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차 온실가스 배출권거래제 발표…반응은
제2차 온실가스 배출권거래제 발표…반응은
  • 오철 기자
  • 승인 2018.01.02 09: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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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년 기획] 늑장 정책에 할당량 감소까지…기업 “혼란·부담만 늘었다”

[한국에너지신문] 배출권거래제는 정부가 기업에게 배출권을 할당하고 그 범위 내에서 온실가스를 배출하되, 여분·부족분은 타 업체와의 거래를 통해 판매하거나 매입할 수 있는 제도다. 우리나라는 교토의정서 이후 제시된 국가적 온실가스 감축 노력을 이행하고자 2015년 1월 12일 첫 발자국을 디뎠다. 

지난 3년간(2015~2017)의 첫 시도는 기업 단위 보고서까지 꼼꼼하게 관리하는 등 국제사회에서 가장 세심한 배출권거래제도를 보여줬다는 평가가 있는 반면, 형평성 논란, 배출권 가격 폭등, 늑장 할당계획 발표 등의 논란을 낳기도 했다.

이제 정부는 올해부터 새롭게 제2차(2018~2020년) 온실가스 배출권거래제를 시작한다. 정부는 기존 1차 계획의 문제점을 보완하고 배출권 거래시장 활성화를 위해 유상할당, BM(BenchMark)할당 확대, 초과 배출권 이월 제한 등 다양한 정책들을 도입할 예정이지만 당장 비용을 지불하는 입장이 될 수 있는 기업에겐 새로운 정책이 마냥 반갑지만은 않다는 반응이다.

■ 제2차 배출권 할당계획 주요 내용은

제2차 온실가스 배출 한도는 기업의 배출 예상량보다 15%가량 줄었다. 기업들은 약 6억 3217만 톤을 예상했지만, 실제 배출권은 약 5억 3846만 톤으로 할당됐다. 정부는 지난해 12월 19일 국무회의를 열고 이 같은 내용의 ‘제2차 계획기간 국가 배출권 할당계획’을 의결했다.

2차 온실가스 배출권 5억3846만톤
2단계부터 유상할당·BM할당 확대
초과 배출권 이월 제한 등 도입

제2차 계획기간은 1·2단계로 나눠 단계적으로 계획을 진행한다. 1단계에는 이번에 발표한 약 5억 3846만 톤이 그대로 5개 부문 26개 업종으로 할당됐다. 올해 할당량 5억 3893만 톤보다 47만 톤 줄어든 규모이자 기업들이 예상한 온실가스 배출량의 85.2% 수준이다. 업계에선 벌써부터 배출 예상량보다 15%가 적은 양으로 할당돼 부담이 크다는 입장이다.

2단계는 미세먼지 종합대책, 제8차 전력수급 기본계획, 제3차 에너지 기본계획, 2030 온실가스 감축 기본 로드맵 수정·보완 사항 등 환경·에너지 정책을 종합 고려해 내년 중으로 2018~2020년도분 배출권 할당량을 확정한다는 방침이다. 이때는 앞서 공지된 유상할당, BM할당 방식 확대 등에 대한 세부 사항도 결정하게 된다.

아울러 시장 활성화를 위해 기업이 ‘제1차 계획기간 연평균 할당량의 10%+2만 톤’을 초과해 이월 시 초과량만큼 제2차 계획기간 할당량에서 차감한다고 결정했다. 정책 불확실성과 시장전망이 어려워 불안감에 배출권을 쌓아만 놓고 판매하지 않아 가격이 2만 6500원까지 폭등했던 작년 2월과 같은 사태를 만들지 않겠다는 것이다.

■ 불확실성 해소 되나

지난해 2월 한국의 배출권 가격은 2만 6500원까지 치솟았다. EU의 6200원, 중국의 6400원(상해 기준)에 비해 약 4배가량 비싼 가격이다. 가격상승의 요인으로 1기 전체의 배출권 공급 부족을 꼽기도 했지만, 제도 시행과정에서 노출된 정책의 불확실성이 잉여배출권의 매도보다는 이월을 선택하게 했다는 분석이 많았다.

시장에서는 불확실성 제거가 중요하다. 불확실한 요소가 사라지고 시장이 안정을 찾게 되면 투자와 거래가 활발해진다. 결국, 배출권 거래시장이 활발해지기 위해서도 불확실성 제거가 중요한데, 업계는 그간 정부의 행보를 보아서는 거래시장이 경직될까 우려된다는 반응이다.

우선 잦은 담당 부처 변경이 문제가 됐다. 출범 당시 환경부 주관이었던 제도가 2016년 6월 기재부로 넘어가더니 다시 환경부로 돌아왔다. 잇단 업무이관으로 부처 직계가 개편되고 공무원 소속이 뒤바뀌는 과정에서 행정비용이 발생하고 업무지연을 초래했다. 

대표적으로 당장 올해 1월 1일부터 시작해야 할 제2차 할당계획을 겨우 13일 남겨두고 발표했다. 현행법상 작년 6월 말에 마무리됐어야 하는 일이다. 이와 관련해 정부의 한 관계자는 “업무가 이관되는 과정에서 양 부처 누구도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았던 점도 할당 계획이 늦어진 원인”이라고 털어놨다. 

늑장 행정에 업계는 속이 새카맣게 탔다. 배출권 할당량과 제도변화를 알아야 중장기적인 경영 계획을 세울 수 있기 때문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기업 경영에 있어서 예측 가능성이 매우 중요한데 신뢰성을 잃은 정부 정책이 아쉽다”라고 말했다.

