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주도 HVDC 기술 개발이 필요하다

2018-05-21     오철 기자
오철

[한국에너지신문] 4월 남북 정상회담, 판문점 선언과 6월 북미 정상회담 예정으로 인해 한반도 정세가 완화되면서 동북아 슈퍼그리드 구축이 대두되고 있다. 남-북-러를 이어주는 고압직류(HVDC) 기반의 전력망은 타당성 조사를 마쳤고 한국과 러시아, 북한과 러시아 사이에 있었던 협약이 북한과 남한 간에도 경제협력이라는 테두리 속에서 이어질 전망이다.

현재 슈퍼그리드라는 이름으로 추진되고 있는 국가 간 전력망 연결 사업은 이미 북유럽, 남유럽, 아프리카 등 세계 전역에서 이뤄지고 있기에 구축사업 자체에서 창출되는 경제적 가치도 상당하다.

북유럽은 2050년까지 4491억 달러, 남유럽은 2050년까지 약 4000억 유로의 규모로 투자를 계획하고 있으며, 아프리카도 총투자금액이 약 3500억 달러에 이를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이에 따라 HVDC 관련 시장도 2020년까지 24%의 연평균 성장률과 2030년까지 1500억 달러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슈퍼그리드 사업의 핵심인 HVDC 전력망 구축사업에서 우리나라는 뒷짐만 지고 바라봐야 할지도 모른다. 한국은 HVDC ‘자체 기술 빈국’이기 때문이다. 한국전력은 원천기술을 보유한 GE와 합작회사(KAPES)를 설립해 자체기술을 개발 중이지만 선진국에 비해 뒤처져 있는 실정이다.

오히려 한전은 가시적 성과가 적다는 이유로 자체기술을 포기하고 해외도입으로 선회했다. 그사이 중국은 정부의 대대적인 지원아래 국산화에 성공하고 세계 HVDC 시장의 약 80%를 차지했다.

정부는 겉으로는 혁신성장을 외치면서 국민 눈에 보이는 부분에 투자를 했지만(실제론 체감이 안 되고 있다고 대통령에게 지적받았다), 정작 국가적 로드맵도 만들지 않고 기술의존으로 연평균 성장률 24%의 블루오션을 놓치고 있었다.

HVDC 기술을 선도하고 있는 유럽국가와 중국은 정부가 국산화 개발정책을 추진해 인력을 양성하고 산·학·연이 모두 참여하는 중장기 국산화 정책을 펼쳐 성공적으로 세계 진출을 이뤄냈다. 

얼마 전 LS전선의 HVDC 케이블에 대한 세계 최초 공인인증기관 승인 소식이 들렸다. 일진전기도 나주 혁신도시에 HVDC·전력ICT 연구센터를 구축하고 기술확보에 매진하고 있다. 슈퍼그리드 구축 사업은 길다. 우리나라도 늦지 않았다. 우리도 독일처럼 기술이 앞서 있는 기업을 중심으로 국가적 국내 경쟁체제를 마련해 인력을 키우고 중장기 종합 로드맵을 만들어 HVDC 기술 국산화를 추진한다면 지금은 동북아 슈퍼그리드의 '단역'이지만 머지않아 '주연'의 자리를 꿰찰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