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원순환사회전환촉진법 ‘무엇이 문제인가’

폐기물처분부담금·의무사용제 … 산업 경쟁력 약화 불보듯
환경부, 법안 통과시 최대 1조원 걷어 … 제도 구체성 ‘희박’

2014-01-10     조재강 기자

환경부와 새누리당 의원들이 주축이 돼 추진 중인 ‘자원순환사회 전환 촉진법’(이하 자순법) 제정에 대해 논란이 뜨겁다. 대·중소, 폐기물처리관리, 자원순환전문기업 등 관련업계는 여타 제도로 인해 비용을 부담하고 있는데 자순법이 생기면 이중 규제돼 경영에 심각한 타격을 준다며 강력히 반대하고 있다. 산업통사자원부도 업계와 비슷한 입장을 취하고 있다.
정부·관련업계를 만나 자순법 논란의 중심이 무엇인지 살펴보고 공생의 해법을 들어봤다. 



자순법은 자원에너지가 선순환하는 사회를 조기 실현한다는, 박근혜 정부의 환경분야 핵심 과제와 연관된 한 정책이다.

환경부는 새정부의 국정과제를 실현키 위해 자순법을 2013년 9월 13일 입법예고 했다. 이 법안은 매립을 최소화하는 대신 재활용을 극대화해 천연자원과 에너지의 소비를 줄이는 순환형 경제 사회 구조로 전환시키는 것을 주요 골자로 하고 있다.

주요 제도는 ▲재활용자원을 확보하기 위한 폐기물처분부담금제 ▲재활용시장 창출을 위한 재활용자원·제품 의무 사용제 및 순환자원거래소 운영 근거마련 ▲업계지원을 위한 폐기물 종료인정제도 ▲재활용시설 규제완화 특례 등이다.

환경부에 따르면 자순법을 통해 2020년까지 재활용자원 매립제로화 달성시킨다는 계획이다. 단순소각·매립폐기물 중 56%(연간 73만3800톤)가 자원회수 가능해 재활용양을 매년 1000만 톤 늘리겠단 방침이다. 그로인해 재활용시장이 5조원 확대되고 더불어 일자리도 약 1만1568개 창출된다는 것이다.

그러나 업계는 환경부의 계획이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주장하고 있다. 업계는 환경부가 제시한 자원회수 가능한 56%가 불명확한 수치고, 근거도 없다며 이미 국내 산업계 재활용율은 충분히 높은 수치란 것이다.

업계에 따르면 폐기물 성상별 재활용률은 사업장폐기물 98%, 건설폐기물 86.6%, 생활폐기물 59%고 업종별 재활용률은 철강 90%, 제지80%, 발전 79% 수준이다. 이는 사업장 폐기물 재활용율 74%를 자랑하는 독일과 비교해도 높은 수치다.

■폐기물처분부담금제, 이중규제 가능성 커
특히 논란의 대상이 되고 있는 것은 폐기물처분부담금 일명 소각·매립부담금제이다. ‘소각·매립부담금’은 재활용비용보다 낮은 소각·매립비용을 높여 그 차이만큼 사업자에게 부과시키는 제도다. 환경부에 따르면 재활용비용보다 낮은 소각·매립비용을 높여서 부담시키면 재활용 가능자원을 최대한 확보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를 통해 폐기물 처리가격의 불균형을 근본적으로 해소해 폐기물이 자연스레 재활용으로 흘러들어가는 선순환구조를 만들겠다는 생각이다.

업계는 강력히 반발하고 있다. 오히려 업계는 실제 소각·매립비용이 재활용비용보다 높다고 말한다. 업계에 따르면 환경부 고시 방치폐기물처리 단가가 재활용은 톤당 20만5000원인데 비해 소각은 27만1000원으로 소각비용이 더 높다는 것이다. 또한 산업폐기물 시장단가도 재활용은 5만∼6만원인대 비해 소각은 12만∼17만, 매립은 5만∼6만원으로 재활용비용이 낮지 않다고 말한다.

또한 부담금제도가 이중과세에 해당한다고 주장한다. 현재 의무대상자에게 재활용 촉진법에 의거 폐기물부과금, 재활용부과금 등의 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현재 기존법에 따라 폐기물부과금을 부과하고 폐기물처리비용과 부가세 10%를 지불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부담금이 도입 될 경우 경제적 부담이 가중 될 수밖에 없다”고 우려했다.

