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 자립 청사진 제시…‘중랑물재생센터’
에너지 자립 청사진 제시…‘중랑물재생센터’
  • 조성구 기자
  • 승인 2018.01.02 09: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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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년 기획] 물 되살리며 소수력·태양광 발전…전천후 에너지 생산 기지로
▲ 중랑물재생센터

[한국에너지신문] 인류가 발견하게 될 에너지원의 마지막은 무엇일까? 불을 시작으로 석유 시대를 지나 최근 각광받고 있는 수소에너지나 태양에너지의 다음은 현 시점에서는 추측하기 힘들다.

더 타임즈는 ‘절약’을 제5의 에너지원이라 규정한 바 있다. 이는 그동안 발견한 에너지원을 아껴 다시 사용하는 것이 또 다른 의미의 에너지원이라는 것이다. ‘재생’은 어쩌면 절약의 이면을 의미한다. 그간 사용했던 에너지를 활용해 또 다른 에너지를 만드는 것이 미래 에너지 고갈을 준비하는 자세일지 모른다.

정부는 최근 신재생에너지 정책에 강한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2030년까지 신재생에너지 비율을 전체 발전량의 20%까지 높인다는 계획이다. 중시됐던 기존의 원전, 석탄발전을 줄이고 친환경적인 재생에너지 발전에 힘을 쏟고 있다.

하지만 정부의 재생에너지 발전량 달성에 회의적인 목소리가 들리기도 한다. 지자체도 정부의 정책에 발맞춰 다양한 정책을 제시하지만 재생에너지원의 ‘불확실성’으로 확정적인 수치가 좀처럼 나오지 않고 있다.

그렇다면 에너지 고갈 시대의 가장 현실적인 대책은 무엇일까. 소비하는 에너지를 재활용해 새로운 에너지를 만들어 사용하는 것이 아닐까. 서울시 중랑물재생센터가 ‘재생’과 ‘절약’ 그리고 ‘발전’의 기본기를 보여주며 미래 에너지 자립의 청사진을 제시해 주목받고 있다.  

>>물 재생을 통해 에너지를 얻다

현재 우리나라의 물재생센터는 중랑센터와 탄천, 서남, 난지, 4곳이 운영되고 있다. 우리나라 최초의 하수처리장이란 역사를 가진 중랑센터는 서울시가 직접 운영한다. 한강 개발이 시작되던 시기 건설된 중랑센터는 하루 동안 처리하는 하수 용량이 159만 톤에 이른다. 

오염된 하수는 5개의 처리장에서 표준활성오니법, 고도처리A²O공법, MLE공법으로 재생된다. 하수관을 통해 들어온 하수는 ‘침사지’에서 일차적으로 흙, 모래 등 큰 이물질이 걸러지고 ‘최초침전지’로 보내진다.

이곳에서 침전 방식으로 느린 속도로 이동하며 물보다 가벼운 침전물인 BOD는 26%, SS(불용성부유물질)는 47%가 걸러진다. ‘포기조’로 이동한 하수는 공급되는 산소와 호기성 미생물을 통해 유기적 과정을 거쳐 분해된다. 마지막으로 최종침전지에서 체류하며 유기물질을 가라앉히고 소독 처리 후 상류부의 맑은 물은 중랑천에 방류되거나 지난해 9월 개관한 하수도과학관 주변 생태공원 연못에 보내져 재활용된다.

▲ 소화조에서 발생한 메탄가스는 가스저장소에서 유독한 ‘황’이 제거된 후 연결관을 통해 예스코로 공급돼 도시가스로 바꾸어진다.

이 과정이 물 자원의 ‘재생’이다. 쓰임을 다한 하수는 재사용이 가능한 ‘중수’로 바뀐다. 중랑물재생센터를 ‘물이 몸을 씻는 곳’이라고 부르는 이유이다. 침사지, 침전지, 포기조 과정에서 생긴 하수 슬러지도 허투루 버려지지 않는다. 발생된 슬러지는 농축조에서 농축돼 소화조로 이동된다. 농축된 슬러지의 유기물은 소화조에서 ‘혐기성 상태’로 분해되고 슬러지는 감량화·안정화된다. 

