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칼럼] BMW차 화재의 불편한 진실

2018-09-10     정동수 한남대 기계과 교수
정동수

[한국에너지신문] 클린디젤의 전성기인 2015년 9월 미국 정부가 폭로한 폭스바겐의 배기가스 배출 조작 사건은 질소산화물(NOx)을 줄이기 위해 배기가스를 재순환(EGR)하는 장치를 조작한 것으로, 인증시험 시에는 제대로 작동을 하고 도로 주행 시에는 작동을 중단시킨 것이다.

운행 중에 이 장치의 작동을 중단하면 출력이 높아지고 장치의 내구성은 좋아지지만 질소산화물을 많이 배출하게 되므로 이는 명백한 속임수이고 사기임에 틀림이 없다.

그러나 그 당시에는 도로 주행용 배출가스 정밀측정 장비가 많이 보급되지 않았고 규제할 기준도 없었기 때문에 대책을 마련하고 있는 과도기 시절이었다.

따라서 이러한 속임수는 당연히 불법이 아니었으며, 폭스바겐뿐만 아니라 유럽과 일본의 자동차회사는 물론, 한국의 현대·기아와 미국의 포드, GM사까지 거의 모든 자동차회사가 전 세계적으로 공공연하게 사용해 왔던 것인데 폭스바겐만 시범케이스로 처벌을 받았던 것이다. 

폭스바겐의 스캔들 폭로 이후 환경부가 국내 판매 경유 승용차 20종을 대상으로 2015년 12월부터 2016년 4월까지 약 150일간 조사한 결과, 경유 승용차에서 실도로 주행 시 질소산화물의 배출이 인증 기준치보다 평균 8배가량 과다배출되고 있었다고 발표했다.

닛산 캐시카이가 약 20배로 가장 높았고 GM 토레스, 푸조 3008, 벤츠 E220, 포드 포커스, 쌍용 티볼리가 평균치인 8배보다 약간 높았다.

오히려 폭스바겐의 투아렉, 제타, 골프 기종은 평균치 이하로 현대 소나타와 기아 스포티지보다 적게 배출되었고 유일하게 인증기준치를 만족한 차는 BMW 520D였다. 

다시 말하면 실도로 주행 시 BMW 520D만 EGR 장치를 계속 작동시켜 인증기준을 만족하고 나머지 19개 기종은 EGR 장치를 작동하지 않도록 조작한 셈이다. EGR 장치가 정상으로 작동되면 BMW처럼 타 경유차도 질소산화물 배출이 대폭 줄게 된다.

그러나 환경부는 닛산 캐시카이만 EGR 장치를 불법 조작한 것으로 판단하여 과징금 부과, 판매정지와 리콜 명령을 내렸다.  

나머지 19개 차종은 임의 조작 미확인으로 발표하면서 면죄부를 주고 운행을 허용했고 결국 여론에 떠밀려 폭스바겐만 추가로 처벌했다.

환경부는 그 당시 미세먼지 저감을 위해 과배출 19개 차종 모두 개선토록 했어야 당연한데도 단속에는 관심 없고 오히려 경유차를 미세먼지 주범으로 매도하기에 집중해 경유차 퇴출과 전기차 도입을 위한 명분 쌓기에 이용만 한 셈이므로 엄연한 직무유기다.

최근 BMW 520D의 빈번한 화재 발생은 고온의 배기가스를 다루는 EGR 장치의 작동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EGR 장치는 배기가스를 재투입시켜 연소를 불완전하게 하면 출력은 손해 보지만 연소온도를 낮추어 질소산화물을 줄이게 되므로 특히 디젤엔진에서는 필수장치다.

배기가스는 고온이라 밀도가 낮아 부피를 많이 차지하므로 냉각시키면 동일 양이라도 부피가 줄게 되고 그 대신 공기를 많이 흡입할 수 있어 출력손실을 줄일 수 있다.

그러므로 출력 상승을 위해 일부러 냉각하지 않고 우회시켰을 것이라는 주장은 사실과 다르다.

EGR 장치의 작동을 중단하면 질소산화물의 과배출 대신 출력 상승과 장치 수명 연장의 장점이 있고 고온의 배기가스를 다루지 않아 EGR에 의한 화재의 위험성도 거의 없게 된다.

따라서 면죄부를 받은 EGR 미작동 차량은 미세먼지를 내뿜으며 사고 없이 버젓이 운행되고 있고, 정직하게 규제를 지켜온 BMW는 폭염이라는 복병을 견디지 못해 EGR 장치의 내구성 약화가 결국 화재로 이어진 것으로 판단된다.

BMW가 결코 잘한 건 아니지만 정직하게 행동하다 역풍을 맞아 억울해할 만한 대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