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원전 정책, 서글프다

장인순 前 한국원자력연구소 소장l승인2017.09.18l수정2017.09.18 11: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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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장인순 박사

[한국에너지신문] 반평생 핵물질을 만지면서 살아온 원자력인으로 탈원전 정책을 접하면서 먼저 드는 생각은 서글픔이었다. 분노가 치밀어오른 건 그다음이다. 이 불확실성 시대에 이 땅에 진정 국민을 위하고 좀 더 먼 미래를 바라보고 통찰하는 정치인은 과연 없다는 말인가. 

2009년 12월 27일 저녁 뉴스 시간. 아랍에미리트에서 우리나라와 그 나라의 국가원수가 앞에 있는 가운데, 우리는 한국형 표준원자로 4기를 건설한다고 약속했다. 그 약속의 현장을 지켜보면서 뜨거운 눈물을 흘렸던 기억이 지금도 생생하다.

그날 밤을 새우면서 ‘신화와 역사를 창조한 원자력기술 자립’이라는 제목으로 장문의 글을 썼다. 그때 글 가운데 “이날은 대한민국이 원자력기술 식민지를 탈피한 날”이라는 문구가 기억이 난다. 

우리나라는 상용원자로, 소형원자로, 연구용원자로 등 원자로라면 모든 것을 수출할 수 있는 유일한 나라다. 우리는 원자력 기술만큼은 세계인들에게 자신만만하게 내놓을 수 있다. 대형 상용원자로는 아랍에미리트에, 소형원자로는 전기와 해수 담수화 플랜트까지 얹어서 사우디아라비아에, 그리고 연구용 원자로는 요르단에 수출한 것이다. 

국내 사정도 좋다. 올해 2월 기준으로 우리나라는 원자로가동 연수를 모두 합산하면 500년 가동을 달성했다. 원자로 이용률은 세계 최고 수준이다. 이는 우리나라의 원자력인들이 사명감을 가지고 국민 안전을 위해 꾸준히 교육하고 유지보수한 결과다. 오늘날 한국 원자력은 세계에서 가장 값싸고 가장 양질의 전기를 국내에 공급하면서 산업화와 정보화에 크게 기여해 왔다. 

더구나 우리나라는 사용하는 에너지의 87%를 해외에 의존한다. 에너지로는 세계 최빈국이다.  연간에너지 수입액은 1400억 달러를 넘어선다. 우리의 풍요로운 삶과 국가 안보를 위해 원자력은 필수라고 말하고 싶다. 원자력은 인류가 이룬 가장 놀라운 과학 업적 중 하나이고, 두뇌 자원이 만들어낸 자원이다. 천연에너지자원은 아무리 많아도 언젠가 고갈되지만 두뇌 자원은 무궁무진하다. 

하지만 이제 이 정부에서는 이러한 무궁무진한 두뇌자원이 만든 원자력을 포기한다고 말한다. 지난 6월 고리1호기를 영구정지하는 기념식에서는 그동안 관련 업계에서 땀 흘린 원자력인에게도, 퇴역하는 고리1호기에도 격려 한 마디, 그 흔한 화환 하나조차 없었다. 그런 상황이고 보니 자괴감이 드는 건 당연했고, 오히려 반핵 환경론자들의 축제가 되었다는 말을 듣고 분노가 치밀었다. 

본인은 15년 전 고리1호기 수명연장에 참여했었다. 고리1호기는 그때 그 일에 참여했던 입장에서 보면 앞으로도 20년은 더 가동할 수 있는 원전이다. 잔존가치는 1조 원에 달한다. 에너지, 식량과 더불어 가장 중요한 안보 문제다. 이 문제를 심지어 연구개발까지 공론화에 부친다니, 어이가 없다. 비전문가의 여론으로 모든 것을 결정할 셈인가. 

우리 세대는 아름다운 금수강산을 잘 보전하고, 세계 최고의 안전한 원자력기술을 우리 후손들에게 물려주어야 한다. 그래서 이 땅에서 영원히 인간다운 삶을 살아가도록 해야만 한다.


장인순 前 한국원자력연구소 소장  koenergy@koenerg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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