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자체 에너지 전담기관 설립보다 목적이 중요하다
지자체 에너지 전담기관 설립보다 목적이 중요하다
  • 한국에너지
  • 승인 2018.01.15 10: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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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너지신문] 에너지 전담기관 설립을 준비하고 있거나, 아이디어 차원에서 추진을 서두르는 지자체가 점차 많아지고 있다.

최근 충남, 울산, 부산, 인천, 전남, 전북 등이 관련 기관을 설립하기 위해 다양한 모습으로 준비를 서두르고 있다. 공사나 공단 같은 비교적 대규모 조직을 만들려고 하는 지자체는 타당성 용역부터 진행해야 한다. 작은 조직을 만드는 데에는 시간과 돈이 그리 많이 들지 않는다.

이미 유사한 기능의 기관도 전국에 많이 들어서 있다. 대표이자 최초의 전담기관은 제주에너지공사다. 바람 자원을 활용해 ‘무탄소섬’이라는 전국 최초의 계획을 실현하기 위해 제주 지역의 풍력발전을 관리하는 기관을 만든 것이다.

두 번째로 설립된 경기도에너지센터는 경기도 내의 신재생에너지 보급과 온실가스 저감, 미활용 에너지 활용, 에너지 신산업 활성화를 위한 지원을 담당한다. 서울에너지공사는 기존 서울주택도시공사 산하의 집단에너지사업단이 명칭과 조직을 개편해 지난해 출범했다. 산하의 열병합발전소를 관리하는 기관이지만, 그 외에도 신재생에너지와 관련된 작지만 다양한 사업에도 눈을 돌리고 있다.

앞서 설립된 다양한 기관들의 본을 받아 각 지자체에 이러한 조직이 들어서는 것에 대해 정부도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
특히 정부는 재생에너지 확대를 지역과 주민 중심으로 추진하겠다는 계획을 세워 놓고 있는 만큼, 이러한 전담기관을 설립하고 운영하는 것을 적극 지원하고 있다.

정부 입장에서는 전담기관을 주민 참여와 갈등 해결을 위한 수단 중의 하나로 보고 있기 때문에 설립을 굳이 반대할 이유가 없다. 또한, 중앙 정부와 지자체 계획 간 조율이 필요한 경우에는 해당 기구를 통해 협의를 진행할 수 있다는 것도 장점이다.

하지만 장점만 있는 것은 아니다. 전담기관 설립은 지자체가 자체적으로 얼마든지 할 수 있는 일이지만, 문제는 어떤 목적으로 어떤 사업을 하느냐다. 공기업 또는 독립 조직을 만들때 가장 조심하여야 하는 것은 자리 만들기용 조직이 되지 않도록 하는 것이다.

사람을 위해서 모든 일을 한다고는 하지만, 일도 없으면서 조직부터 만들어 놓고 그 안에 사람을 끼워 넣는 일은 조심해야 한다. 민간인들이 그러한 일을 해도 경우에 따라 지탄을 받는 일이 있는데, 하물며 자체 지방세와 국세 등에서 일정 부분 지원을 받는 조직을 그렇게 만들어서는 곤란하다.

이미 일부 지자체 주민들은 에너지 전담기관 추진에 대해서 기존 기관 업무와의 중복, 자리 만들기용 조직 구성 등 다양한 문제를 들어 설립에 반대하는 경우도 있다. 더구나 지역에 에너지 산업이라고 할 만한 마땅한 것이 없는 지자체들까지 기관 설립을 추진하는 것은 일이 거꾸로 된 것이다.

지역에 에너지 관련 산업이 필요하거나, 개발할 수 있는 여지가 있을 때 할 수 있는 것이지, 다른 지자체에서 하니까 우리도 한다는 식으로 추진해서는 곤란하다.

에너지 전담기관 자체의 한계도 있다. 사업을 추진하는 것을 넘어서서 지역의 사업을 독점하는 기관이 되어서는 안 되는 것이다. 보급 활성화나, 연구 개발 등의 일을 하는 것은 얼마든지 장려할 수 있고, 그 결과를 민간 기업과 나누는 일이 해당 기관이 해야 할 가장 중요한 책무다. 타당성 검증은 했지만, 초기 사업이어서 어려움을 겪을 때 제한적으로 지원하는 역할도 할 수는 있다. 하지만 사업자의 진입을 막거나, 지역 내의 사업을 독식하기 위한 조직 구성은 가장 경계해야 한다.

에너지 전담기관의 설립은 물론 필요성과 장점이 많은 사업이다. 하지만, 우리가 지적한 다양한 단점과 한계를 생각하지 않고 무턱대고 추진한다면 결국에는 필요가 없어서 폐지되는 조직이 되는 운명을 겪을 수도 있다.

그런 뜻에서 에너지 전담기관은 지자체 차원에서 ‘에너지 비전’을 세우고, 그 비전을 계속해서 추진해 나가기 위해 만들어야 한다. ‘에너지 전환’을 추진하는 정부에서 잠시 잠깐 지나가는 유행이어서는 절대 안 된다. 변화가 빠른 이 시대에 100년을 바라보는 조직으로 만들 수는 없을지라도 불면 날아가는 식으로 가볍게 만들 일은 결코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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