이 과정에서 발생된 메탄가스는 다시 에너지원으로 사용된다. 일부는 가스저장탱크에 모아져 탈황을 거쳐 센터 ‘소화가스발전기’의 에너지원으로 다시 사용되고 나머지는 도시가스로 변신한다. 또 소화조 과정을 거친 액상 슬러지는 탈수를 거쳐 고체 슬러지 케이크 형태로 변형되고 수분 10% 미만 수준으로 건조돼 화력 발전소(동서발전)에 공급되거나 시멘트 원료로 재활용된다.      

■ 하수처리수 이용 16㎾ 규모 소수력 발전

서울시의 2014년 물재생센터 소수력발전사업 협약을 기점으로 시작된 ‘미활용 수자원’을 이용한 발전사업도 서서히 성과를 내고 있다. 

사업비 36억 8000만 원이 투입된 사업은 소수력 발전시설의 계획용량을 176㎾로 정했다. 100㎾를 담당하는 서남물센터의 사업은 2015년 4월부터 상업운전을 시작해 43.2%의 높은 평균효율을 달성하고 있다.

2단계 사업인 중랑재생센터의 16㎾ 발전은 2017년 8월 설치를 완료하고 현재 시운전 조정 중에 있다.          

윤문경 센터 관리과장은 “단순히 버려지던 하수처리수를 이용한 소수력발전은 센터의 에너지 자립률을 높이는데 기여할 것”이라며 “향후 저낙차 수차발전설비에 필요한 시스템 개발과 각종 기기 관련 산업도 발전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 바이오가스를 도시가스로…에너지 자립 기여

농축 슬러지 분해 과정에서 생성된 메탄가스도 유익하게 사용되고 있다. 중랑센터는 하수에서 걸리지는 오니(슬러지)를 고체슬러지 케이크로 만드는 과정에서 나오는 가스를 지난 2015년부터 도시가스로 만들어내고 있다. 

폐기 예정이던 제2처리장 2소화조를 음폐수 처리시설로 활용, 소화가스 증산을 계기로 시작된 사업은 지역 도시가스사인 예스코와 공동으로 추진하고 있다.
중랑센터는 일간 2만 6000㎥의 바이오가스를 예스코에 판매하고 예스코는 이를 정제해 7000세대에 1만 6000㎥의 도시가스를 공급한다.

버려지던 폐열을 회수하고 음폐수의 처리를 통해 생성된 바이오가스를 도시가스로 일반가정에 공급하는 사업은 연간 1만 2307톤의 온실가스를 줄이고 있으며 5834Toe에 해당하는 LNG 수입 대체 효과를 가져오며 14억 5900만 원의 세수 증대 효과를 나타낸다.

윤문경 과장은 “바이오가스를 정제해 도시가스로 사용하는 것은 계획 초기에는 성공에 대한 찬반이 나눠졌고 지원하는 법 규정과 품질기준이 국내에 없어 시행에 어려움이 있었다”며 “2012년 2월 품질검사 기준이 마련돼 현재는 높은 수준의 품질로 도시가스가 공급되고 있다”고 밝혔다. 

사업은 잉여가스로 버려지던 에너지를 재생에너지로 활용해 에너지 자립 증진에 크게 기여한 것으로 평가된다. 바이오가스를 도시가스로 정제해 공급하는 기술력은 우리나라 최초이며 정부기관과 민간기업 간 효율적인 수익 비즈니스 모델로 평가돼 현재 여타 지자체에서도 관련 사업을 추진 중이다. 

>>유휴 공간 이용, 발전에 나서다

중랑물재생센터는 에너지 절약을 위해 재생에너지 사업을 시행하며 에너지 자립화에도 나서고 있다. 또한, 절약과 발전이 공존하는 환경을 만들어 부수되는 사업의 이익을 시민의 복지에 활용할 계획이다.

