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 정책 비판, 관성에서 벗어나야
에너지 정책 비판, 관성에서 벗어나야
  • 한국에너지
  • 승인 2017.09.11 11: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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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너지신문] 우리나라의 에너지 정책 계획은 중장기적이라고는 하지만, 기본적으로는 단기적인 계획이다. 에너지 기본 계획은 물론이고 전력계획도 마찬가지다. 우리나라가 인정해야 하는 한계는 자원의 부족함이다.

지금까지도 우리나라의 에너지 자원 수입의존도는 90%를 넘는 것이 현실이다. 자원의 가격에 민감하게 움직여야 한다는 생각 때문에 어쩔 수 없이 긴 호흡보다는 짧은 호흡이 강조되었던 것이다.

하지만 이제 짧은 호흡만으로는 에너지 정책을 세우기가 어려워졌다. 지난 정부에서 기후변화협정에 서명한 뒤에는 더욱더 긴 호흡으로 에너지 정책을 수립하고 실행해 나가는 방법 이외에는 없다.

물론 정책을 어떻게 세우느냐는 각국에 속한 문제다. 에너지 정책 역시 같다. 결국 현 정부는 에너지 정책의 장기적이고도 전체적인 그림을 그리고 있다고 봐야 한다. 그중의 하나가 원자력발전과 석탄화력발전을 차근차근 줄여나가는 것이다.

현 정부는 그 작업을 하는 데에 드는 시간을 약 60년 정도로 보고 있지만, 사실은 그보다 시간이 더 들 수도 있다. 전기요금 역시 점진적으로 올라간다. 더구나 효율화가 이뤄지는 속도가 높아지면 더욱더 점진적이 된다.

2030년까지 현 정부가 추진하는 비율대로 에너지원을 배합하는 것조차도 그리 간단한 문제가 아니다. 되는 것부터 하나둘 먼저 해 보면서 계속해서 늘려나가는 것이다. 다만 정부는 긴 호흡으로 가기 위해 큰 그림, 또는 방향을 먼저 보여 준 것이다.

결과를 보고 하는 비판이긴 하지만, 정부가 큰 그림을 먼저 보여 준 것은 실수다. 오히려 내년에는 어떤 일이 있고, 후년에는 어떤 일이 있는지, 그래서 현 정부의 임기 동안 어떤 일이 있을 것인지를 먼저 보여줬어야 한다.

비판자들은 비판의 대상을 항상 가깝게 생각하기 때문이다. 전력 관련 계획 역시도 가까운 미래에 일어날 일로 가정하고 비판한다. 에너지 전환 정책의 비판자들도 아주 짧게는 10여 년 후, 길게는 60~70여 년 후의 일들을 마치 내일 일어날 일처럼 생각하면서 비판한다. 어쩌면 비판자 중 상당수는 그들이 상상하는 ‘디스토피아’를 경험조차 하지 못하고 죽을 수 있다.

항상 단기적인 견지에서만 모든 것을 보면 비판할 것이 늘어나는 것은 물론이고, 비판하지 않아야 할 것까지 비판하는 우를 범하게 된다. 최근의 정부 에너지 정책에 대한 비판은 그것을 훨씬 넘어선다. 마치 에너지는 이제 풍족하고, 더 이상 절약하지 않아도 되는 것처럼 생각하고 그런 식의 논평이 나온다.

경제협력개발기구는 2014년 기준 우리나라 총발전량을 53GWh로 발표했다. 2000년 28만 GWh에 비하면 14년 만에 거의 갑절이다. 같은 기간에 영국과 일본은 감소했다. 비록 감소 폭은 크지 않지만, 발전소가 감소했다는 것은 폐기한 발전소가 새로 지은 것보다 더 많다는 것을 말한다.

그동안 우리나라는 발전소를 너무 많이 지었다. 발전량의 증가는 사실 자연스러운 흐름이라기보다는 정책의 결과다. 석탄화력발전소와 원자력발전소를 많이 짓겠다는 것이 과거의 정책이었다면, 신재생에너지발전소와 천연가스발전소를 많이 짓고 실제로 운용도 해 보자는 것이 현재 또는 미래의 정책이다. 현상만 보면 미래의 정책 쪽에 좀 더 무게가 있다.

또한, 에너지 효율화 기술은 사람의 손을 이미 떠났다. 빅데이터와 인공지능, 그리고 각종 정보통신 기술을 통해서 더욱 고도화될 수 있다. 그 기술들은 틀림없이 전기를 많이 사용하는 기술이었다. 하지만 과거의 일이다. 이제는 그 기술들이 전기 사용을 제어하고, 에너지를 절약할 수 있게 해주는 것은 물론이고, 필요할 때 적재적소에 에너지를 공급할 수 있게 해 줄 것이다.

단기적 견해로, 또 매번 하던 대로 현 정부의 에너지 정책을 비판할 것이 아니다. ‘우리가 싸게 쓰겠다는데 왜 그러나’ 할 일도 아니다.

모든 면에서 우리나라의 에너지 정책이 가장 경제적이고도 가장 효율적으로 세워질 수 있도록 비판의 칼을 들이대자. 차라리 비판하려면 가장 내밀한 부분부터 다시 들여다보자.

이 모든 것이 실제로 에너지원의 수입 의존도를 줄이는 데 용이한지, 그리고 그것이 과연 다음 세대에게도 물려줄 만한 정책인지를 보는 것이 타당하다. 정책이 긴 호흡으로 세워지는 만큼 비판도 긴 호흡으로 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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