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칼럼] 이해관계자에 따른 위험관리 인식의 차이

2018-08-13     천영우 인하대학교 대학원 교수
천영우

[한국에너지신문] 세계적인 석학이자 저명한 사회학자인 울리히 벡은 현대 사회를 ‘위험사회’로 이야기한다. 

산업사회는 근대화를 가속시키는 원동력이 되었으나, 부의 생산과 함께 위험의 생산이 일상화된 모습으로 발전해왔다는 그의 주장에 대부분 동의한다.

특히 대한민국의 경우에는 넓지 않은 국토에 효율적인 산업화를 위해 밀집된 산업단지의 형태로 개발되어왔고, 그만큼 위험요인이 될 수 있는 대규모의 에너지, 화학물질 등이 집중되어 있어 그 위험의 크기는 더 크다고 볼 수 있다.

전통적으로 공학적인 측면에서 위험은 위험요인 영향의 크기와 그 위험의 발생 가능성 조합으로 정의되어 왔다. 하지만 이와 같이 위험의 위해성을 객관적으로 조사할 수 있다는 관점은 논쟁의 대상이 되고 있으며, 아직까지 위험은 ‘확률’이라는 틀 내에서만 예측할 수 있다.

최근에는 위험을 단순 공학적인 측면에서 바라보기보다는 사회학적인 측면에서 이해당사자가 어느 정도 위험을 느끼는지에 대한 감성적인 부분도 포함된 개념으로 바라보고 있다. 위험을 위험요인과 그 위험요인이 구성원에게 영향을 주었을 때 반응하는 정도(분노)의 조합으로 이해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분노는 ‘확률’에 기인한 것으로, 이해당사자들에겐 발생 확률이 아무리 작은 사고라고 할지라도 한 번의 사고로 인하여 사망에 도달할 수 있는 경우 그 확률은 너무나 큰 것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현상은 위험을 크기나 가능성의 숫자적인 확률보다는 어떻게 인식되고 느껴지는가를 더 크게 고려해야 하는 점을 시사하고 있다. 위험이 ‘과학적 합리성’을 넘어 ‘사회적 합리성’을 포함하는 방향으로 변하고 있는 것이다.

또 다른 시각에서 위험을 바라보는 관점은 “의도하지 않은 결과의 영향”이며, 이 정의가 가장 포괄적이라고 생각한다. 요즘같이 무더운 날 전력을 생산하고 공급하는 사업장의 경영자 입장에서 볼 때 위험은 전력이 원활하게 생산되지 않거나 공급되지 않는 것이다.

그러나 발전소 근로자의 경우에는 전력도 원활하게 생산되어야 하지만 자신이 근무하고 있는 사업장에서 사고로 인하여 상해를 당하거나 피해를 보는 것이 위험이다. 

조금 더 확장해서 전력을 공급받는 소비자의 입장도 있지만, 사업장 인근 지역 주민 또는 국민의 입장에선 전력 생산을 위해 사용되는 연료로 인한 환경오염 또는 환경사고가 위험일 수 있다.

즉, 생산자 또는 사업장의 입장에선 위험을 제품의 생산 및 공급 안정성의 관점으로, 근로자의 입장에선 산업안전의 관점으로, 시민의 입장에선 환경안전의 관점으로 생각할 수 있을 것이다.

결국 기업, 근로자 그리고 시민의 시각에서 위험관리의 우선순위는 모두 다를 수밖에 없다. 이러한 관점의 차이는 타협을 위해 ‘위험의 수용’이라는 문제를 발생시키며, 이는 곧 우선순위의 문제로 이어진다.

그리고 우선순위의 문제에서 무엇이 우리 사회를 지속 가능하게 하기 위한 가치인지를 결정하고 조율하는 것이 정부의 역할인 것이다.

다만 이제는 위험을 공학적 시각과 더불어 사회학적인 시각까지 포함된 것으로 인식하여, 위험관리의 영역을 ‘과학적 합리성’을 넘어선 ‘사회적 합리성’의 영역으로 확대하고 이를 위해 각 이해관계자가 인식한 위험을 어떻게 타협하고 관리할 것인가가 중요할 것이다.

“사회적 합리성 없는 과학적 합리성은 공허하며, 과학적 합리성 없는 사회적 합리성은 맹목적이다. (울리히 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