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직 갖췄다고 정책이 세워지지는 않는다
조직 갖췄다고 정책이 세워지지는 않는다
  • 한국에너지
  • 승인 2018.03.26 11: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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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부에 끌려다니는 산자부 신재생에너지 정책

[한국에너지신문] 산업통상자원부가 신재생에너지를 활성화하겠다며 최근에 조직을 만들었다. 에너지자원실 산하에 신재생에너지 정책단을 만들고 정책, 보급, 신산업, 수요관리 등을 과(課)로 만들어 조직은 훌륭하게 갖췄다.

하지만 조직을 갖춘 결과는 처참하다. 풍력과 태양광 등 가장 기초적인 재생에너지 개발에 대해 환경부에서 제동을 거는데도 관련 산업 진흥을 위해 뛰어야 하는 산자부는 꿀 먹은 벙어리 노릇이나 하고 있으니 말이다.

환경부는 최근 육상풍력 발전사업 계획입지제를 연내에 도입하겠다고 발표했다. 풍력은 물론 효율이 낮고 점유 면적이 크다. 업자들이 무분별하게 설치하는 것도 문제다. 그러나 사업 추진 과정에서 주민 참여를 보장하고, 설득만 충분하게 한다면 이런 문제는 대부분 해결될 수 있다.

계획입지제는 신재생에너지 사업을 위한 주민 참여나 설득 과정을 원천 봉쇄할 수도 있는 제도다. 이번에 환경부가 이 제도를 도입한 것에 대해 산자부도 어떤 입장이 있어야 하고, 그에 대해 유감이라도 표명해야 할 텐데 별다른 반응이 없다. 반응이 없는 게 큰 문제다.

제동이 걸린 건 육상 풍력만이 아니다. 2011년부터 햇수로 8년간이나 끌어왔던 서남해 해상풍력을 포기할까 말까 저울질하고 있는 것이 바로 산자부다. 이건 환경부와도 큰 관련이 없다. 최근에 100㎿급 해상풍력 실증단지 공모 대상지를 전국으로 확대해 다시 공고한 것도 서남해 사업 포기를 위한 사전 포석이 아니냐는 의심을 받고 있다.

서남해는 정부가 공고한 실증단지의 4배에 달하고, 추진해 온 기간이 8년이나 돼 너무 아까운 사업이다. 계획했던 대로 온전한 사업이 어렵다고 판단되면 용량을 축소하거나 주민과 협의를 거치고 다양한 배후 사업 등을 추진해야 한다. 하지만, 그러한 대책을 세우는 데 산자부는 소극적이다.

이에 대해서 업계에서는 지난 정부에서 추진해 왔던 사업은 접고 새 업적을 만들기 위해서 실증단지를 만든다는 소문까지 들린다. 그 말이 사실이라면 큰일이고, 사실이 아니면 설명이 안 되니 그 역시 문제다.

최근 3차 에너지기본계획을 세우는 과정에서도 산자부는 어리둥절해 하고 있다. 3차 계획은 목표연도가 2040년까지다. 지금 가동하고 있는 발전소 설계 수명은 2025년을 전후로 대부분 끝나게 되는데, 이를 보충하기 위한 계획이 전무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물론 산자부가 납작 엎드린 채 아무 계획도 세우지 않고 있는 것이 일면 이해가 가는 측면도 있다. 지난여름과 겨울, 전력 수급이 빡빡할 때 수요감축 요청을 했다고 공격을 받았다.

그뿐인가. 신재생에너지를 확대하면 전기요금이 올라가는 것이 아니냐며 우려하고, 원자력 수출 지원을 위해 나가면 기조가 바뀌었다고 공격을 받았다. 정책을 추진하고 실행하다 보면 공격은 받게 돼 있다. 정책의 결과가 각 사람에게 다르게 영향을 주기 때문이다. 하지만 공격받는다고 겁부터 집어먹을 일이 아니다.

정책 추진을 더 원활하게 하기 위해 입장과 계획을 분명하게 정해 놓아야 한다. 에너지전환을 이 정부 에너지 정책의 가장 중요한 구호로 설정했다면, 장차 수명이 끝나는 원자력과 화력을 모두 신재생에너지 설비로 바꾸는 내용의 장밋빛 계획이라도 세워 놓아야 한다. 그렇게 해야 환경부가 계획입지제를 추진하겠다고 하는 데 대해 ‘협의’와 ‘타협’의 여지라도 생긴다.

더구나 정부가 세우는 에너지 정책이 신재생에너지만 있는 것도 아니지 않은가. 에너지 전체를 조망하면서 그 안에서 재생에너지와 이제까지 주력을 맡아 왔던 에너지들의 경중을 정해 순위와 배합비를 정해야 하는 것이 산자부의 역할이다. 하지만 아직까지 ‘신재생에너지 정책단’이라는 조직을 만든 것 이외에 별다른 움직임이 없다면 이는 큰 문제다.

우리가 이 문제를 제기하는 이유는 다른 데에 있지 않다. 산자부가 재생에너지 산업의 진흥을 위해서 뛰어야 하는 부서이기 때문이다. 더구나 과거에 비해 인력과 조직을 재조정하기까지 해 놓은 마당에 아무것도 하지 않고 있는 것을 보아줄 국민은 없다. 산자부는 지금이라도 재생에너지 계획, 에너지전환 계획, 전력계획, 에너지기본계획 등 다양한 계획의 기조와 방향을 제대로 세우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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