■ ESS 설치 에너지 효율화 사업 추진

▲ 중랑물재생센터가 지난해 9월 에너지효율화 사업 업무협약식을 개최했다. 왼쪽부터 최인규 KEPCO 에너지솔루션사장, 이인근 중랑물재생센터 소장, 김정수 LG-히타치워터솔루션 대표이사.

지난해 9월 센터는 에너지저장장치(ESS) 설치 계획을 수립하고 LG히타치워터솔루션(대표 김정수)과 에너지 효율화 사업을 시작했다. 센터의 방류 수질 안정화를 강화하고 전력 소비 증가에 대비해 전력 이용의 효율화를 목적으로 시작된 사업이다.

ESS는 심야 전력을 축전지에 저장, 전력소비가 많은 시간에 공급해 전력 효율성을 높인다. 또한, 향후 석탄발전과 원자력발전소 가동 중단 등으로 전기요금의 상승에 대비하기 위한 자립화 사업으로 평가된다. 

중랑센터는 PCS(전력변환시스템) 3㎿h, 배터리 18㎿h를 구축, 전기 요금 절감 및 비상 전원 확보에 나선다. 

민간자본(설치비용 100억 원)을 활용한 사업은 중랑센터가 부지를 제공하고 인허가 등 행정업무를 지원한다. LG히타치워터는 설치비용을 부담하고 2018년부터 13년간 시설의 운영과 전기료 절감액으로 운영비를 회수할 계획이다.

중랑센터는 ESS 설치로 연간 1억 4000만 원, 13년간 18억 원의 전력 절감 효과를 거둘 것으로 보고 있다. 또 서울시 타 상하수시설로 확대 시 연간 8억 2000만 원, 전국으로 확대 시 연간 47억 6000만 원의 전력 절감 효과가 있는 것으로 분석한다. 

정삼모 센터 에너지팀장은 “이 사업은 올해 적용되는 ‘ESS 보급 활성화 계획에 따른 전기요금 추가할인제도’ 시행 이후 공공기관에 적용되는 가장 큰 규모의 사업”이라며 “ESS는 정전 시 충전전원의 대체 공급으로 24시간 가동되는 하수처리과정에 안전성을 더할 것”이라 말했다.

또 “전력 피크시기 피크 치 상승억제로 전기 요금 절약에 큰 효과가 있는 만큼 전국 상하수시설에 사업이 전파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덧붙였다. 

▲ 제2처리장 2차 침전지에 구축한 700㎾ 규모의 태양광 발전시설 모습.

■ 9개 건물 옥상에 ‘희망그린발전소’    

매월 170가구가 사용 가능한 전력을 생산하는 태양광 발전소도 들어선다. 제2처리장 1차침전지 일대 및 9개의 건물 옥상에 세워질 ‘서울희망그린발전소’는 620㎾ 용량으로 건설된다. 태양광 발전을 통한 ‘신재생에너지 생산 및 복지사업 활용’을 목적으로 세워지는 희망그린발전소는 서울시의 ‘태양의 도시, 서울’ 종합계획의 하나다.

중랑센터는 지난해 10월 LG화학, 환경공익법인 에너지나눔과평화와 함께 사업 시행을 협약하고 2018년 4월 준공을 목표로 세웠다. 1월 착공을 앞두고 발전소 설치를 위한 구조물 안전진단과 설계가 진행됐으며 설치되는 태양광 발전시설은 월 5만 9520㎾를 생산한다.

에너지나눔평화가 향후 시행할 발전사업 1167㎾에 더해 총 1787㎾의 발전이 가능해진다. 20년간 생산될 태양광 발전 전력 수익금 약 12억 4000만 원(연 6200만 원)은 취약계층 청소년 등을 위한 복지사업에 쓰인다.

>>인터뷰 / 이인근 중랑물재생센터 소장

“에너지 생산·하수처리 기술 개발 첨병으로” 

▲ 이인근 중랑물재생센터 소장

지난해 1월 부임한 이인근 소장은 대학에서 환경공학을 공부하며 상하수도 원리에 대해 공부했던 경험을 소개했다. 대학 현장 실습 때 중랑물재생센터를 방문했었다는 이 소장은 당시 계획했던 자신의 꿈(센터 소장)을 이뤘다고 말했다. 근 30년간 중랑센터와 함께한 이인근 소장을 만나 앞으로의 계획을 들었다.

