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에너지 계획, 발표보다 논의가 중요

2018-07-02     한국에너지

[한국에너지신문] 최근 발표되고 있는 에너지 및 환경과 관련된 계획은 국민에게는 물론이고 산업계에도 큰 영향을 끼치는 것들이다.

‘계획’은 그 속성상 어쩔 수 없이 장기성을 띤다. 그래서 세우는 데에도 그 계획이 품고 있는 기간과 맞먹는 시간이 필요하다.

아니 어쩌면 그 기간보다 더 많은 시간을 들여서 세워야 조금 더 현실성 있는 계획을 세울 수 있다.

그러면 그렇게 확보되는 시간에는 과연 무엇을 해야 하는가. 책상에 앉아서 계산을 해 보고 있을 것인가. 장고에 잠겨 앞으로의 미래를 그려 볼 것인가. 그 모든 것이 중요하지만, 순서로 따지면 한참 뒤에 해야 할 일들이다. 또 사실은 정부에 속한 공무원들이 할 일도 아니다. 앞의 것은 업계의 사업자들이, 뒤의 것은 일반 시민이 다들 알아서 할 것이다.

정부가 내실 있는 계획을 위해 가장 먼저 해야 하는 것은 이 계획 때문에 영향을 받을 수도 있는 이들을 생각해 보고, 필요하다면 그들을 직접 찾아가 보는 일이다.

그렇게 수집된 정보를 바탕으로 이해 관계자들 사이에서 중재자 역할도 하고, 설득도 할 수 있어야 정책을 입안하고 집행하고 평가할 수 있는 실력과 자격을 갖추게 되는 것이다. 그러한 실력은 ‘실제’를 알고 있는 사람과 알지 못하는 사람의 차이다.

정부가 세운 계획, 그중에서도 특히 에너지 계획은 계속해서 ‘어떻게 실시될지 의문’이라는 질타를 받고 있다. 계획의 맥락을 잘 알 수 없기 때문이다. 과거 정부에서도 계속되어 왔던 문제이지만, 현 정부에서는 살짝 심각해진 느낌마저 있다.

사실 현 정부는 인물과 정책이 준비되어 있다는 점을 강조해 왔었다. 하지만 1년여를 지켜본 결과는 에너지 분야나 환경 분야에 대한 준비가 과연 되어 있는지 의문이 들 정도다, 물론 부족하나마 새로 계획을 세우는 것은 지난 정책에 이름과 모양만 바꿔가면서 새로운 정책이라고 내놓는 것보다는 낫다.

하지만 다른 일도 아니고, 5000만이라는 인구가 사는 대한민국의 에너지 정책을 세우는 일이다. 정신을 똑바로 차리고 각각의 영역에 살아 있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어서 이해를 하고, 내 생각이 틀리고 다른 생각이 맞는다면 내 생각을 고치겠다는 자세로 임할 줄도 알아야 한다. 그런 과정이 있어야만 정책을 제대로 세울 수 있다.

물론 무엇을 세우든지 간에 욕을 먹을 준비를 하고 있어야 하는 것은 공무원들의 숙명이다. 욕을 먹을 때 먹더라도 방향만큼은 분명하게 서 있어야 하는데 정작 그렇지도 않은 듯해 보이는 게 문제다.

당장 신재생에너지 공급인증서 가중치 문제를 들여다보자. 정부가 5월 발표한 가중치의 적용을 사실상 유예기간을 완화시켜 조정하는 방식으로 급한 불은 껐다. 하지만, 불씨가 살아날 가능성은 얼마든지 있다.

조정 대상은 대개 현재 착수했거나 준비를 하고 있는 사업자뿐이고 새로 이 시장에 들어오게 될 미래의 사업자, 그중에서도 중소기업과 영세기업으로서는 새로 마련된 가중치 조정안은 사실상의 진입장벽으로 느낄 수밖에 없다.

대기업이나 공기업에는 모르겠지만, 중소기업과 영세기업을 위한 예외조항이라도 만들어야 할 텐데 결국 이 부분도 일단 착수해 놓고 문제가 생기면 부랴부랴 대책을 내놓으면서 조정될 가능성이 커졌다.

온실가스 감축 계획 역시 흐리멍덩하고 엉성해 보이는 건 마찬가지다. 이 분야의 계획은 국내에만 한정돼 있지 않다. 국제적으로도 다양한 관계 속에 얽혀 있다. 정부가 세계적인 사정을 들여다보고 기존 계획을 실행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음을 인정한 것은 그나마 평가해 줄 수 있다.

하지만 계획을 세우는 시한에 쫓겨 많은 이해관계자가 얽혀 있는 세부사항을 제대로 파악하지 않은 채 발표에만 급급했다는 비판은 피하기 어렵다. 국제 협상 중인 산림 흡수원에 대한 내용을 정부가 서둘러 수정안에 넣고, 정작 석탄화력발전의 감축 목표를 줄인 것은 이 정부가 정책을 어떻게 세우는지 도무지 가늠할 수 없게 만든다.

정부가 정책과 계획을 바로 세웠다면 지금이라도 이 정책에 관계된 이해관계자들을 만나야 한다. 현황이 어떻게 되어 가고 있는지 살펴서 실현 가능한 계획을 세워야 한다. 그렇게 하지 않는다면, 결국 이 정부가 세우는 에너지-환경 계획은 공염불에 그치고 말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