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탐방] 망망대해에 세워진 풍력 터빈·변전소…해상풍력 시대 연다

서남해 해상풍력발전단지를 가다

2018-07-09     조성구 기자
서남해

[한국에너지신문] 해상풍력발전은 정부가 추진하는 에너지전환정책의 한 축이다. 정부는 이 같은 의지를 나타내며 최근 지자체 중심의 대규모 해상풍력발전단지 건설, 단계별 시장창출방안, 해상풍력계획입지제도 등 다양한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정부 정책에 따라 전라북도 부안군과 고창군 해상에서 건설되고 있는 서남해 해상풍력 개발사업이 다시 힘을 받고 있다. 그 중심에는 사업을 주관하고 있는 한국해상풍력주식회사가 있다. 지난 5일 한국해상풍력이 공개한 서남해 해상풍력 실증단지를 다녀왔다. 

■ 전북 부안·고창군 해상에 구축

▲박용섭

연간 175GWh, 5만 가구 사용량. 서남해 해상풍력 발전단지가 실증 단계에서 가능한 전력 생산량이다. 향후 시범단계, 확산단계로 진입하면 생산량과 부대 이익을 가늠하기 어려울 정도이다.

최종 목표치인 2.46GW를 달성하면 국내 해상풍력발전 트랙레코트(사업실적) 확보 및 그리드패러티(신재생에너지와 화석발전의 전력 생산 원가가 같아지는 균형점) 달성에 기여해 국내 풍력발전산업의 중심 역할도 가능하다.

지난 2010년 정부가 ‘해상풍력 3대 강국’을 목표로 시작한 서남해 해상풍력사업은 2.46GW 규모의 풍력발전기를 바다에 설치하는 사업이다. 

2011년 정부, 지방자치단체, 민간사업자 간 서남해 해상풍력 개발협약(정부, 전라남북도, 9개 사업기관)이 체결되고 본격적으로 개발이 시작했다. 

한국전력과 발전 6사가 출자해 지난 2012년 창립된 한국해상풍력은 2016년 전원개발사업 승인(60㎿)을 받고 본격적으로 실증단지(60㎿), 시범단지(400㎿)를 구축한다. 이후 확산단계(2000㎿)는 민간이 건설을 맡는다.

2017년 4월, 1단계로 실증단지 건설을 착공한 사업은 약 4573억원이 투자돼 2019년 11월까지 실증단지 준공을 완료하고 해상 테스트베드를 구축을 목표로 한다.

실증단지 건설은 두산중공업과 현대건설이 컨소시엄을 구성, 한국해상풍력과 계약해 진행한다. 두산중공업은 기초 구조물 설계 및 터빈 설계와 공급을, 현대건설은 기초구조물 제작 및 설치, 터빈 설치를 맡는다.

포스코는 자켓 기초 1기, 전력연구원은 석션기초 1기, 전기연구원은 발전기 내부망 3기의 연구 개발을 총괄한다. 해상변전소 제작과 설치는 현대스틸산업이 맡는다. 변전소의 전력망 종합설계는 한전이 책임진다.

■ 소음 줄이는 석션버켓 방식·발전량 향상 탄소섬유 블레이드 등 기술 검증

실증단지는 향후 개발·확산단계에서 규모가 커질 발전소의 축소판이다. 이곳에 설치되는 풍력발전기와 설비들은 미리 성능과 다양한 신기술이 검증되며 기술력·효율 등을 점검한다.

또 환경 문제를 최소화하는 방안과 지역민들과 상생, 친환경에너지를 공급하려는 사업 의도를 실증하는 방안이 이곳에서 이뤄진다.

주변의 우려와 달리 건설 중인 실증단지는 소음이 거의 나지 않는다. 이는 풍력탑을 세우는 방식에 숨어있는 기술력 때문이다. 

전력연구원은 기존에 사용되던 자켓 방식에 석션버켓 기초 방식을 도입해 소음과 공사기간을 단축하고 있다. 이 방식은 풍력탑을 세울 때 해수면을 타공해 탑을 심는 방식(자켓방식)과 달리 바다 밑 펄의 흡착력을 이용하는 기술이다. 

명칭과 같이 버켓을 뒤집어 펄층에 내린 후 그 사이에 있는 해수와 공기를 펌프를 이용해 빼내면 탑이 바닥에 고정되는 방식이다. 

소음이 적고 타공으로 인한 부유사가 발생하지 않아 어족자원도 보호하고 공사기간을 줄인다. 또 실증단지에서는 탄소섬유를 사용하는 블레이드(날개) 터빈 개발도 실증 중이다. 발전기 날개를 가볍게 만들어 출력과 발전 효율을 높이는 것으로 탄소섬유 블레이드는 발전량을 약 40% 가까이 향상한다.

