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재천에서] ‘원인 규명 토론회’라 쓰고, ‘미봉책 공청회’라 읽는다
[양재천에서] ‘원인 규명 토론회’라 쓰고, ‘미봉책 공청회’라 읽는다
  • 조강희 기자
  • 승인 2018.03.29 17:1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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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해외자원개발 부실원인규명 토론회에서 규명된 것은? A: “없다!?”

[한국에너지신문] “이 토론회를 하는 이유가 대체 뭡니까. 이게 만약에 광해공단과 광물공사의 통합을 위한 공청회라면 지금 당장 이 행사를 중단해야 됩니다.”

산자부와 해외자원개발혁신 특별작업반(TF)이 28일 서울 종로 무역보험공사에서 ‘해외자원개발 부실원인 규명 토론회’라는 행사를 열었다. 이 자리에는 폐광지역 주민들, 광해관리공단과 광물자원공사 직원들, 기자 등이 모였다.

TF 위원장인 박중구 서울과기대 교수는 해외자원개발 부실의 원인이라기보다는 현황과 문제점, 부실사례들을 나열하는 데 그쳤다. 이 문제가 당시 정치권과 어떤 연관이 있는지에 대해서는 에둘러 비켜나갔다.

하이라이트는 박기영 산자부 에너지자원정책관이 발표한 ‘해외자원개발 체제개편 방향’에서 드러났다. 향후 추진 방향은 세 개의 공사에 대한 방향을 모두 실었지만, 결론은 ‘광물분야 체제개편 세부 방향’만 따로 떼어 발표했다. 골자는 광물공사를 폐지하고, 해외자원개발 직접투자 기능을 제외한 잔존기능을 광해공단으로 통합해 ‘한국광업공단’을 설립한다는 것이다. 통합기관이 양 기관의 모든 부채와 자산을 포괄적으로 승계하는 것이 핵심이다. 폐광지 주민들이나 광해공단 직원들의 의심과는 반대로 박 국장은 “동반부실 우려가 차단된다”고 발표했다.

이 발표가 있자, 지정토론은 시작도 못한 상태로 좌중의 분위기는 끓어올랐다. 전문가 토론패널들이 이런저런 문제점을 지적했지만, 대부분 주목받지 못했다. 대신 토론회 내내 폐광 지역 주민들과 광해공단 직원 등 이해관계자들은 “이 행사의 정체가 뭐냐”, “토론하러 온 것이지 강의 들으러 온 것이 아니다”, “강원도 중에서도 폐광지역 주민들은 맨날 당하기만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정부 관계자를 뺀 참석자들이 한 가지 일치하는 점은 있었다. “갑작스런 미봉책은 안 된다”는 점이다. 토론회는 예정보다 30분이나 지난 5시 30분에 마쳤지만, 도출된 결론은 토론에 대한 결론이 아니라 산자부가 발표한 결론 뿐이었다.

익명을 요구한 한 학계 인사는 “(이명박 정부) 당시의 분위기에서 보면 자원개발 사업을 무리하게 추진했던 데는 어떤 환상 같은 것이 작용했던 것 같다”며 “지금도 마찬가지로 재무 문제만 해결되면 마치 모든 것이 끝날 것 같은 환상이 작용해 기관들에 대한 미봉책을 내놓고 추진하려는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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