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칼럼] 스트레스 넘치는 사회, 에너지 너 마저도
[전문가 칼럼] 스트레스 넘치는 사회, 에너지 너 마저도
  • 정환삼 한국원자력연구원 책임연구원
  • 승인 2017.10.16 10:5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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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환삼 책임연구원

[한국에너지신문] 어릴 적 들었던 속된 말로, 세상에서 재미있는 볼거리 세 가지는 불난 구경, 물난리 구경, 그리고 싸움 구경이란다. 물론 나나 지인이 연루되었다면 그 스트레스는 극한에 다다를 것이다.

직장 초년병 시절 가장 먼저 재형저축과 청약저축에 가입했다. 일정 기간 인출이 되지는 않았지만 이자율이 보장되고 아파트를 장만할 자격이 주어지니 기쁘게 들었다. 

금융 소비자의 선택의 폭은 최근 많이 넓어졌다. 많은 것을 나에게 선택하란다. 난 아무런 금융지식도 없는데 국제 경제까지 알고 선택하란다. 그리고 원금손실의 우려도 알고 있으란다.

그 와중에 퇴직금을 대신한 퇴직연금에서 원금을 까먹고 있지만 관리비는 어김없이 떼 간다. 대안이 없었어도 내가 선택했으니 내 책임이려니 하지만, 노후에 닥칠 재앙 성적표를 미리 보는 듯하여 엄청난 스트레스다. 

과연 나에게 주어진 선택권이 우리의 효용을 높였을까 하는 의심마저 든다.
최근 우리 국민에게 스트레스가 하나 더 주어지고 있다. 바로 에너지 혹은 전기 스트레스다. 전기 사용에도 국민 선택권을 부여할 모양이다. 

지금까지 우리의 전기 사용은 내가 필요로 할 때, 필요한 양과 품질이 충족되면 되었다. 지금까지 그렇게 공급되었다. 더구나 적정한 가격에. 하지만 지난 수개월 사이 논쟁을 보면, 우리 사회의 스트레스에 전기 스트레스가 더해질 것은 분명하다.

1990년에서 2015년 사이, 우리나라 최종에너지 사용에서 전기의존 비중은 거의 2배 늘어 20%이고, 가정과 상업부문에서는 11%에서 44%로 4배 가까이 늘어 전력화(electrification)가 급속히 진행되고 있다.

선진국과 같이 에너지 사용에서 전력을 더 선호한다는 의미이다. 경기회복이나 연료비가 최대 1/10에 그치는 전기자동차의 보급이 본궤도에 오르면 전력화 속도는 더 빨라질 게 틀림없다.

이러한 통계와 전망 속에서, 최근 우리 전기의 70%를 공급했던 발전소들은 모두 심판대에 섰고, 신재생에너지는 향후 20%의  전기공급을 책임질 일만 남았다.

신재생에너지로 전환되어야 한다느니, 원전이 유지되어야 한다느니, 석탄화력이 미세먼지 오염의 주범이라느니 등의 논쟁 속에서 원전의 처리나 신재생 확대는 이미 정치권의 ‘마케팅 용어’가 되어 버렸고, 에너지-환경 전문가들도 서로 양보 못 할 치킨게임에 빠져들고 있다. 그들은 서로 입맛에 맞는 자료를 인용하면서 자기주장이 옳다고만 말하고 있다. 

차라리 남의 싸움이라면 심심치 않은 구경거리겠지만, 이건 내 이해가 걸려 있는 듯해 구경꾼으로 남기도 어렵다. 

골목에서 서로 자기만 옳다는 목소리가 높아져 간다. 공론화로 국민심판을 받겠다는 애초의 취지도 찬반이 비슷하면, 모두가 머쓱해질 것이다. 이후 계속될 싸움에 국민 등만 터지고 에너지 스트레스만 더해질 처지다.

세상살이도 쉽지 않은데, 에너지까지도 스트레스로 남겨지지 않으면 좋겠다. 다시 에너지 전문가들을 믿어 볼 일이다. 지금까지 실망시키지 않았기 때문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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