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칼럼] 폭스바겐 스캔들과 클린디젤 자동차의 불편한 진실
[전문가 칼럼] 폭스바겐 스캔들과 클린디젤 자동차의 불편한 진실
  • 정동수 한남대 기계공학과 강의 교수
  • 승인 2018.04.02 13:09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 정동수 교수

[한국에너지신문] 정부는 미세먼지 대책으로 경유차 운행을 줄이고 전기차로 대체하고 있다. 전기차는 엔진이 없어 무공해 자동차로 알고 있지만 엔진 배출물보다 주행으로 인한 타이어 마모와 도로 먼지 재비산이 더 문제이기 때문에 미세먼지 저감에는 별 도움이 안 된다. 온실가스(CO2)도 발전과정에서 생기는 것을 감안하면 전기차의 온실가스 저감 효과도 거의 없다.

그리고 전기차의 보급 확산에는 큰 장애물이 있는데, 첫 번째가 배터리 성능이고, 두 번째는 높은 가격이며, 세 번째가 전기충전소의 부족이다. 정부는 이런 장애를 극복하고자 수조원의 지원금을 투입하면서 전기차를 밀어붙이고 있다. 그 대신 노후 경유차가 아닌 멀쩡한 신형 경유차까지 ‘클린디젤은 사기’라 홍보하면서 내치고 있는 실정이다. 과연 클린디젤은 사기였을까?

옛날부터 경유차는 연비와 힘이 우수하지만 질소산화물(NOx)과 미세먼지(PM)가 많이 발생하는 치명적인 단점이 있었다. 점차 배출가스 규제가 대폭 강화되면서 유럽에서는 오랫동안 연소기술을 개선하고 촉매와 필터 등을 부착했다. 그 결과 2005년을 기점으로 질소산화물(NOx)과 미세먼지(PM)를 대폭 줄여 ‘깨끗한 디젤(Clean Diesel)’이라는 슬로건을 내걸고 다시 태어난 것이다.

그 당시 고유가 행진과 맞물려 연비와 힘이 좋고 환경성마저 개선된 클린디젤은 유럽은 물론 가솔린 승용차 천국인 미국 시장에서도 소비자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폭스바겐의 미국 신차 판매는 2010년을 기점으로 급상승한 반면 미국 자동차회사들은 자연히 고전하게 된 것이다. 디젤엔진 기술이 낙후된 미국 입장에서는 당연히 속이 상할 수밖에 없었다.

이런 클린디젤의 전성기인 2015년 9월 미국 정부가 폭스바겐의 배기가스 배출 조작 사건을 폭로했다. 폭스바겐이 질소산화물(NOx)을 줄이기 위해 배기가스를 재순환(EGR)하는 장치를 조작한 것이다.

인증시험 시에는 제대로 작동을 하고 도로 주행 시에는 작동을 중단시키는 것이다. 운행 중에 이 장치의 작동을 중단하면 힘이 강해지고 장치의 내구성은 좋아지지만 질소산화물의 배출은 많아지므로 이는 명백한 속임수이고 사기임에는 틀림없다.
그러면 그 당시 왜 폭스바겐이 이런 속임수를 사용했으며 폭스바겐만 그랬을까? 

그 당시에는 실도로를 주행하면서 배출가스를 측정할 수 있는 정밀한 장비가 많이 보급되지 않았고 규제할 기준도 없었기 때문에 대책을 마련하고 있는 과도기 시절이었다.

따라서 이러한 속임수는 불법이 아니었으며, 폭스바겐뿐만 아니라 유럽과 일본의 자동차회사는 물론, 한국의 현대·기아와 미국의 포드·지엠사까지 거의 모든 자동차회사가 공공연하게 사용해 왔던 것이다.

폭스바겐의 스캔들 폭로 직후 약 한 달 간격으로 영국 리즈대학 연구팀이 발표한 내용에서도 대부분의 경유 승용차에서 실도로 주행 시 질소산화물의 과다배출이 확인되었고 오히려 폭스바겐 경유차가 양호한 편이었다.

자동차 전문가들은 이러한 내막을 이미 알고 있었다. 우리 환경부도 물론 알고 있었으나 단속보다는 오히려 경유차의 질소산화물이 기준치보다 약 10배나 과다 배출되어 미세먼지의 주범으로 매도하고 경유차 퇴출과 전기차 도입을 위한 명분 쌓기에 이용만 한 셈이다.

폭스바겐 스캔들의 큰 파도가 거쳐 간 지금은 전 세계에 경유차 실도로 주행 시 측정 장비도 보급되고 질소산화물의 배출량 기준은 2017년부터 기준치의 2.1배, 2020년부터 1.5배로 허용규제가 확정되었다.

현재 생산되는 유로6 신형 경유차는 미세먼지 주범이라는 누명에서 벗어나 다시 ‘클린디젤’이라 부를 수 있는 자격을 되찾은 셈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