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 업계, 급격한 변화는 없다
에너지 업계, 급격한 변화는 없다
  • 한국에너지
  • 승인 2017.11.27 1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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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재생에너지 확산도 석탄·원자력 탈피도 장기 계획일 뿐

[한국에너지신문] 정부가 신재생에너지 3020 이행계획을 발표하면서 업계에는 급격한 변화를 경계하는 목소리가 괴담처럼 들리고 있다.

그러나 석탄과 원자력 탈피가 곧 될 것처럼 이야기하는 것도, 다양한 신재생에너지원의 확산이 하루아침에 될 것처럼 이야기하는 것도 모두 다 섣부른 판단이다. 급격한 변화는 이제까지도 없었고, 현재도 일어나지 않고 있으며, 앞으로도 없을 것이다.

석탄화력이나 원자력 같은 전력, 휘발유와 경유와 같은 수송용 연료에서 갑자기 탈피하는 일은 어려운 일이다. 전기차의 시대가 됐다고는 하지만, 한번 둘러 보면 아직도 전기차는 호기심 어린 시선을 받고 있다.

변화가 급격하지 않다는 증거다. 어제 나온 경유·휘발유를 넣는 신차를 갑자기 다 폐차시킬 수도 없고, 또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는다.

석탄화력과 원자력도 마찬가지다. 변화의 내용은 설계 수명을 다한 설비에 대해서 더 이상의 연명을 하지 않는다거나, 이전에 비해 강화할 필요가 있는 안전설비와 환경설비 보강 작업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갑자기 잘 운전하고 있는 발전소를 때려 부수겠다는 것이 아니다.

신재생에너지를 확산하는 정책도 당장 급격한 변화를 불러오지는 않는다. 바람이 불어오는 모든 해안가가 풍력발전기 날개로 빼곡하게 채워지는 일도, 전국의 모든 산비탈과 노는 땅이 까만 태양광 패널로 뒤덮이는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

만약에 그런 그림을 그리면서 기사를 쓰고 논평을 내는 일을 자행하는 언론사가 있다면, 그야말로 여론을 호도하는 것이다. 동시에 나라에서 이제껏 펼쳐온 에너지 관련 정책과 계획에 대해 전혀 관심이 없다가 갑작스럽게 들여다본 티를 너무 내는 것이다. 신재생에너지 기술 개발을 위해 땀 흘려온 연구자들과 업계 관계자들의 피와 땀을 무시하는 일이기도 하다.

정부가 2030년까지 신재생에너지의 비중을 20%까지 늘리고자 한다는 구상은 무리한 것이 아니다. 박근혜 정부가 한창일 때, 2차 에너지 기본계획을 짜면서 신재생에너지 보급 잠재량 목표에 대해 학계 전문가들과 업계 관계자, 정부의 입장이 모두 달랐었다.

당시 정부는 국민 여론이나 화려해 보이는 초기의 구상, 선거용으로 만들어진 다양한 공약 등에 떠밀려 신재생에너지를 확산하겠다고 발표하였다. 하지만 당시에는 기후변화 대응이나 신재생에너지와 관계가 없거나 사실상 환경 영향이 큰 에너지원까지 전부 신재생에너지로 편입하는 우를 범하였다.

거기에 더해 실무를 담당하는 전문가그룹이 다양한 데이터와 시뮬레이션을 통해 권고한 신재생에너지 보급 목표를 무시한 채로 이전 정부의 기본계획에서 한 치도 벗어나지 않았다. 그렇게 나온 수치가 우리가 익히 들었던 ‘11%’다.

그 당시에 목표로 유력하게 거론되었던 것이 15%인 점을 보면, 20%라는 목표는 점진적 변화다. 이걸 마치 급격한 변화인 것처럼 생각한다면 뭘 몰라도 한참 모르는 것이 분명하다.

더구나 점진적으로 하는 정도가 아니라 정책 자체를 재고해야 한다는 데에는 고개가 갸웃거려진다. 부지 문제, 발전원가 문제, 반(半) 독립망의 한계 등이 또다시 발목을 잡지 않게 하기 위하여 소형, 도심형 에너지원 기술을 더욱 정교하게 개발해야 하고, 개발은 실제로도 진행되고 있다.

신재생에너지원은 집에서 사무실에서 직접 사용할 수 있는 소용량의 직류 전기를 생산하는 것이다. 한계라면 한계고, 장점이라면 장점이다. 분산과 개별화가 강조되는 이유가 여기 있다.

이러한 사정을 모르니, 마치 이전에 화력발전소나 원자력발전소에서 하는 것처럼 신재생에너지도 직류를 다시 교류로 바꿔 부산에서 서울까지 기나긴 송전선로를 따라 전기를 쏘는 것으로 생각한다.

돈도 많이 들고 도무지 되지 않을 것처럼 보일 수밖에 없다. 초소형 태양광발전 설비를 베란다에, 고가도로에, 고층건물 테라스와 옥상에 설치하는 것으로부터 시작해 보아야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당장 산업단지의 공장이나, 기존 발전소의 다양한 공터에도 태양광발전 설비가 들어서고 있는 모습을 보고도 생각을 그 정도에서 멈췄다면 문제가 심각하다.

오히려 신재생에너지 업체들은 고사를 걱정하는 처지에 와 있다. 정부의 정책을 기다릴 힘이 없어 이미 많이 쓰러졌고, 그나마 조금 남아 있는 것들도 하나둘 쓰러져 가고 있다. 정부의 신재생에너지 관련 정책이 대기업과 공기업 위주로 돌아가는 것을 걱정하는 것이 차라리 시의성 있는 비판이다. 석탄화력도 원자력도 아직은 굳건하게 서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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