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회석 광업계, 납품단가 문제로 ‘속앓이’
석회석 광업계, 납품단가 문제로 ‘속앓이’
  • 조강희 기자
  • 승인 2017.11.06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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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커스] “가격 기준 철강업계가 결정…꼼수써 후려치기도”

채산성 떨어지고 생산비 올라가는데 가격 현실화 역부족   

[한국에너지신문] “아무리 풍부한 자원이라도 적자를 보면서 팔 수는 없지 않습니까? 가격이 폭락한 석유를 팔아도 손해는 안 본다던데, 석회석이 이래서야 되겠습니까?”

석회석 광업계가 철강업계에 납품하는 석회석과 백운석 등의 납품단가 문제로 시름시름 앓고 있다. 철은 대부분 수입하지만, 철강업종에서 철 다음으로 많이 쓰는 것이 바로 석회석과 백운석이다. 이들은 불순물을 제거하는 데에 탁월한 성능을 보이는 재료들이다. 일부 수입 물량도 있지만 대부분 국내에서 공급된다.

광산물 시장은 전형적인 수요자 중심 시장이다. 수요처는 다량의 광산물을 사용하지만, 광산은 중소규모의 단일 업체가 여럿이다. 이 때문에 수요자인 철강 회사들의 납품단가 인하요구가 노골적이고 직접적이다.

광산물 납품단가는 양을 포함한 ‘품위’에 따라 달라진다. 문제는 일반 생산품의 품질에 해당하는 품위에 따른 가격 기준이 일정하지 않고 수요자가 주는 대로 받아야 한다는 점이다.

물론 이론적인 기준이 없지는 않다. 하지만 실제로는 수요자가 정한 기준을 웃도는 상품은 보상(보너스)을 주고, 밑도는 상품은 벌칙(페널티)을 주는 식으로 가격이 결정된다.

수요자인 대기업이 이러한 구조를 통해 원가를 절감하는 동안 공급자인 석회석 광업계는 경영이 점점 어려워져 속부터 썩고 있다. 가격이 물가 상승률을 따라가지 못하는 것은 기본적인 상황. 더구나 중량이 무거운 석회석은 운반비까지 생산업체가 내기 때문에 수지를 맞추기가 더욱 어렵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특히 최근 들어 일부 회사의 보상과 벌칙의 기준이 지나칠 정도로 엄격해졌다”며 “보상은 하지 않은 채 벌칙만 강화한 기준도 생겨서 납품하는 품목에 따라서는 사실상 손해를 보고 팔아야 한다”고 말했다.

석회석 업계가 분통을 터뜨리는 이유는 또 있다. 기계화·첨단화로 석회석 등 광산물의 전체 품위 검수는 더욱 간편해졌다. 하지만 품위가 떨어지는 쪽만 골라서 시료를 채취해 일부 검수만 하기도 한다. 비교적 높은 품위의 원료를 받고도 가격을 낮추기 위해 ‘꼼수’를 쓰는 것이다.

불리한 업계 사정을 증명이라도 하듯 최근 한 석회석 업체는 주로 거래해 오던 철강업체에 “고품위 석회석을 더 이상 공급할 수 없다”고 통보하기도 했다. 철강업체가 제시한 가격과 품위를 맞추는 것이 애초에 불가능하기 때문에 내리게 된 조치라는 것이 이 업체의 하소연이다.

채산성이 떨어지는 것은 시간과도 관련이 깊다. 국내 석회석 광산의 가행 연수는 대부분 20년 내외다. 품위가 높은 석회석을 캘 수 있는 확률은 줄어드는 반면, 채굴 지점은 점점 깊어지고 있어 파면 팔 수록 손해다.

실제로 석회석 광산의 생산 현장은 지하 250~350m 깊이까지 내려갈 정도로 심부화(深部化)가 진행됐다. 품위가 높은 석회석을 찾으려고 광산을 더 깊이 파면서 지하 3~5층에서 깊게는 지하 8~9층까지 층을 내기도 한다.

입구에서 가장 깊은 곳까지 차량으로 왕복 1시간이 넘게 걸리는 광산도 있다. 광산 내에서 소요되는 운반비도 만만치 않다. 하지만 수요자들은 이러한 상황을 잘 모르거나 관심을 두지 않는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현재 광업계에서 석회석 광산수가 가장 많지만, 채산성으로 따지면 건설용 골재 광산보다도 못하다”며 “가격 현실화를 위해 협회 및 유관 단체와 공동대응하고 있지만 아직은 역부족”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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