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 자원 협력, 어렵지만 쉽다
남북 자원 협력, 어렵지만 쉽다
  • 조강희 기자
  • 승인 2017.12.04 10:3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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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너지신문] 예전에 한 국악 콘서트에 간 적이 있다. 현악기인 해금이 그날의 주인공이었고, 독주와 합주, 다양한 악기와의 협연이 이어졌다. 현악기 특유의 편안함 덕분에 국악 초심자였지만, 특별한 거부감이 없었다.

더욱 흥미로웠던 것은 곡목은 잘 기억나지 않지만, 바이올린이나 클라리넷 같은 양악기와의 협연이었다. 해금만으로 연주된 팝송이 그날의 마지막 곡이었다. 이 곡이 공연과 관객들을 더욱 어우러지게 만들었다. 

이날의 공연뿐만이 아니다. 대중음악에서도 피처링은 기본이다. 랩은 랩만, 노래는 노래만 하던 시절은 이미 지났다. 

지난달 29일 서울 마포의 한 호텔에서 열린 북한 광물자원 포럼에서는 전문가들이 다양한 이야기를 쏟아냈다. 북한 광물에 대해서 세계 많은 나라가 관심을 보이고 있으니, 우리도 추상적인 이야기만 하지 말고 실제로 구체적인 일을 해야 한다는 주장이 많았다. 

더 흥미로웠던 것은 한 연구원이 제시한 방안이다. 북한에는 자원이 풍부하고, 남한에는 이를 가공할 설비가 풍부한 만큼 이 두 가지를 살려 협력해 보면 어떻겠냐는 제안이었다. 제안 수준이 아니라, 북한이 추진하고 있는 광물과 관련된 다양한 공업 정책을 실제로 제시했다.

북한에는 철광, 동광, 연·아연광, 중석광, 희유금속광, 비금속광 등이 모두 구 강원도 북부와 구 함경도 등 동부지역에 몰려 있다. 남한에는 제철은 포항에, 제련은 울산에 큰 공장이 있다. 북한에도 제련소는 서해보다는 동해 쪽에 몰려 있다.  

이날 발표에 따르면 북한은 북한대로 광물자원 수출에 따른 외화벌이를 할 수 있고, 남한은 남한대로 원료 자원 공급 안정을 이룰 수 있는 일거양득의 안이 바로 북한과의 광물자원 협력이다. 

어쩌면 발표자는 가장 이상적인 안을 제시했을 수도 있다. 하지만, 이상적이라는 이유만으로 배척하기에는 너무 매력적이다. 

무엇보다도 서로에게 이점이 적지 않다. 남한은 가공만 하고 북한은 원료만 대는 것이 아니다. 일을 하다 보면 배울 것이고, 서로의 의존도가 높아지면서 통일도 한껏 앞당길 수 있다.

이상적인 만큼 추진된다면 실제로 해야 할 일이 많다. 기술 수준을 강화하는 등 우리 쪽에서도 챙길 일이 쌓여 있다. 하지만 모든 일은 챙길 것을 챙겨 가면서 ‘해 나가는’데 의미가 있다. 

국악과 양악의 협연도, 랩과 노래의 피처링도 처음엔 쉽지 않았을 것이다. 쉽지는 않겠지만, 해 보는 게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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