산업부 역시 기존 폐기물부담금제와의 유사성을 들며 이중규제 가능성을 지적하고 있다.

최연우 산업부 기후변화산업환경과장은 “기존의 제도와 유사해 의무대상품목 등이 겹칠 경우 업계에 이중 부담이 우려된다”며 “자순법은 기존 재활용촉진법과 유사중복이 다수이므로 재활용촉진법을 먼저 개정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말했다.

반면 환경부는 전혀 이중규제가 아니란 입장이다.

신진수 환경부 자원순환정책 과장은 “규제 대상인 의무대상품목이 전혀 달라 이중 규제될 수 없다”며 “일부 플라스틱 대상품목이 겹칠 수는 있지만 관련기관과 협의를 통해 부과되지 않도록 조정하거나 하위법령으로 감면적용 제도를 도입하면 해결 될 수 있다”고 밝혔다.

■순환자원 의무 사용, 탁상행정 극복해야
환경부가 추진하는 자원순환 촉진시책 등도 논란의 대상이다. 자원순환 촉진은 사업장에 매년 일정 이상의 순환자원을 의무사용하게 해 이를 지키지 못 할 경우 부과금을 부과하는 내용이 주요 골자다. 이를 통해 폐기물발생을 억제시키고 순환이용을 촉진시키겠다는 게 환경부의 입장이다. 환경부는 ▲자원과 폐기물의 투입에 대한 자원순환율 ▲에너지투입량 대비 순환된 에너지에 대한 에너지순환율 ▲폐기물 발생량 대비 최종처분량에 대한 최종처분율 ▲폐기물 발생량 대비 순환이용에 대한 순환이용률 ▲가용폐기물 발생량 대비 에너지화된 폐기물에 대한 에너지회수율 ▲자원 및 에너지 투입량 대비 매출액에 대한 자원생산성 등을 고려해 사업장에 의무비율을 할당하겠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업계는 이 제도가 사업장의 환경을 전혀 고려하지 않았다며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사업장 마다 그 규모와 특수성이 달라 어떤 방식으로 각 사업장에 자원순환 의무 비율을 적용시킬 수 있는지 명확하지 않다는 게 이유다.

또 순환자원을 활용하는 업종 중 일부 제품의 경우 제조공정에 순화자원이 전혀 사용되지 않는 경우가 있어 순환자원 및 순환제품의 사용을 의무화하면 제품의 품질유지에 문제가 발생 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일례로 폐지를 원료로 사용할 경우 인쇄적성 및 백색도 등이 저하돼 인쇄용지의 상품가치를 저하시키는 것으로 업계는 내다보고 있다.

뿐만 아니라 환경부가 제시한 의무 자원순환율, 에너지회수율 등의 정의도 애매모호하고 어떤 방식으로 할당량을 계산하는지에 대한 근거도 부족하다고 업계는 말한다.

이와 관련 신진수 환경부 자원순환정책과장은 “사업장마다 특성이 다르다는 것을 알고 있다”며 “산업단체들과 충분한 협의를 통해 적용 대상 사업장 기준을 정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구체적인 산식이 아직 나오지 않았지만 계속 준비 중에 있다”며 “2016년부터 실제 적용되기 때문에 아직 시간이 남았고 업계의 의견을 최대한 수용해 제도가 제대로 운영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덧붙였다.  

■부담금 1조 육박 … 생활폐기물과의 형평성 문제도
지난해말 환경부는 기획재정부 주관 부담금운영 심의위원회에서 2016년부터 폐기물처분부담금제도를 시행하면 산업폐기물에서 약 8900억원, 생활폐기물에서 약 1366억원 총 1조 이상의 부담금을 거둘 수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 이는 기존 재활용부과금이 2011년 기준 약 50억원, 폐기물부담금이 2010년 약 624억원을 거둔 것을 훨씬 뛰어넘는 숫자다. 

