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진제 폐지, 부디 민심을 헤아리소서

2018-08-13     오철 기자
오철

[한국에너지신문] 정부가 입추가 다 돼 내놓은 실망스러운 전기요금 지원 정책으로 뭇매를 맞고 있다. 누진제 구간을 한시적으로 확대해 전기료 부담을 덜어주자는 이번 대책이 국민 눈높이에 한참 모자라기 때문이다. 

정부 관계자는 “4인 가구 기준으로 매일 에어컨 3시간 가동 시 기존에는 10만 7900원을 지불해야 했으나 이번 할인으로 8만 6600원만 내면 된다”고 인심 쓰듯 말했지만 전기료 20만원을 걱정하는 국민에게 2만원 줄여주는 대책은 성에 찰리 없다. 애초에 누진제가 없었으면 4만 8000원만 내면 됐기에 이런 ‘생색내기’식 대책은 감정만 상한다. 

국민은 한시적 땜질 처방이 아닌 전기요금 체계라는 골격을 재조립하길 원하고 있다. 그중에서도 최우선 순위로 누진제를 폐지해야 한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이유는 누진제가 불공평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정부 관계자는 “누진제는 전력 과소비를 막고, 전력 다소비자로부터 징수한 전기료를 상대적으로 적게 사용한 사용자에게 돌려주기 위해 필요하다”며 대응했다. 

한국전력에 따르면 국내 전기 사용량 중 주택용 비중은 13%에 불과하다. 일반용은 23%, 산업용은 무려 57%에 이른다. 장기적으로 주택용 누진제를 통해 전력 과소비를 막는다는 것은 설득력이 떨어진다. 

또한, 최근 10년간 평균 주택용 전력 비중이 14%였지만 전기료 비중은 18%에 달했다. 가정에서 10년 동안 실제 사용한 것보다 15조원을 가져가 기업이나 상가 전기료로 보전해 준 것이다.

결국 전력수요관리와 소득재분배 역할을 주택용 누진제로 한다는 건 미세먼지를 감축하기 위해서 고등어를 굽지 말자는 것과 별 차이 없어 보인다.

아울러 누진제 폐지는 주택 관련 에너지 신사업 발전을 위해서도 필요하다. 누진제가 주택 에너지 신사업 발전을 저해하고 있기 때문이다. 누진제가 존재하면 전기를 적게 사용하는 것이 가장 큰 이익이기에 효율적인 전기 사용은 의미가 없어진다.

그러나 누진제가 사라지면 효율적인 전기 사용에 대한 요구가 생기고 피크시프트, 결합 요금제 등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이 창출된다. 이는 소비자와 기업에게는 편의와 이익을 주게 된다. 시장 창출로 인한 부가가치는 덤이다. 이처럼 누진제 폐지는 가정용 에너지 신사업 발전을 위해 꼭 필요하다.

청와대 국민 청원 게시판을 보니 최근 1주일 동안 누진제 폐지를 원하는 국민 청원 건수가 361개에 달했다. 그중 가장 많은 동의를 얻은 누진제 폐지 청원 글은 최다 추천 목록에 떡 하니 자리 잡아 지난달 16일부터 지금까지 7만 명이 넘는 국민의 지지를 얻고 있었다.

민심은 천심이다. 정부는 이 말을 꼭 기억하고 누진제 폐지를 단행해 국민을 전기료 폭탄의 두려움에서 벗어나게 해주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