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연가스 세계무대 중심 섰다

판매자중심 의미 이해해야

2006-01-20     김경환 편집국장
지난 16일 도시가스협회 신년회장을 찾았다.
이날 신년회에서 가스공사 이수호 사장은 최근 천연가스 스팟가격을 협상하면서 공급국으로부터 100만 BTU당 연초보다 2배를 넘는 가격제시를 받았다고 밝혔다.

깜짝 놀랄 핫 뉴스였다. 국제적인 천연가스 가격 강세현상이 지속되고 있어 시장 동향을 주시하고 있었던 것은 사실이다. 연초만해도 천연가스 2월물은 9.499달러를 기록했다.
또 가스공사가 최근 스팟시장에서 도입한 24카고 가격을 보더라도 10달러 이하였다.

연초부터 천연가스 수급불안에 대한 우려는 있었다. 그 때만해도 다시 강추위가 닥칠 경우 안전재고량 이하로 떨어질 수 있다는 우려를 하고 있는 줄 알았다.
가격에 대한 불안이 아닌 국내로 운송할 LNG선을 구하지 못해 당초 오만의 스팟 물량을 6만t씩 오는 21일과 28일에, 카타르는 6만t을 오는 2월에 국내에 들여오려던 계획에 차질을 빚는 줄만 알았다.

이제 우려가 현실화되고 있다. 국제시장이 구매자중심에서 판매자중심으로 이동하고 있다. 천연가스 경쟁시대를 예고하고 있다. 천연가스는 안보상으로도 중요한 에너지로 부각되고 있다. 
그렇다면 천연가스 자원을 둘러싼 국제분쟁 격화에 대비해 대책마련이 시급하다.

최근 석유공사는  ‘러시아-우크라이나 가스분쟁 배경 및 전망’란 보고서에서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가스분쟁 후 각국이 대응책을 마련했음에도 향후 천연가스 시장의 불안정은 더욱 증가할 것으로 분석했다. 

앞으로도 푸틴 정부가 강력히 추진하는 석유자원 국가지배력 강화와 에너지 자원의 무기화에 따른 러시아의 불확실성은 더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이번에 분쟁 대상이 된 파이프라인으로 공급되는 PNG 대신 천연가스 수요의 증가가 예상된다. 천연가스의 중요성이 증가하면서 천연가스 확보를 위한 각국의 경쟁이 치열해 질 전망이다.

천연가스 국제시장에서 유럽, 미국, 아태지역 국가간에 천연가스 물량확보 및 가격을 둘러싼 구매자와 판매자의 갈등이 심화될 가능성은 대단히 높다.
이처럼 천연가스는 이제 단순한 에너지자원이 아니다. 국가간의 관계를 규정하는 국제정치의 중요한 요소가 됐다.

이와 관련, 미국의 에너지안보 전문가인 마이클 클레어 뉴햄프셔대 교수는 최근 시사주간지 네이션에 기고한 글을 통해 20세기가 석유 쟁탈의 세기였다면 21세기는 천연가스 쟁탈의 세기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클레어 교수는 “가스에 대한 세계적 수요 증가는 소비국과 그들의 주요한 공급국들 사이의 관계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며 소수의 국가가 천연가스 자원을 독점하고 있는 상황에서 천연가스는 국제 사회의 세력판도에도 영향을 끼칠 것이라고 분석했다.

천연가스를 두고 인도와 파키스탄 등 앙숙이던 국가들 사이에 새로운 협력관계가 이뤄지는가 하면, 중국과 일본 등은 천연가스가 묻힌 해역의 영유권을 놓고 분쟁을 벌이고 있다. 
이처럼 천연가스가 국가간 협력과 분쟁의 원인이 되고 있는 것은 미국 등 선진국 뿐 아니라 개발도상국도 천연가스 의존비율이 증가하기 때문이다.

미국의 천연가스 의존 비율은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미국은 현재 전체 에너지 공급의 대략 4분의 1을 천연가스에 의존하고 있는다. 이는 최대 에너지원인 석유 다음이다.
그 결과, 미국 경제는 천연가스 공급량 및 가격의 변동에 점점 더 큰 영향을 받고 있다.