특히, 이번 회차에는 유상·BM할당 대상 및 방식, 경매제도, 2030 온실가스 감축 로드맵 적용 범위 등 다양한 정책 제도가 도입되기에 업계는 정부의 행정이 더욱 불안하기만 하다. 이에 정부 관계자는 “새로 도입되는 정책이 주로 2단계(2019년)부터 시작되기에 남은 시간을 기업·전문가와의 다각적인 소통과 논의를 통해 철저히 준비하겠다”라고 말했다. 

■ 유상할당 대상과 BM할당 확대범위는

제2차 계획 2단계부터 유상할당이 시작된다. 유상할당 대상으로 분류되느냐 아니냐는 비용상승과 직결되는 이슈이다. 유상할당 대상기업으로 선정되면 배출권 할당량을 정부로부터 97%만 무상으로 할당받고 3%는 정부에 돈을 내고 구매해야 한다.

다만 ▲무역집약도 30% 이상 ▲생산비용발생도 30% 이상 ▲무역집약도가 10% 이상이고 생산비용발생도가 5% 이상 조건에 해당되면 무상할당 대상으로 선정돼 100% 배출권을 할당받을 수 있다.

하지만 이처럼 민감한 정책 시행에 앞서 정부는 아직 어떤 통계자료를 기반으로 무역집약도와 생산비용발생도를 산정할지 정하지 않았다. 주로 사용되는 산업연관표는 제작 특성상 5년마다 실측표를 작성하고 나머지는 추정치로 업데이트되기 때문에 기업의 사업보고서에 비해 정확도가 떨어진다는 평가다.

업계 관계자는 “어떤 데이터로 기준을 삼을지 몰라 막막하다”며, “명확한 기준을 수립해 시장의 불확실성을 미리 제거해 주길 바란다”고 토로했다.

기업, 예상보다 15%↓…부담 토로
모호한 유상할당 대상 산정 기준 등 정책 불확실성에 제도 정착 의문
거래제 유연성 위한 ‘외부사업’ ‘법적 추가성 요건’에 막혀 큰 어려움

정부 관계자는 “기존에도 배출권할당 방식 형평성 논란이 있었던 터라 이러한 문제가 재발하지 않도록 만전을 기하겠다”고 말했다.

동일 업종의 시설 효율성을 기준으로 배출권을 할당해, 효율이 높은 기업에 유리한 BM할당 방식 적용도 확대된다. 1차 계획기간에는 대부분 과거 배출실적을 근거로 배출권을 할당하는 GF(GrandFathering)방식을 적용하고 정유, 시멘트, 항공 등 3개 업종에만 BM할당 방식을 적용했다. 하지만 정부는 친환경 투자·산업 혁신 유도를 위해 범위를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올해 초부터 논의를 시작해 기존 마련된 BM할당 방식을 토대로 대상 업종 BM가이드라인(7개 업종 예상)을 만들어 이를 기초로 확대해 나간다는 방침이다.

■ 배출권거래제 활성화의 Key…외부사업 인증실적

배출권거래제도의 유연성을 제공하기 위한 수단으로 기업은 외부사업을 통해 인증된 온실가스 감축량(KOC, Korean Offset Credit)을 상쇄배출권(KCU, Korean Credit Unit)으로 전환해 온실가스 감축 목표 달성에 활용하거나 시장에서 거래할 수 있다. 사전할당량이 부족하거나 판매하고 싶으면 외부사업을 통해 대응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실제 외부사업을 추진하기는 쉽지 않다. 바로 법적 추가성 요건 때문이다. 외부사업의 내용이 현행 법·제도에 의무사항으로 규정돼 있지 않아야 하는데 우리나라는 에너지 이용합리화법, 신재생에너지 공급 의무화제도 등 법령에서 의무적인 온실가스 감축 사업이 만연해 법적 추가성 요건을 만족하기 쉽지 않다.

특히, 배출권 업체가 중소기업에 온실가스 감축 시설이나 에너지 고효율 설비를 설치하고 이를 외부사업 실적으로 인정받아 서로 win-win 하는 사례를 만들고 싶어도, 지원받는 업체가 목표관리제 대상업체인 경우가 다수여서 실적을 인정받기 힘들다.

목표관리제도에 포함된 대상 업체(온실가스 배출 5만tCO2 이하)도 온실가스 감축 의무가 있어, 할당량을 감축하지 못하면 벌금을 내게 돼 있다. 즉, 중소기업도 이미 목표관리제 때문에 스스로 자비를 들여 온실가스 감축 설비를 설치하는 등 법적으로 감축 의무를 이행했기에 외부사업과 연계되기 어렵다는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목표관리제도를 미국처럼 보고제 형식으로 바꿔 중소기업에게 온실가스 현황 보고만 의무화한다면 배출권 업체가 외부사업을 보고제(중소기업) 업체 대상으로 활발히 펼칠 수 있는 생태계가 조성될 것”이라고 말했다.

또 이보다 작은 소규모 사업장에는 타산이 맞지 않아 사업을 진행하기 어렵다. 외부사업 거래소 이용 시 지불하게 되는 가입비(300만 원), 연회비(50만 원), 검증비용 등이 상당하기 때문이다.

이에 정부는 외부사업 활성화 방안으로 온실가스 감축량 거래정보 플랫폼을 만들어 판매 및 구매 정보, 거래 절차 및 방법, 거래 관련 각종 양식, 거래 현황 등의 정보를 제공한다는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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