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칼럼] 내연기관 자동차 판매금지 촉구 국회 결의안 유감
[전문가칼럼] 내연기관 자동차 판매금지 촉구 국회 결의안 유감
  • 정동수 창원대 기계공학부 교수
  • 승인 2017.12.26 11:3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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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동수 교수

[한국에너지신문] 미세먼지는 전 세계적으로 증가하는 추세인데 그 원인은 지구온난화로 인한 사막화의 가속화, 산업발전으로 인한 에너지 소비의 증가, 그리고 차량 운행량 증가 등을 들 수 있다.

NASA 발표 위성사진에 의하면 PM2.5 초미세먼지 농도가 가장 높은 지역은 아프리카의 사하라 사막, 중동, 인도 북부, 중국 북부와 동부로 대부분 사막 인근에 위치한 사막의 직접 영향권 국가들이다. 유럽, 미국 동부와 일본은 간접 영향권이고 우리나라는 사막의 중간 영향권 내에 들어 있어 나라마다 여건이 서로 다름을 알 수 있다.

유럽이나 미국 동부는 사하라사막의 북서풍 영향을 조금 받고 있으나 우리보다 훨씬 여건이 양호하다. 그래서 우리가 아무리 미세먼지를 줄이기 위해 경유차를 퇴출해 봤자 경유차 천국인 유럽의 도시보다 서울의 미세먼지가 2배나 많고 그 차이가 줄지 않고 있다.

우리나라는 지리적으로 미세먼지 발생이 자동차보다 사막의 황사 영향이 훨씬 더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그런데도 지금의 우리나라 미세먼지 저감 대책은 내연기관 차량의 퇴출만 반복하고 있어 또 효과 없이 예산만 낭비하고 자동차산업을 위축시키게 될 것이다.

최근 프랑스, 영국, 독일 등 유럽국가 들은 온실가스(CO2) 저감과 대기질 개선을 위해서 정치가들이 주도하여 2040년까지 내연기관 차량의 퇴출정책을 발표했다.

사막의 영향이 미미한 유럽국가들로서는 다른 방법이 없는 상황이다. 이번 정책은 법적인 구속력이 없으므로 벤츠나 BMW 등 유럽 자동차업계에서는 “전기차는 무거운 화물을 싣고 장거리를 운행하기에는 한계가 있고 내연기관 차량은 친환경적으로 제작할 수 있어 기존 내연기관 차량을 전기차와 병행해 생산판매 하겠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이런 엇박자 분위기로 인해 유럽 자동차산업은 크게 위축될 것이 분명하다. 

미국은 부시 전 대통령이 수소연료전지차에 올인 했다가 자동차산업의 몰락에 일조했고 일본은 도쿄 시내 디젤차 진입 금지 정책추진으로 디젤차산업의 위축을 초래했던 경험이 있어서인지 유럽과 달리 전기차의 보급은 확대하지만 내연기관 차량의 퇴출 같은 강력정책은 쓰지 않는다. 국가마다 여건이 다르므로 당연히 자국 국익에 도움이 되는 정책을 선택해야 한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유럽 국가들처럼 국회에서 ‘내연기관 자동차의 판매금지 촉구를 위한 법안’을 현재 발의하고 있다. 심각한 황사, 타이어 마모, 도로먼지 재비산은 방치하고 전기차 보급을 확대해봤자 효과 없이 예산은 낭비하고 자동차 산업만 위축시키게 될 것이 뻔하다.

그 시대가 요구하는 성능을 만족하지 못하는 자동차는 당연히 퇴출되어야 한다. 지금 분위기로는 전기차 시대가 금방 다가올 것 같지만 배터리 기술의 한계극복이라는 큰 걸림돌이 남아있다.

지금은 과도한 정부 지원금으로 전기차 보급이 인기가 있는 것 같지만 약 5년 후에 들이닥칠 배터리 교체 시점을 기점으로 배터리 성능이 지금보다 두 배 이상 향상되고 가격은 절반 이하가 되지 않으면 전기차는 시장에서 퇴출될 수밖에 없다. 

기술은 시간이 갈수록 계속 진화하기도 하고 또 사장되기도 한다. 그래서 기존 내연기관 차량의 성능을 개선해 가면서 전기차의 확대보급에 치중하는 투 트랙으로 가는 것이 안전 전략이고 미국과 일본이 선택하고 있다.

영국의 산업정보 전문기관(IHS Markit)에서는 2040년 세계 자동차 시장에서의 신차 판매 점유율을 내연기관 차량은 약 70%, 전기차는 약 30%로 전망하고 있다. 굳이 우리 스스로 이 70% 시장을 포기할 필요가 있겠는가? 

국회는 대기질 개선 등을 위해 필요에 따라 먼저 기준을 엄격하게 정해 놓고 그 기준에 부적합한 차종의 판매를 금지하는 방향으로 발의하는 것이 정석이다. 유럽이 무리한 정책으로 우왕좌왕하고 있는 사이에 국산 자동차가 세계시장 점유율을 확대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국회가 막지는 말아야 한다. 아울러 미세먼지 정책도 재검토하기를 부탁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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