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칼럼] 차이를 이해할 때 얻을 수 있는 혁신의 가치
[전문가 칼럼] 차이를 이해할 때 얻을 수 있는 혁신의 가치
  • 함경선 전자부품연구원 수석연구원
  • 승인 2018.03.26 11:3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 함경선 수석연구원

[한국에너지신문] 너무 흔하게 쓰여서 일까? IoT(사물인터넷, Internet of Things)나 빅데이터, AI(인공지능, Artificial Intelligence)라는 용어는 더 이상 낯설게 느껴지지 않는다.

그러다 보니 첨단 기술을 설명하는 자리에서는 “IoT와 빅데이터를 이용하면 된다”라는 식의 선언적인 표현이 난무하고 대중도 이를 쉽게 받아들이고 만다. 

마찬가지로, 지금 이슈가 되는 4차 산업혁명의 패러다임 속에서 우리 에너지 분야도 이 혁신적인 기술 수단을 너무도 쉽게 다루고 있는 건 아닌지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사람들은 에너지 다소비 건물이나 설비에 센서를 붙이고, IoT로 연결하고, 빅데이터를 분석하면 에너지 소비를 획기적으로 낮출 수 있다고 한다.

그리고 태양광이나 풍력과 같은 신재생에너지에 IoT와 빅데이터를 이용하면 변동성을 해결할 수 있다고 한다. 과연 그럴까? 이 신기술은 정말 우리 가까이에 있는 것일까?

분명 에너지 산업에 IoT와 빅데이터를 활용하면 가치 있는 혁신을 가져다 줄 것이다. 그러나 알맹이 없는 상상 속의 신기루에 현혹되어 있는 건 아닌지 한 번 더 생각해 봐야 한다.

간혹 에너지 업계는 이 첨단 기술이 만병통치약처럼 문제를 잘 해결해 줄 것으로 기대하고, ICT 업계는 이러한 기대를 한 몸에 받으며 모든 데이터를 쉽게 얻을 수 있고 그 속에서 원하는 지식을 쉽게 얻을 수 있겠다는 섣부른 예단을 할 때가 있다.

만일 어떤 데이터가 필요한지, 어떻게 얻어야 하는지, 얻어진 데이터를 어떻게 활용해야 하는지에 대한 방법을 고민하지 않았다면 치명적인 허점을 안고 가는 것이 된다. 서로가 미루는 영역에서 잠재적인 위험이 만들어진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그 공백을 채워나가야 할까? 우선, 막연한 상상보다는 문제를 구체적으로 인식할 필요가 있다. 무엇을 원하는지, 무엇이 필요한지, 우리가 갖는 문제의 본질을 인식해야 한다. 쉽고 명확하게 정의된 목표는 에너지와 ICT 분야를 연결하는 훌륭한 고리가 된다. 

그 다음은 그 목표를 얻기 위해 어떤 지식이 필요한지 보다 높은 시각에서 바라봐야 한다. 지식은 곧 데이터이므로 필요한 데이터를 정의할 수 있게 되고 그 데이터를 얻기 위한 기술적 수단인 IoT의 실현 방법이 연이어 결정된다.

원하는 데이터가 명확하다면 어떤 센서를 통해서 어떤 통신으로 데이터를 얻을 것인가가 분명해진다. 이렇게 되면 준비는 끝난 셈이다. 이제는 발달된 기계학습이나 추론과 같은 인공지능 기법이 문제 해결에 도움이 될 차례다.

필자는 이러한 과정에서 15세기 이탈리아 피렌체에서 나타났던 ‘메디치 효과’를 기대한다. 과학, 예술, 인문 등이 한데 어울릴 때 그 영역들 간의 교차점에서는 세상이 놀랄만한 혁신이 출현한다.

그렇다면 앞서 말한 문제 인식부터 그것을 해결하는 방법에 이르기까지 모든 과정이 에너지나 ICT, 어느 한 쪽에서 이뤄지는 것이 아니라 그 영역의 교차점에 이뤄져야 한다. 이때는 완전히 다른 서로의 지식이 잘 어울리기 위해서 아주 밀접한 커뮤니케이션이 필요하다.

각 분야 사람들은 서로의 언어(용어)를 이해하기 위해 끊임없는 노력을 해야 한다. 그리고 이 커뮤니케이션은 시작하는 순간 협력의 과정이 되므로 혁신의 성패를 좌우할 정도로 영향력이 커진다.

지금의 시장은 에너지 기술 혁신을 기다려 주지 않으려는 듯하다. 그 때문에 완전히 새로운 것보다는 이미 존재하는 기술을 새롭게 조합하는 융합으로 발 빠르게 대처해야 할 것 같다.

이때 우리가 얻을 수 있는 혁신의 가치는 서로 다름을 이해하고 그 차이를 이용하는데서 얻어진다는 점을 잊지 말자. 차이를 이해하고 이용하려면 가까이 다가가서 서로에 대해 배워야 한다. 그것이 진정한 혁신의 전제조건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