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같은 질문이 필요한가

2018-08-20     조성구 기자
조성구

[한국에너지신문] 지난주 원자력 관련 단체들이 기자회견을 열고 원자력발전에 대한 인식 여론조사를 발표했다. 이 자리에서 주최 측은 국민 70% 이상이 원자력발전에 찬성하고 있다는 결과를 밝혔다. 또 현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에너지 정책에 대한 평가는 반반 정도의 호불호가 나왔다고 설명했다.

발표 중에 눈길을 끈 것은 또 다른 설문조사였다. “진보층에서도 원전 이용을 찬성하는 목소리가 60%에 달한다.”

관계자는 “진보 진영에서조차 원전 사용에 동의하는 비율이 과반인데 에너지전환 정책의 토대는 ‘국민적 합의’라는 정부의 주장이 과연 신뢰성이 있는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문제는 이 설문이 가진 오류이다. 질문은 현 정부의 지지층인 진보진영에서도 원전에 찬성하니 원전을 다시 해야 한다는 논리이다.

주최 측은 자신들의 정당성을 높이기 위해 스스로 원전은 보수, 신재생에너지 등 여타 에너지원은 진보를 대변한다는 인식을 토대로 설문을 진행했다. 전형적인 흑백논리에 기반하는 오류이다.

질문 자체가 잘못된 것이다. 정부의 재생에너지 확대정책은 이념 논리로 만들어진 것이 아니다. 더구나 정부는 에너지전환 정책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국민을 진보와 보수로 나눠 정책 호응도를 조사한 적도 없다. 또 보수라면 최근 자신들의 경영 악화를 국민에게 전가하지 말아야 한다. 

지난해 상반기 1조 2590억원 순이익을 냈던 한국전력은 올 상반기는 1조 1690억원 적자를 기록했다. 이날 모 교수는 “한전의 적자는 발전 단가가 싼 원전 대신 연료비가 비싼 LNG 발전 등의 가동 증가와 월성1호기 조기 폐지가 원인”이라며 “향후 적자는 국민의 전기료 인상으로 되돌아올 것”이라고 말했다.

2002년 이후 적자가 없던 한국수력원자력도 올 상반기에 당기 순손실 5500억원을 기록하며 어려움에 처했다고 말한다. 

자신들의 입지를 높이기 위해 언론을 이용하는 구태의연한 방식이다. 지난해 1조가 넘었던 한전의 순이익은 누구에게 쓰인 것일까? 그것에 대한 답은 아무도 주지 않는다. 유독 더웠던 올해 여름에도 누진제에 대한 구체적인 해결 방안이 나오지 않았다. 그 원인이 한전이든 정부이든. 

보수이든 진보이든 기본은 시장의 가치이다. 손익이 생겼으면 자신들이 경영 쇄신으로 어려움을 해결해야 한다. 만약 한전도 보수진영이라면 자신들 스스로 해결해야 한다.

신뢰도 유무를 떠나, 관련 업계가 자신들이 종사하는 업계에 도움이 되는 조사와 연구를 진행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하지만 그들이 진정한 보수라면 일단의 편 가르기를 그만두고 다른 해결 방안을 찾아야 한다. 보수나 진보나 더운 건 마찬가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