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지향적 에너지 정책의 부재
미래지향적 에너지 정책의 부재
  • 오철 기자
  • 승인 2017.11.20 1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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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너지신문] 19세기 말 토머스 에디슨과 니콜라 테슬라는 전력 송전 방식을 두고 경쟁을 벌였다. 

에디슨은 1882년 뉴욕에 세계 최초 중앙 발전소를 설립하고 미국의 전력산업을 석권하기 시작했다. 에디슨은 1년 만에 500여 가구에 110V 전기를 안정적으로 공급했다. 하지만 테슬라는 1.6㎞까지만 전기가 보급되는 송전 거리 문제점과 열에 의한 많은 전력손실을 보며 직류(DC)의 한계를 예측했다. 

대신 테슬라는 교류(AC)에 집중했다. 교류는 전압이 높아 먼 곳까지 전기를 보낼 수 있었다. 당장은 높은 전압이 부담되지만 제어 기술이 발달하면 분명 미래엔 높은 효용 가치를 가지리라 생각했다. 

고심 끝에 테슬라는 이미 직류가 장악한 전력 시장에 뛰어들었고 이를 계기로 전력 표준을 차지하기 위한 치열한 싸움이 시작됐다. 이것이 ‘전류전쟁’의 서막이다.

21세기 현재 대부분 전력을 교류로 송전하고 있는 것을 보면 전류전쟁의 승자를 굳이 말할 필요가 없다. 에디슨도 교류의 장점을 모르지 않았다. 다만 투자한 시간과 돈이 아까워 손을 놓을 수 없었다. 테슬라는 에디슨과 달랐다. 그는 한발 더 나아가 전력의 미래를 바라봤다.

친환경, 에너지 고효율 시대를 위해선 인프라 구조가 중요하다. 전력 사용에 있어 이 인프라 구조를 ‘스마트그리드’라 부른다. 스마트그리드는 다양한 구조로 돼 있는데 그중 핵심이 스마트미터기다.

스마트미터기는 전력 사용량 측정과 양방향 통신이 가능한 기기다. 전력회사에겐 효과적인 사업 운영과 사업영역 확장 기회를, 소비자에겐 에너지 사용량 확인, 사용량 예측, 사용행태 개선 등 에너지 절약 환경을 조성한다는 장점을 가진다. 그러나 이 장점은 양방향 실시간 통신이 가능할 때 해당된다.

현재 우리나라에서 보급되는 스마트미터기는 반쪽짜리다. 한전이 보급한 스마트미터기 중 펌웨어 원격 업그레이드 등 양방향 및 실시간 통신이 불가능한 기종이 전체의 83.4%에 달한다는 것이 이번 국정감사를 통해 밝혀졌다.

분산형 전원이 늘어나고 인프라가 구축되면 ‘그린버튼’과 같은 에너지 데이터를 활용한 부가가치 서비스 사업이 활성화될 텐데 정부는 기껏 실시간 통신도 되지 않는 기종을 보급하고 있었다.

세계 흐름상 스마트그리드를 추진해야 한다는 압박감은 이해하지만 한계가 예측되는 기기를 보급해서는 안된다. 이런 기기로는 추후 미래형 DR인 자동형 DR은 꿈도 꿀 수 없다. 

“퍽이 있는 곳이 아니라 퍽이 갈 곳으로 움직인다. (I skate to where the puck is going to be, not where it has been.)” 1980년대 후반 북미아이스하키리그(NHL)의 전설적인 선수 웨인 그레츠키가 한 말이다. 휴대전화에서 스마트폰으로 진화를 이끈 스티브 잡스가 자주 인용한 말로 더 유명하다.

현 정부의 정책도 ‘퍽’만 쳐다보지 말고 ‘퍽’이 갈 곳을 예상하고 움직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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