- 꾸준히 논의되는 ‘물관리’의 시작점은 시민들이 사용한 하수의 올바른 사용이다. 중랑물재생센터는 다가오는 재생에너지 시대의 좋은 표본이다. 센터를 소개하자면.

중랑물재생센터는 전국 최초, 최대 용량을 가진 전국 상하수도시설의 맏형이다. 도심에 위치한 지리적 장점으로 하수를 처리하는데도 최적의 조건이며 최초라는 상징성으로 자부심을 가지고 다양한 사업을 시행하고 있다. 1989년 하수처리장으로 시작해 현재 시민들과 함께하는 생활공간으로 거듭나고 있다. 

- 센터는 물 ‘재생’ 공간에서 ‘발전’의 공간으로 다양한 사업을 진행 중이다. 이 같은 사업을 시작하게 된 직접적인 이유는.

그간 공직에서 에너지 업무 경험으로 폐기물을 통해 에너지를 만드는 시스템을 항상 생각했다. 중랑센터는 24시간 가동해야 하는 에너지 대량 소비처인데 이곳이 에너지 생산의 거점으로 바뀐다면 멋진 일이라 생각한다. 현재 센터가 시행 중인 에너지저장장치(ESS) 사업, 소수력 발전, 바이오가스(소화가스)의 도시가스화, 태양광 발전 사업은 그 연장선이다.         

- 에너지저장장치(ESS) 도입의 장점과 현재 센터의 에너지 자립률은 얼마인지.

24시간 가동으로 센터 전기요금은 연간 약 170억 원(산업용 레벨3)에 이른다. 서울시 4개 하수처리장에서 사용하는 전력량은 서울 50만 가구(4인 기준)의 사용량과 맞먹을 만큼 많다. 심야 전기요금은 ㎾당 60원이다. 주간은 120원으로 두 배이다. 더구나 올 초 2월 개정된 ESS 저장 특례할인제도로 ㎾당 30원에 공급받을 수 있다. 전기료가 낮을 때 저장했다가 전력부족 시 사용하는 방식(ESS)으로 현재 센터의 에너지자립률은 약 50%를 달성했다. 또 비상시 전원 확보로 3개의 처리장이 6시간 가동할 전력을 저장할 수 있어 시설 안정화에 기여한다.    

- 올해 시작되는 ‘서울희망그린발전소’의 추진 배경과 기대효과는.

이 사업은 LG화학으로부터 13억 원의 설치 기부금을 받아 진행된다. 발전 수익금은 서울시 취약계층 청소년들의 장학금으로 지원된다. 서울시와 기업이 에너지 발전으로 지역사회를 위해 봉사할 수 있는 의미 있는 사업이다. 발전이 기부로 이어지는 복지모델을 제시한다. 또 그 의미를 더하기 위해 건설공사도 지역 노숙인을 고용해 자활을 돕는다.

- 시설집약화(시설현대화)계획으로 센터의 이용가치를 높이기 위한 사업도 진행 중이다. 현재 진행 사항은.

지난해 9월 개관한 하수도과학관은 1처리장 현대화 사업으로 진행됐다. 2030년까지 2, 3처리장도 진행하고 기존 시설은 공원이나 시민들과 공유하는 부지로 만들 계획이다. 서울시가 정밀 검토를 진행하고 있다. 하수처리시설을 지하화하고 남은 공간을 테마파크나 주민 친화시설로 만들 계획이다.

- 6월에는 물재생기술R&D연구센터도 개관해 수처리 과정의 전문성이 높아진다. 하게 될 일과 기대 효과는.

하수처리 분야의 국내 기술 발전을 위해 현장 경험을 살리는 ‘테스트베드’ 역할을 한다. 정부, 산업계, 대학이 기술을 개발하고 노하우를 공유하고 수처리 전문 인력 양성에도 나선다. 정부의 친환경 정책 기조에 따른 수질 개선 기술을 개발하는 첨병 역할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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