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심에서 광물을 캐다…‘도시광산’
도심에서 광물을 캐다…‘도시광산’
  • 조성구 기자
  • 승인 2017.09.25 09: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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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중취재] 4차 산업 선점 위한 금속자원, 광물 쓰레기 속에서 찾는다
▲ 산자부가 지난 6일 일산 킨텍스에서 개최한 ‘2017 재제조 및 도시광산 콘퍼런스’.

[한국에너지신문] 첨단 산업이 발달하면서 자원을 확보하기 위해 전 세계 국가와 기업이 노력하고 있다. 매장량이 정해져 있는 자원을 선점해야 산업 경쟁력을 높이는 데 큰 힘이 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자원을 개발하면 환경은 망가진다. 광물을 채굴하는 과정에서 오염 물질이 배출되기도 하며, 매장된 광물을 캐기 위해 산림이 파괴되는 일은 다반사다. 하지만 최근에는 친환경적인 방법으로 자원을 재활용하는 방안이 선진국을 중심으로 다양하게 논의되고 있다.

그중 한 가지가 ‘도시광산’이다. 전기·전자제품, 자동차 등 생활 폐기물과 폐촉매, 폐용액 등 사업장 폐기물에서 값비싼 귀금속과 희유금속을 뽑아내는 산업이다.  

휴대폰 폐기물 1톤서 금 400g·은 3㎏·구리 100㎏ 추출 가능
이차전지 시장규모 급성장…희소금속 자원확보 필요성 대두
도시광산 시장규모 20조원…기술개발·기업 지원정책 시급

■ 휴대폰 폐기물 1톤서 금 400g vs 금광석 최대 8톤서 금 3.75g 추출   

석유나 가스 등 액체-기체 에너지 자원은 한번 사용하면 가치가 상실된다. 1차 사용 시 부수적으로 생성되는 열에너지나 운동에너지를 사용할 수 있지만, 재활용은 불가능하다. 

이와 다르게 광물-금속 자원은 쓰고 난 뒤 1차 생산물 속에 남아 있는 것을 다시 사용할 수 있다. ‘도시광산’은 바로 이 점에 착안했다. 1986년 일본의 도호쿠 대학 선광제련연구소의 난조 미치오 교수가 이 용어와 개념을 만들었다. 금속자원이 제품 또는 폐기물 형태로 도시 주변 실생활에 소량으로 분포돼 양적으로 광산 규모를 가진 상태를 일컫는 말이다.

금 3.75g, 즉 1돈을 추출하기 위해서는 광산에서 금광석 2톤에서 최대 8톤을 채굴해 분쇄해야 한다. 반면 휴대폰 폐기물 1톤에서는 금 200~400g, 은 3㎏, 구리 100㎏을 추출할 수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휴대폰에서 나오는 금이 금광석에서 추출되는 금보다 수십 배 많다. 휴대폰만 아니라 컴퓨터, 텔레비전 등 전자제품에 사용되는 금, 은, 팔라듐 등 귀금속을 추출하면 새롭게 원자재로 활용할 수 있다.

우리나라에서 재활용되지 못하고 버려지는 자동차, 휴대폰 등에 들어 있는 리튬, 코발트 등 금속광물의 양은 연간 350만 톤에 이른다. 여기에 들어 있는 광물을 돈으로 환산하면 약 6조 원가량 된다는 보고도 나와 있다.

더구나 천연광산에서 광물을 추출하고 나면 나머지 부수광물은 폐광물로 남아 환경을 오염시키는 문제가 있다. 연간 전 세계적으로 버려지는 광물 쓰레기가 수십억 톤 규모다. 도시광산 산업은 이런 점에서 일반 광산업보다 훨씬 경제적이면서도, 환경 영향이 적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도시광산 산업은 폐가전제품, 산업 폐기물 등 사용 후 제품 및 공정 부산물을 순환자원으로 간주해 해체-파쇄-선별 등 물리적, 화학적 가공을 거쳐 다시 산업 원료화하는 공정으로 구성된다.

광산의 광석에서 광물자원을 제련하고 정련해 내는 것이 일반 광산이라면, 도시광산은 제품의 폐부품이 광산의 광석 역할을 대신한다. 

일본 물질재료연구소는 일본에 우리 돈으로 416조 원 규모의 도시광산 자원이 매장돼 있다고 추정하고 있다. 금은 세계 매장량의 16.4%, 은은 22.4%를 보유하고 있다. 2014년에만 금 143㎏, 은 1566㎏, 구리 700㎏을 도시광산에서 캤다.

영국은 2012년 런던올림픽 때 폐자원에서 추출한 금속으로 메달을 만들어 자원의 재활용을 강조했다. 일본도 2020년 도쿄올림픽 메달을 도시광산에서 캔 금속들로 만들 계획이다.

