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부섭의 에너지 상식] 6. 화석 에너지의 특징 ‘종속성’

2018-09-10     남부섭

[한국에너지신문] 화석 에너지의 특징은 여러 가지가 있지만, 그중에서 우리가 잘 의식하지 못하는 것이 ‘종속성’이다.

화석 에너지는 유한하기 때문에 산업화가 먼저 이루어졌던 지역에는 거의 고갈된 상태이다. 따라서 지구상에 분포해 있는 화석 에너지는 에너지 자원의 편중성이 크다

에너지 자원뿐만이 아니다. 대표적인 자원인 식량을 비롯해 희귀 광물자원까지 자원의 종속성은 국가 간에 심각한 문제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일본의 경우 50여 년 전부터 석유 비축을 비롯해 희귀 광물 자원 비축을 해오고 있다.

물론 우리나라도 그렇게 하고 있다. 중요한 것은 광물자원의 경우 어쩔 수 없지만 에너지 자원은 대체할 수 있다는 것이다.

식량이나 에너지(석유) 정책을  안보 차원에서 다루지 않는 국가는 별로 없다. 하지만 세계적으로 큰 전쟁이 없고 무역이 안정적으로 이루어지는 현재 상황에서 우리는 잊고 지내는 경향이 있다. 

에너지의 종속성이란 자원의 편중에 따른 필연적인 결과다. 우리나라를 비롯해 산업 선진국은 이미 자신들이 보유하고 있던 화석 에너지 자원을 모두 소비하고 대부분 수입하고 있다. 지구촌의 강국들 가운데 러시아를 제외하면 100% 에너지 자립 국가는 없다.

‘중동 국가가 에너지를 무기로 활용한다’는 말을 가끔 듣게 되는데 이는 에너지의 종속성을 이용한 전략의 다른 말이다.

대부분 사막으로 이루어진 중동 국가가 언뜻 약해 보이기는 하지만 이들 이슬람 국가들은 600여 년을 이어 온 오스만 제국의 후예들로 유럽 국가를 능가했던 역사를 가진 민족들이다. 그 자존심이 아직도 영미나 유럽 국가에 한 치도 뒤지지 않고 있다. 

석유를 무기로 세계의 주도권을 잡아보겠다는 의욕은 단순한 객기가 아니다. 영미나 유럽 국가들은 이들 국가와 오랜 역사를 갖고 있기 때문에 석유를 이용하는 중동 국가의 속성을 너무나 잘 이해하고 있다. 유럽 국가들의 에너지 산업 발전 배경에는 중동 국가와의 관계도 많이 작용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에너지 문제는 사실상 미국의 시장 지배하에 놓여 있다. 석유 시장을 지배하고 있는 미국 경제체제하에 있기 때문에 중동에 문제가 발생했을 때도 국가적 위기를 넘길 수 있었다.

일반적으로 석유를 이야기하지만 원자력 발전 원료도 ‘종속성’을 갖고 있다. 우리나라의 원전 연료는 해외에서 천연 우라늄을 매입해 프랑스에서 가공하여 들여오고 사용 후까지 철저한 관리 감독을 받는다.

에너지의 종속성을 벗어나기 위해서는 에너지 자립을 추구하는 길밖에는 없다. 우리나라 에너지 산업의 역사를 뒤돌아봤을 때 우리는 에너지 종속성에서 벗어나기 위한 노력을 얼마나 했을까? 국제적 모임에서 우리나라를 이해하는 사람들은 별로 없다.

우리는 미래의 에너지 문제를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 러시아에서 가스 파이프라인을 건설하고 한·중·일을 잇는 전력망을 구축하자는 담론이 지배하고 있다. 러시아와 중국, 일본은 세계의 패권을 잡고자 하는 나라들이다.

러시아는 우리나라에 가스 파이프라인을 건설하면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강력한 무기를 갖게 된다. 중국과 일본은 우리가 중재 역할을 잘한다고 해서 패권 경쟁을 하지 않을 것인가? 

중국의 굴기는 지난 100여 년 동안 서구 열강들에게 당했던 보복 심리가 깔려 있다고 한다. 중국의 최고 지도자는 한국을 조공을 바치던 국가라고 인식하고 있다.

동북아 슈퍼그리드와 같은 것은 중국에 에너지 종속을 야기하는 문제다. 한 국가의 모든 것은 종속성에서 탈피하여 독립성을 확보해 나가는 길이다.

경제에서 군사에서 모든 측면에서 외국에 의존하지 않고 독자성 독립성을 추구하는 길이 국가의 정책이다.

하지만 국가 운용에서 가장 중요한 식량과 에너지 문제에서 우리나라는 종속성이 갈수록 증가하고 있고, 이를 벗어나기 위한 정책은 실종됐다.

에너지는 자원이 아니라 기술의 시대를 맞고 있다. 우리 앞에는 에너지 종속성에서 탈피할 수 있는 길이 열려 있다.

선택은 우리들의 몫이다. 지속해서 종속성을 심화시키는 길로 갈 것이냐, 벗어나는 길로 갈 것이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