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자부, 해상풍력 살릴 것인가 죽일 것인가 결단하라
산자부, 해상풍력 살릴 것인가 죽일 것인가 결단하라
  • 한국에너지
  • 승인 2017.12.26 11: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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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너지신문] 지구촌이 재생에너지 시대로 접어든 지 이미 오래다. 유럽은 해상풍력이 ㎾당 80원(순수 발전 비용)에 이르러 원전을 오히려 능가하는 수준까지 왔다.

한국은 1988년부터 신재생에너지 산업 육성에 나섰지만 과연 우리는 무엇을 하였는가? 널뛰기 정책을 지속해 온 우리가 이루어 놓은 것이 과연 무엇인가? 현 정권이 재생에너지를 한 번 해보겠다고 나섰는데 들리는 이야기는 ‘페이퍼 계획’ 밖에 나올 것이 없다는 게 시중의 중론이다. 기대할 것이 없다는 말이다.

풍력 이야기를 한 번 해보자. 다른 분야도 별반 다르지 않지만 풍력 산업은 이명박 정권 시절 육상풍력 사업 허가 신청이 54건에 달했지만 한 건도 추진 못하고 오늘에 이르고 있는 대표적인 정책 실패 사업이다.

육상풍력이 어렵게 되자 2013년 해상풍력을 하겠다고 해상풍력사업단과 사업자로 한전 자회사인 한국해상풍력을 출범시켰다. 박근혜 정권 시절 산자부 장관을 지낸 윤상직 씨는 대표적인 재생에너지 억압 정책론자다. 그 압력을 이기지 못하고 지난해 6월 사업단은 막을 내렸고 한국해상풍력은 울며 겨자먹기식 사업을 하고 있다.

한국해상풍력이 추진하고 있는 서남해상풍력사업은 우리나라 풍력산업의 명운이 걸린 마지막 사업이지만 사업을 위한 사업이 아니라 자살하려고 하는 사업이다. 
한국해상풍력은 2013년 설립하여 어렵게 3㎿ 규모 20기 건설 실증사업을 내년 말 준공을 목표로 진행하고 있다. 그러나 산자부가 가중치 2.0을 부여해 적자가 뻔한 사업이다.

전 정권 3년을 지내오면서 산자부는 끝까지 가중치를 올려 주지 않았다. 산자부가 재생에너지 말살 정책을 시행한 것이다. 가중치를 최소한 3.5 정도는 해주어야 본전이라도 가능한데 2.0을 주고 할 테면 해보라는 식이었다. 정부가 설립한 공기업에게 적자를 면치 못하는 사업을 정부가 하라고 하다니, 기자 30년에 처음 보는 일이다.

표현하기 거북하지만 ‘죽이겠다’는 논리가 아니고서야 무엇이겠는가? 에너지산업을 책임진 산자부가 이러한 정책을 펴는데 어느 재생에너지 기업이 살아남겠는가? 그 결과로 2005년경 7개 대기업이 풍력사업에 진출했으나 지금 명맥을 이어가는 기업은 두산중공업 하나가 살아남아 있을 뿐이다. 

20기 실증사업은 정부가 한전과 자회사를 시켜 2200억 원을 출자해 놓았으니 억지 춘향으로 하는 사업일 뿐, 결국 아까운 세금만 날리고 있는 것이다. 운영을 해봤자 적자만 쌓이게 될 실증사업이 제대로 될 수 없는 것은 삼척동자도 모르지 않을 일이다.

실증사업을 제대로 못 하면 다음에 이어 해야 할 시범사업을 할 수 없다. 실증사업에 이어 운영실적을 쌓을 수 있는 시범사업을 해야만 의미가 있는 것인데 시범사업에 대해서는 정부가 한마디도 하지 않고 있다.

애초에 사업단이 출범할 때는 실증사업 부지 옆에 하는 것으로 계획했으나 이마저도 확실하지 않고, 현재는 사업 대상 부지조차 없다. 연내로 시범사업을 계획해도 내년에 착수하기 어렵고, 내년에 결정하면 3년 후에나 가능한 일이다. 물 건너갔다고 보는 게 맞다. 

한국해상풍력은 4500억 원이 들어가는 실증사업을 추진하면서 내년 5월 이후 자본금이 동이 나는데도 아직까지 아무런 대책도 없다. 공사는커녕 부도에 직면해 있다.

전 정권은 과거사라 치고 재생에너지 사업을 추진하겠다고 해서 재생에너지 전문가라는 사람을 장관으로 앉힌 지 6개월이 지난 지금, 달라진 것이라곤 없다.

가중치를 경제성이 날 수 있도록 올려주면 된다. 최소한 손해가 나지 않는 범위까지라도 올려주면 금융권에서 투자할 텐데 산자부가 지난 4년 동안 가중치를 올려주고 있지 않은 것이다.

가중치를 2.0에서 3.23까지만 올려주면 경제성을 담보할 수 있다고 하는데 산자부가 끝까지 이걸 해주지 않고 있다. 가중치 3.23이라 해봐야 ㎾당 300원밖에 되지 않는데 산자부에서 이것을 해결할 인물이 없는 것이다. 태양광 발전 초기에는 600원을 줬는데 300원을 못 줄 이유가 무엇인가 말이다.

산자부의 고집, 그리고 ‘무(無) 정책’은 해상풍력사업을 한 발짝도 앞으로 나가지 못하게 한다. 정부가 하는 사업마저 가중치를 끈질기게 해결해 주지 않고 있는데 감히 어느 민간기업이 해상풍력을 하겠다고 덤비겠는가?

필자가 2000년대 초 유럽의 ‘위너지’사(社)를 찾았을 때는 이제 막 2.3㎿ 풍력발전기를 양산할 때였다. 그리고 덴마크 풍력연구소에서는 10㎿ 발전기 개발이 꿈이라고 했었다.

10여 년이 지난 지금 유럽에서는 9㎿가 상용화되었고 15㎿ 해상풍력발전기가 설계에 들어갔다는 이야기가 들린다. 이뿐인가, 재생에너지 후발주자 중국은 세계적인 풍력 기업을 3개나 키워 냈다. 

우리는 재생에너지 산업에 진입하면서 플랜트 강국으로서 세계시장을 석권하겠다면서 7개 대기업이 풍력산업에 뛰어들었으나 지금은 명함조차 없다. 

정부가 재생에너지 보급률을 20%대로 가져가겠다는 그림을 그리고 있다. 그러나 우리 재생에너지 산업은 다 죽고 외국 제품들로 깔아야 하는 처지에 놓인 것이 우리 형편이다.

산자부는 에너지산업 육성을 책임진 부처다. 하지만 이렇게 할 바에야 에너지 업무를 내놓는 것이 상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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