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운오리’ 인천석유화학 SK 달고 ‘백조’로
‘미운오리’ 인천석유화학 SK 달고 ‘백조’로
  • 조강희 기자
  • 승인 2018.04.19 1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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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9년 세 번째 정유사 ‘경인에너지’로 출범…인천 지역 최대 기업으로 성장
▲ SK인천석유화학 사업장 전경.

[한국에너지신문] SK인천석유화학이 ‘미운오리’에서 ‘백조’로 다시 태어났다. 지난해 창사 이래 최대인 영업이익 3966억원을 달성한 이 회사는 올해도 정제 마진과 제품 수요를 바탕으로 호실적을 이어나가겠다는 각오를 다지고 있다.

1969년 한화와 미국 유니온오일(현 코노코필립스)의 합작으로 대한민국 세 번째 정유회사인 ‘경인에너지’가 탄생했다. 이 회사는 석유류 제품을 국내 주력 산업현장이었던 경인공업지역에 생산해 공급하면서 경제 발전의 초석으로 자리잡았다.

하지만 1990년대 중반 석유시장 자유화 조치 이후 석유제품 마진악화에 IMF 금융위기 등이 겹치며 재무건전성이 악화됐다. 적기 투자가 이뤄지지 않으면서 수익성은 지속적으로 떨어졌다. 1999년 한화그룹에서 현대정유(현 현대오일뱅크)로 경영권이 양도되고 이름도 인천정유로 바뀌었지만, 2001년 9월 부도가 났다. 2003년 3월 법정관리에 들어가면서 대규모 구조조정이 진행됐다.

SK에너지(현 SK이노베이션)는 법정관리상태이던 인천정유를 인수해 설비를 소폭 증설하고 쉬고 있던 설비를 다시 돌리면서 정상화 사업을 진행했다. SK가 인수할 당시만 해도 인천정유는 단순 정제시설로만 구성돼 경쟁력이 떨어졌다.

SK는 인천석유화학의 체질 개선을 위해 2012년부터 2년여간 총 1조 6200억원을 인천정유에 투자했다. 그 결과 2014년 단일공장 국내 최대규모인 연간 130만톤 규모의 파라자일렌 생산능력을 갖추게 됐다. 파라자일렌은 페트병과 합성 섬유의 원료가 되는 고부가가치 화학제품이다. 최근 파라자일렌 호황이 지속되면서 2016년 영업이익 흑자를 달성했고, 2016년부터 2018년까지 3년간 통합 영업이익은 ‘1조원’ 시대를 바라보고 있다.

인천정유는 SK에너지가 인적분할하면서 2013년 현재의 이름인 SK인천석유화학으로 변경했다. SK인천석유화학은 국내 관련 회사 중 유일하게 상압증류공정(CDU)과 초경질원유분리공정(CSU)을 동시에 보유하고 있다. 상압증류는 원유를 끓는점 차이에 따라 액화석유가스, 나프타, 등유, 경유, 중유 등으로 분리하는 공정이다. 초경질원유분리공정은 휘발유 등 경질유를 포함해 초경질원유(컨덴세이트)까지 분리하는 공정이다.

석유 및 석유화학제품 원가의 90%는 원유가 차지한다. 경제성 있는 원유 도입은 사업 수익성과 직결된다. SK인천석유화학은 초경질원유, 경질원유, 고유황 중질원유, 나프타 등 다양한 원료를 시황 변화에 따라 빠르고 유연하게 투입할 수 있다. 경쟁사에 비해 손실은 낮게, 수익은 높게 할 수 있는 구조다.

원유 도입국가도 중동 위주에서 탈피해 북유럽, 러시아, 아프리카 등으로 다변화하고 있다. 구매 계약도 시황에 따라 분기 또는 연 단위의 장기계약과 월 단위의 단기계약 비율을 신속하게 조정하고 있다. 현재 장기계약 비율은 30% 이하 수준이다. 2016년 초 이란 제재 해제에 맞춰 이란산 콘덴세이트 도입계약을 체결한 것도 최근 실적 향상에 도움이 됐다. 최근에는 이란산을 줄이는 대신 러시아, 카자흐스탄, 나이지리아 등에서 경질원유를 도입하고 있다.

▲ SK인천석유화학은 매년 4월 중순 벚꽃축제를 진행한다.

한편 설비를 증설하던 2013년 당시 유해화학시설이라며 반대와 공장 이전을 외치던 지역주민들은 매년 4월이면 공장 곳곳에 핀 벚꽃을 즐기기 위해 소풍을 나온다. 직원과 주민에게 쾌적한 환경을 제공하기 위해 이 회사는 2013년 이래 화학물질관리, 저탄소 녹색성장, 대기관리, 수질관리, 냄새 및 소음관리 등 5개 분야에 약 3000억원을 투자했다. 회사 앞 봉수대로변에는 메타세쿼이아 가로수길을 조성하고 회사 정문과 후문에 실시간 대기질 전광판을 설치했다. 이 회사는 최근 고용노동부 공정안전관리심사에서 최우수인 ‘P’ 등급을 획득했다.

한편 이 회사는 2015년부터 2018년까지 300억을 상생을 위해 쓰기로 했다. 지난해부터 노조의 제안으로 구성원들이 자신들의 임금을 협력사 직원 지역 주민들과 나누는 ‘임금 공유제’도 실시하고 있다. 직원들의 임금에 회사가 일대일 매칭 그랜트 방식으로 3억 규모의 기금을 조성했다. 이 돈은 16개 협력사 직원 286명 및 지역아동센터, 경로당 등에 전달된다. 현재 이 회사는 노사합의로 소비자물가지수와 연동해 임금 인상률을 결정하고 있다.

최남규 SK인천석유화학 사장은 “지금까지의 성장은 경영진의 지휘와 구성원의 헌신, 지역주민의 협력으로 가능했던 일”이라며 “동북아 최고의 생산성과 경쟁력을 가진 회사로 성장해 SK그룹과 지역을 대표하는 기업으로 성장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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