국제 천연가스 가격이 기록적으로 상승한 올 겨울 이같은 취약성이 분명히 드러났다. 
천연가스는 대략 미국의 전기 생산에 사용되는 에너지의 14%, 가정 난방용 연료의 45%, 농업과 산업에서 사용되는 에너지 및 석유화학제품의 31%를 차지하고 있다. 천연가스는 또한 대체연료 개발의 새로운 유망주자로 떠오른 수소연료의 원료로 이용될 수 있다.

현재 미국에서 소비되는 천연가스의 대부분은 북미 대륙에서 생산된 것이다. 그러나 북미대륙의 천연가스는 빠른 속도로 매장량이 고갈되고 있다.
개발 가능성이 있는 가스전이 거의 없는 상황에서 다른 지역의 가스에 대한 수요가 증가하고 있다. 카타르, 나이지리아, 러시아 등 해외 공급자들로부터 점점 더 많은 가스를 사들이고 있다.

미국은 석유와 마찬가지로 근본적인 에너지 수요를 충족시키기 위해 외국 공급처에 더욱 더 의존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이는 미국의 국가안보에 대단히 중대한 위협이다.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 일본과 같은 미국의 주요 동맹국들도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

앞으로 수십년간 세계적인 석유 생산은 계속 줄어들 것이다. 이에 따라 산업화된 국가들은 더욱 더 천연가스에 의존할 수밖에 없게 될 것이다.
같은 양의 에너지를 만들기 위해 천연가스를 땔 경우 발생하는 이산화탄소의 양은 석탄의 절반, 석유의 3분의 1로 더 환경친화적이다. 교토의정서에 따라 온실가스 방출을 줄여야 하는 국가들에게는 매우 매력적이다.

유럽의 경우 전기 생산에 쓰이는 연료 중 천연가스의 비율이 2002년 18%에서 2030년에는 29%가 될 전망이다. 미국도 이산화탄소 방출량을 줄이고자 한다면 비슷한 경향이 나타날 것이다.
우리뿐아니라 석유나 석탄에 지나치게 의존함으로써 발생하는 환경 문제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는 인도와 중국도 천연가스로 전환하고 있다.

미 에너지부에 따르면, 중국에서의 천연가스 소비는 2001년부터 2025년까지 매년 약 7%씩 증가할 것으로 추정된다. 이는 미국의 소비율 증가보다 5배나 많은 것이다.
세계의 그 어떤 주요 산업국보다 가장 큰 것이다. 이는 중국, 인도와 같은 나라들이 왜 그토록 적극적으로 가스의 추가적 공급 확보에 나서고 있는지를 잘 설명해주는 대목이다.
우리도 가스 소비가 가장 빠르게 증가하는 나라이다.  

가스에 대한 세계적인 수요 증가는 주요 가스 소비국들과 그들의 주요한 공급국들 사이의 관계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천연가스 공급의 대부분을 소수의 국가들이 맡고 있다. 세계 가스 매장량의 76%를 10대 가스 생산국들이 가지고 있다.

그 중에서도 러시아, 이란, 카타르, 사우디아라비아, 아랍에미리트연합 등 상위 5대 생산국이 거의 67%를 차지하고 있다. 이들 국가들이 국제적인 가스 공급에서 막강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는 것은 당연하다.
세계 에너지 수급의 방정식에서 천연가스의 비중은 더욱 높아질 것이다. 이는 국제 시장에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천연가스에 대한 세계적인 수요의 증가는 주요 공급국들과 수요국들 사이의 관계를 형성하는 데 있어서 더욱 더 중요한 역할을 담당할 것으로 보인다. 갈수록 에너지 수요는 열강들의 의제 설정에서 중대한 역할을 담당하게 될 것이다.
분명한 사실은 천연가스가 세계무대의 중심에 섰다는 점이다.

에너지의 대외 의존도가 높은 우리로서는 에너지 안보 차원에서 천연가스 공급국들과의 협력을 강화해야 한다. 무엇보다 안정있는 천연가스 공급원 확보를 위한 장기전략도 마련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