최신 정보통신기술(ICT)을 사용한 통합운전시스템과 통합감시시스템도 주목된다. 통합운전시스템은 GPS를 기반으로 한 운영감시시스템을 구축해 설치되는 주요 풍력설비의 운전 정보를 실시간으로 확인하고 이를 발전기 운영 테이터로 축적한다.

이를 통해 터빈, 해상변전소 등 발전기 주요부의 운전기록과 영상이 실시간으로 관제소로 전송돼 효율적인 통제가 가능하다. 

통합감시시스템은 레이더와 CCTV를 연동해 발전기 주변을 탐지한다. 이 시스템으로 도서지역 전력 및 통신해저케이블 경로 감시 및 통제, 출입 선박 추적이 가능하며 이를 토대로 인근 양식장 등 어민의 어업 활동을 보호하는 기능도 가진다. 

아시아

기술력의 정점은 지난 5월 설치된 해상변전소이다. 해상변전소는 풍력발전기에서 생산한 전기를 육지로 전달하는 데 필요한 설비이다. 해상변전소는 생산된 전기를 배전급 전압으로 받아 송전급 전압으로 승압, 육지에 있는 계통으로 연결해주는 매개 역할을 한다.

물론 해상풍력발전단지에 반드시 해상 변전소가 필요한 것은 아니다. 서남해 해상발전단지도 경제성과 시공 편의만 생각한다면 인근 위도에 설치하는 것이 수월하다. 즉 육지 변전소로 해저 케이블을 끌어 전기를 승압하는 것이 비용이 더 저렴하다.

하지만 한국해상풍력은 아시아에서 처음으로 설치한 해상변전소를 기반으로 한국의 해상풍력 기술과 운영 노하우를 축적해 다가올 해상풍력 시대에 대비한다는 계획이다. 해외 주요 해상풍력단지들이 주로 해상에 설치되기 때문에 반드시 정복해야 할 기술이기 때문이다. 

■ 지역과 상생 위한 수산업 공존 사업도

한국해상풍력은 지역 어민을 위한 공존사업도 진행하고 있다. 풍력발전기가 해안에서 약 10㎞ 이상 떨어진 해상에 설치되지만 엄연한 어민들의 생활터전임을 알기 때문이다. 

한국해상풍력은 어민을 위한 수산업 공존사업을 실증단지에 진행 중이다. 단지 내 주변 해수 공간을 활용, 어민 소득 증대방안을 찾기 위한 연구를 유관기관과 약 100억원을 들여 2014년부터 지난해까지 추진했다. 

이를 토대로 발전단지와 어민이 상생할 수 있는 다양한 방안을 마련했다. 해상풍력 지지구조물, 어초형 세굴방지공, 인공어초를 설치해 어패류가 살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고 복합양식장을 설치해 어민의 이익을 돕는 것이다. 

지난 2016년 전력연구원이 제안해 시작된 수산업 공존사업은 2016년 고창 주민들과 사업 추진을 협의하고 지난해 10월 공존실증단지가 운영 중이다.    

서남해 해상풍력 개발사업은 지난 2010년 추진 당시 계획에 따르면 이미 시범단계까지 건설이 마무리됐어야 했다. 약 7년간의 공백이 생긴 것이다. 처음 터빈을 공급하려던 기업들이 이탈하면서 현재 터빈 기자재를 담당하는 기업도 1곳만 참여하고 있는 상황이다. 일부에서 경쟁 구도가 상실됐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이다. 

아직 해결돼야 할 문제도 남아있다. 고창 지역 일부 어민들이 법적 보상대상이 아닌 어업권을 두고 권리를 주장하며 공사 중지를 위한 실력행사에 나서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해상풍력 관계자는 “일부 어민들이 주장하는 맨손어업과 한정어업 관련 사안은 이미 어업권이 소멸상태이거나 과거 보상금이 수령된 사항”이라며 “향후 협상과 법률적 조치를 통해 건설에 차질이 생기지 않도록 진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 해상풍력발전의 진흥을 유도하기 위한 다양한 계획안이 준비되고 있다. 정부는 지자체 중심의 대규모 해상풍력발전단지 건설안을 발표하고 광역 5개 시도를 중심으로 하는 사업 진행을 발표했다. 그동안 해상풍력의 문제점을 해결하고 정책의 추진동력을 얻기 위한 방안이다. 

업계 관계자는 “서남해 해상풍력개발사업의 지연과 주요 기자재 업체의 사업 철수도 지역 수용성과 사업의 경제성 향상을 위한 노력 부족과 이에 따른 일관성 없는 정부 정책이 주요 원인”이라고 지적했다.  

한국해상풍력 관계자는 “전라북도 주관 상생협의회를 구성해 주민들과 ‘합동해양환경영향조사’를 시행하고 피해보상절차 안내 등을 통해 주민들이 우려하고 있는 사항을 해소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