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재천에서] 원전, 중요한 건 가동시간도 적자도 아니다

2018-08-27     조강희 기자
조강희

[한국에너지신문] 이제껏 경험해 보지 않은 혹독한 더위가 조금씩 물러간다. 그동안 전력·발전 업계는 논란을 치러내느라 더 혹독한 나날을 보냈다. 그 논란은 현재진행형이다. 바로 탈원전 논쟁이다. 

이 논쟁에 끼어든 과거 야당, 자유한국당의 논리는 이렇다. “한전과 한수원이 적자를 봤다. 연료비가 저렴한 원전을 가동하지 않아서 수익이 안 났는데, 탈원전을 정당화하느라 할 필요도 없는 정비를 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탈원전 정책은 안 된다. 하루빨리 원전을 더 건설해야 한다.”

정작 2023년까지 4기나 더 지어진다는 사실을 잊었거나 잊은 체 했던 것은 이미 여러 언론에서 지적했다. 더구나 지나친 단견(短見)이다. 왜일까.   

시계를 2년 전으로 되돌려 보자. 2016년 6월 정부는 ‘고준위 방사성폐기물 관리 기본계획(안)’ 공청회를 열었다. 공청회는 파행으로 끝났다. 정부는 고준위 폐기물을 처리할 단기 건식 저장시설을 각 원전 안에 설치하겠다고 밝혔다.

원전이 행정구역 내에 있는 지자체들은 시설 추가 설치를 반대했다. 특히 중저준위 방폐장이 들어선 경주의 반발은 더 극심했다. 월성원전 임시저장시설이 2019년이면 포화상태가 된다는 것이 당시의 계산이었다. 현재, 이 좁은 땅덩어리에 월성과 더불어 포화 순서(?)를 기다리는 원전이 스무 개도 넘는다.  

일단, 원전을 가동하고 난 뒤에 남는 고준위 폐기물은 일단 국내외에 처분 사례가 희귀하다. 열을 식히고 독성을 안정화시키려면 시간이 많이 든다. 원전 안에 임시 저장하는 게 현재까지는 최선이다. 선진국들도 그 방법을 택하고 있다.

하지만 이 상태가 계속되면 머지않아 우리는 이 좁은 국토에서 고준위 방폐장을 ‘몰아주기’ 할 땅을 찾느라 극심한 혼란을 겪게 될 것이다. 임시저장고가 꽉 차는 원전이 처음으로 출현하는 게 당장 내년이다. 

정부, 정치권, 원전 및 유관 업계, 학계의 고민은 분명 깊을 것이다. 지금은 그 고민이 온통 정부가 잠시 언급했던 ‘탈원전’에 대한 찬반 논란으로 모였다. 그러나 과연 ‘탈원전’을 반대한다면 고준위 방폐물을 어디에 두어야 하는가.

국회의사당 옆에? 정부세종청사 옆에? 언론사들이 모여 있고 전기를 많이 쓰는 사업장이 몰려 있는 서울 시내 한복판에? 아마 따로 짓는다면 시골 변두리 어딘가에 지으려고 할 것이 뻔하다. 아니면 먼바다 공해상에 내다 버리든지. 그렇다면 지금만큼 원전을 씽씽 돌려가며 전기를 펑펑 쓸 수 있는 시간은 얼마 남지 않았다. 

우리 후손들에게 효율적이고 안전한 원전을 이용할 여지를 남겨 주기 위해서라도 고준위 폐기물의 처분 방안, 그리고 그것이 전제돼 있지 않은 원전 건설의 속도 조절은 필요하다. 이제껏 경험해 보지 않은 만큼, 더 조심스러워야 함은 물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