)사업인데 불구하고 기업들의 참여와 관심이 높았다는 대목도 상징하는 바가 크다. 지난 실증사업에 사용된 총 사업비 2495억원 가운데 기업이 투자한 금액이 1729억원에 달했다. 정부가 내놓은 766억원보다 2배 넘게 많은 규모다.

기업의 자발적 참여를 이끌어내는 데 성공함으로써 앞으로 진행할 스마트그리드 사업 속도에도 한층 가속이 붙을 전망이다.


반면, 실증사업 공적을 반감시키는 문제점들도 일부 발견됐다.

대표적으로 현행 ‘전기요금제도’의 한계가 실증사업에도 악영향을 미쳤다는 점을 꼽을 수 있다. 원가보다 싼 전기요금 탓에 기업들이 수익을 얻기 위한 창구를 확보하는 데 애를 먹어야 했다는 지적이다.
또한 제주라는 지역적 특성상 도심보다 전력소비량이 적어 실증사업의 성패를 판가름하기에는 적당한 표본이 아니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스마트그리드는 이 같은 그늘을 걷어내고 ‘확산사업’이라는 새로운 명패를 달고 또다시 도약할 준비를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