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와의 천연가스 협력 확대 좌초시켜선 안 된다
러시아와의 천연가스 협력 확대 좌초시켜선 안 된다
  • 한국에너지
  • 승인 2018.02.26 10:44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한국에너지신문] 우리나라와 러시아의 천연가스 협력 확대 계획이 최근 있었던 양국 협의에서 재확인됐다.

러시아의 대형 액화천연가스 프로젝트는 가즈프롬과 노바텍 등이 각각 한 곳씩 상업생산을 하고 있고, 노바텍이 두 곳에서 가동을 계획하고 있다. 2017년 현재 생산량은 1550만 톤에 달한다.

러시아는 국영기업인 가즈프롬이 독점했던 천연가스 수출권을 국영 석유회사 로스네프트와 민간회사인 노바텍에도 풀었다. 우리에게도 쇄빙선 수출이나 파이프라인가스 추진과 관련해 잘 알려진 야말 프로젝트에 대해서는 세제 혜택과 각종 금융 지원을 제공하고 있다.

이 때문에 수송비용은 높고 개발여건이 좋지 않은 상황에서도 경쟁력이 있다는 평을 받고 있다. 사할린, 발트해, 연해주, 북극 등 다양한 사업지에서 천연가스 개발이 이뤄지고 있다. 중소규모의 액화설비를 건설해 선박 벙커링을 하고, 중국과 유럽 등 인근 국가 수출을 추진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우리나라가 러시아와의 협력을 강화하는 것은 적절하다. 우리나라는 카타르, 호주, 오만,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 등지에서 장기계약으로 천연가스를 들여온다. 러시아와 같은 비교적 가까운 이웃이 천연가스를 저렴하게 수출하려고 하는 지금, 늦었지만 서둘러서 물량을 확보할 필요가 있다.

수입경로가 다변화되면 구매자가 가격 협상에서 우위를 차지할 수 있다. 미국 천연가스를 20년간 도입하는 계약을 맺은 것처럼, 러시아의 천연가스 도입량을 늘리는 계약은 기존 수출국에 의미 있는 신호를 보낼 수 있을 것이다.

물론 러시아산 천연가스 도입은 해묵은 논란을 다시 일으킬 수 있다. 바로 PNG의 북한 통과 여부다. 이 문제는 노태우 대통령 시절 처음 거론돼 김영삼, 김대중, 노무현, 이명박 정부를 거치면서 협의가 진전되는 듯했다.

하지만 지난 박근혜 정부 당시 국제사회의 대북제재 분위기 때문에 답보상태에 빠졌다. 북핵 문제로 일단락된 상태지만, 러시아와 천연가스 협력을 추진한다고 할 때는 언제든지 수면 위로 부상할 수 있다.

그러나 이것을 이유로 러시아와 천연가스 협력 확대를 또 한 번 좌초시켜서는 안 된다. 북핵 문제는 PNG만의 과제로 남겨 두고, 도입 자체를 늘리는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 LNG 도입량이라도 조금씩 먼저 늘려 놓아야 나중에 PNG가 들어올 때도 부드럽게 들어올 수 있기 때문이다.

가스 분야 협력의 대상을 러시아만으로 한정 지을 필요도 없다. 우리가 첫째로 할 일은 천연가스를 수출할 여력이 있는 다양한 국가를 상대로 협상을 벌이는 것이지, 러시아와의 관계를 강화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천연자원이 부족한 우리나라는 다른 나라와 에너지 분야에서 협력할 때 다양한 요소를 고민해야 하지만, 최우선은 경제성이라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

또 한 가지 제안하고 싶은 것은 장기계약을 고집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현물 계약이나 중단기 계약도 비중을 일정하게 유지할 필요가 있다. 특히 난방용으로 7년간의 중기 계약으로 도입했던 전례도 있는 만큼 다양한 기간을 설정해 계약하는 경험을 늘려야 한다.

더불어 국내 가스 산업계는 냉방용 천연가스 사용 확대 방안을 고민해야 한다. 이번 겨울은 유독 강추위가 잦아 가스 산업에도 훈풍이 불었다. 하지만, 여름의 가스산업은 고전을 면하지 못하는 것이 현실이다. 여름은 더욱 더워지고 겨울은 더욱 추워지는 것이 현재와 미래의 기후 경향인 만큼 전력 피크를 분산시키기 위해서라도 가스냉방의 보급은 시급하다.

러시아에서, 미국에서, 그 외에 다양한 나라에서 가스 수출 경쟁이 일어날 조짐이 보인다. 바닥을 모르고 내리던 유가가 또 오른 걸 보면 천연가스의 호시절이 얼마나 갈지는 장담할 수 없다. 하지만 큰 흐름은 오르내린다. 긴 호흡으로든 짧은 호흡으로든 이용할 수 있을 때 이용하는 것이 지혜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