미국 지질조사국이 해마다 발간하는 ‘2016 광물자원 개요’에 따르면 각 광물의 가채연수는 100년이 채 안 된다. 금 18.7년, 은 20.9년, 철 57.2년, 구리 38.5년, 코발트 57.3년 등이다. 반면 2100년이면 인류가 버리는 폐자원의 양이 지금의 3배가 될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 도시광산 시장 규모-폐기물 자원 ‘매장량’ 동시에 증가 

국내 도시광산 시장 규모는 2014년 기준 약 19조 6000억 원이다. 2010년에 비하면 30% 더 성장했다. 인공지능과 사물인터넷 등이 중요한 산업으로 떠오르면서 전자 기기와 친환경 자동차 등에 들어가는 귀금속 광물의 양도 늘어나고 있다. 더불어 폐기되는 기기도 많아지면서 캐낼 수 있는 도시광산 자원 ‘매장량’도 증가하고 있다. 

한국은 대표적인 금속 광물자원 수입국이다. 2013년 강원발전연구원의 조사에 따르면 금속 광물자원의 자급률은 1.3%에 불과하다. 희소금속은 거의 전량을 수입에 의존한다. 도시광산은 희소 금속광물자원 자급률을 높이기 위한 유용한 전략이다. 

국내 금속 자원의 총 수요시장은 약 89조 5000억 원 규모로, 그 가운데 도시광산이 차지하는 비중은 약 22%에 달한다. 재활용되는 금속자원은 철이 9조 5000억 원으로 약 50%, 구리, 아연, 알루미늄 등 범용 비철이 27%, 희소 금속과 귀금속이 24%를 차지한다.

스마트자동차, 로봇 등 미래 성장 동력 산업이 성장함에 따라 핵심 금속자원의 중요도는 더욱 커질 전망이다. 도시광산 산업 성장 전망을 밝게 본 관련 업계는 2011년 ‘한국도시광산협회’를 설립했다.

협회는 도시광산 업체 간 협력 강화를 위한 기업 간 네트워크다. 이들은 다양한 관련 정보와 기술을 공유하면서 산업에 활력을 불어넣고 있다.

한국생산기술연구원은 2020년 차량용 이차전지 시장규모가 2015년 대비 3배 가까이 성장할 것으로 전망한다. 도시광산 산업은 이차전지의 중요한 재료가 되는 코발트, 리튬 등 희소금속에 대한 수요에도 대비하고 있다. 

■ 정부, ‘폐금속 재활용 대책’ ‘환경성 보장제’ 등 지원책 마련 

정부 관계부처도 다양한 정책을 마련해 국내 도시광산업을 지원하고 있다. 정부는 지난 2009년 ‘폐금속자원 재활용 대책’을 마련했다. 금속자원 자급률을 높이고 폐금속자원 재활용 산업을 유망 산업으로 육성하는 방안이다. 2019년까지 재활용기술과 산업 선진화를 달성하고 자원 재활용을 75%까지 높이는 것이 골자다.

환경부는 ‘환경성 보장제’를 이미 2008년부터 만들어 시행하고 있다. 전기·전자제품과 자동차의 재활용을 촉진하기 위해 유해물질의 사용을 억제하고 재활용이 쉽도록 제조해, 제품의 폐기물을 적정하게 재활용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다.

2012년부터는 보장제 대상에 포함되는 전기, 전자 제품을 확대하고 자동차 폐차 재활용 목표율도 95%로 상향 조정했다.

환경부는 지난해 5월 자원순환기본법을 제정했다. 이 법은 자원을 폐기하는 매립이나 소각 대신 아이디어와 기술을 최대한 동원해 재사용과 재활용을 활성화하자는 것이 기본 취지다.

이 법에 따라 2018년부터 폐기물 중 일정요건을 갖춘 것은 순환자원으로 인정하고 있다. 기업이 폐기물 감량 목표를 정하고 이를 지키도록 하는 ‘자원순환 성과관리 제도’도 마련됐고, 실제로 2014년 이전과 이후의 폐기물 발생량은 약 20% 줄었다는 환경부 발표가 최근에 나왔다. 

산자부는 6일에는 자원순환문화를 촉진하고 국민의 폐가전자원 활용 의식을 높이기 위해 ‘2017 재제조 및 도시광산 콘퍼런스’를 일산 킨텍스에서 개최했다. 콘퍼런스에서는 재활용 유통 구조 개선 방안, 원제조업계와 재활용 업계의 상생 방안에 관해 다양한 의견이 교환됐다.  

산자부는 또 도시광산 산업의 규제 개선을 위해 폐기물처리업 허가를 받은 기업과 폐기물재활용 신고 기업의 산업단지 입주를 허용하고 있다. 도시광산 기업의 영업허가 요건을 완화해 관련 업계의 성장을 돕고 있는 것이다.

정부는 이외에도 유용 자원 회수와 환경 피해 방지를 위해 지자체, 전기·전자제품 제조업체 및 재활용업체 등과 함께 국민의 집안까지 방문해 냉장고, 세탁기, TV, 에어컨 등 대형 폐전기전자제품 또는 휴대폰 등 5개 이상의 제품을 버리는 경우 무료로 폐전기·전자제품을 회수하고 있다. 회수된 전자제품은 재활용센터까지 운반된다. 2013년부터 본격 시행한 이 제도는 전국 262개 지자체에서 운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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