1조에 육박하는 산업폐기물 처분부담금은 업계에는 부담이 아닐 수 없다. 만약 폐기물부담금제도가 환경부의 원안대로 시행되면 업계는 막대한 부담금으로 인해 생존자체가 위태로울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업계는 환경부의 부담금 떠넘기기가 도를 지나쳤다고 주장한다. 업계 관계자는 “환경부가 1조원에 달하는 금액을 거둬 어디에 쓰려는지 모르겠다”며 “기존의 제도로 거둬들이는 금액도 모자라 또 내놓으라는 것은 사업을 접으라는 통보”라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환경부가 정확한 근거 제시도 없이 강행하는 것은 민주주의 절차에 위배되는 상황이고 더 나아가 업계의 경쟁력을 약화시킬 것”이라며 “결국 업계의 연쇄도산은 관련 종사자의 일자리와 전체 규모를 줄여 자순법의 청사진과 반대로 가게 될 것이다”고 말했다.

생활폐기물과의 형평성 문제도 제기된다. 업계는 생활폐기물의 부담금 비중을 높여야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폐기물 중 가장 많은 부분을 차지하는 게 생활폐기물이고, 산업폐기물과 달리, 소각·매립비용이 재활용비용에 비해 현저히 낮아 이를 조정하는 게 우선이라”고 강조했다.

현재 매립비율의 60%는 생활폐기물로 그중 90%는 재활용이 가능함에도 소각·매립되고 있는 실정이다. 업계에 따르면 지자체 생활폐기물 소각단가는 4만원∼5만원, 공공매립지 매립단가는 1만8000∼2만5000원이다. 이는 산업폐기물 시장단가인 소각 12만∼17만원, 매립 5만∼6만원에 비해 현저히 낮은 수치다.

이에 대해 산업부 관계자도 “사업장에만 폐기물부담을 유독 많이 떠넘기는 것은 생활폐기물과의 형평성에 문제가 있을 수도 있다”며 “자원순환 촉진이란 취지에는 공감하지만 규제에만 초점이 돼 있는 자순법의 일부 내용을 다시 제고 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산업폐기물 더 매립할 곳 없어 … 폐기물 재활용해야
환경부가 이렇게 자순법을 적극 추진하는 이유로 산업폐기물을 묻을 만한 매립장이 포화 상태에 있기 때문이란 분석이다.

환경부에 따르면 2011년 전국에서 발생한 산업폐기물(사업장폐기물)은 하루 14만7982톤이었다. 여전히 하루 2만4912만톤이 땅에 묻히고 있다. 2011년만 처리업체에 위탁해 매립한 것이 516만톤에 이르는 상황이다.

2011년 말 현재 사업장 일반폐기물을 넘겨받아 매립하는 업체들이 확보하고 있는 시설 용량은 1873만톤이다. 2011년 위탁 처리해 매립한 양을 감안하면 앞으로 매립할 수 있는 기간은 4년 정도밖에 남지 않는다.

이런 상황에 시급히 매립지를 늘려야 하지만 이마저도 쉽지 않다. 지역주민의 반대로 인해 매립지 증설이 어렵기 때문이다. 매립지가 들어온다면 주민들이 결사반대하고 있어 매립지 증설이 지지부진하다는 것이 환경부의 입장이다.

거기다 현재 바다에 내다버리는 산업폐수처리장의 슬러지도 앞으로는 육상에서 처리해야 할 상황이다. 해양투기가 2016년부터 전면 금지되기 때문이다. 지난해 바다에 버린 산업폐수 슬러지는 80만 톤이었다.
신진수 환경부 자원순환정책과장은 “현재와 같은 산업페기물양이면 3~4년 뒤에 묻을 곳이 없어진다”며 “매립지 확보도 어려워 대안으로 찾은 것이 폐기물을 재활용해 폐기물을 줄이자는 것이 자순법의 취지”라고 말했다.

신 과장은 “매립·소각이 가능해 부담금 제도를 도입하면 매립 폐기물을 더 줄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업계는 매립지가 4년 후에 모두 소진된다는 것은 억지라는 주장이다. 환경부가 제시한 4년 후 사업장 폐기물 매립지의 수명종료는 매립장 연도별 증설여건 등 증감추세를 반영하지 않은 결과라는 것이다.

환경부가 제시한 수명종료 방식에 따르면 지난해 모든 사업장 폐기물 매립지가 종료돼야 하는 상황이지만 현재 연간 매립양은 감소하고 잔여용량은 설계변경 등으로 오히려 증가하고 있다는 게 업계의 주장이다. 

업계 관계자는 “매립지가 증설이 어렵다는 이유로 자순법을 만들어 매립소각 부담금 등을 물리는 것은 관련 업계의 경영 악화를 부추기는 일”이라며 “자발적으로 자원순환을 유도하도록 해야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