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재생에너지 보급과 산업 육성, 어느 쪽이 더 중요할까

권혁수 에너지산업진흥원 이사장l승인2018.02.12l수정2018.02.12 10: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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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권혁수 이사장

[한국에너지신문] 짓궂게도 어른들은 막 말문을 연 아이들에게 “아빠가 좋아? 엄마가 좋아?”라는 난감한 질문을 많이 한다. 좀 더 커서 유치원을 다닐 무렵에는 또 다른 질문이 던져진다. “유치원이 좋아?” 위 두 질문은 약간 성격이 다르다.

하나는 선택을 해야 하는 질문이고, 다른 하나는 성향을 묻는 질문이다. 두 질문의 공통점은 답하기가 쉽지 않다는 것이다. 누구든 준비되어 있지 않다면 체계적이고 논리적으로 선택해 답하기는 어렵다. 

‘에너지 보급’과 ‘에너지산업’은 분명 다르다

40여 년간 에너지 분야를 연구하면서 묻고 싶은 것이 있다. 나 자신에게 하는 질문이기도 하지만, 국가에 묻는 질문이기도 하다. 

“보급이 중요한가? 산업이 중요한가?” 최근 들어서는 신재생에너지 산업 정책을 담당하는 공무원들에게 이 질문을 하고 싶다. 과연 이 시점에서 우리에게 필요한 것이 신재생에너지 보급인지, 경쟁력 있는 신재생에너지 산업인지 진지하게 물어보고 싶어졌다. 왜냐하면, 보급과 산업은 엄격히 말하자면 서로 다르기 때문이다. 

보급은 기능이고, 산업은 그 기능을 제품화·상품화하여 판매하는 것이다. 그래서 보급이 산업과 서로 연계하도록 함으로써 궁극적으로 신재생에너지 정책이 올바로 서지 않을까 생각된다. 

보급의 질 제고가 신재생에너지 산업 발전의 대안 

그런데 우리나라 신재생에너지 정책을 들여다보면 산업 육성의 패러다임이 안 보인다. 오로지 보급만을 언급, 산업 육성의 근간을 만들어 갈 방안은 찾아보기가 어렵다. 

대부분의 신재생에너지 기업은 전통적인 성장 전략의 대상으로 보기 어려운데도 보급만 늘리면 될 것처럼 말한다. 심한 경우는 신재생에너지 산업이 고용 창출의 보고라고 주장하기도 한다.

신재생에너지 산업에서 고용이 창출되려면 먼저 국내뿐만 아니라 국제적인 수요에 대응하기 위한 경쟁력과 기술력을 구비해야 하는데 우리는 갖춘 것이 별로 없다. 
태양광 산업계는 좀 낫지만 풍력, 연료전지 산업계는 내세울 만한 것이 없다.

물론 일부 예외도 있겠지만 대개는 그렇다. 재생에너지 3020 정책에 의해 보급이 늘어날수록 글로벌 기업의 시장으로 전락하지 않을까 하고 우려하는 사람들도 많다. 

지금 신재생에너지는 에너지전환 정책의 꼭대기에 서 있다. 이를 잘 활용해 신재생에너지 산업을 우리의 미래 성장 수단으로 자리매김할 방안 마련이 시급하다. 우리가 잘 할 수 있는 분야부터 찾아야 한다. 보급도 중요하지만 이를 통해 육성 가능한 산업을 키워 나갈 수 있는 전략이 만들어졌으면 하는 바람이다. 

연료전지산업의 경우 정부가  지난 수년 동안 R&D를 비롯해 천문학적인 예산을 지원해왔다. 그러나 정부의 재생에너지 3020 정책과 코드가 맞지 않는다고 버려져서는 안 된다. 

보급만을 위한 정책보다 양질의 산업 육성 정책이 시급한 것이 아닌지 고민해보아야 한다. 


권혁수 에너지산업진흥원 이사장  koenergy@koenerg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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