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민 품으로 돌아온 ‘석유비축기지’…‘문화비축기지’로 재탄생
서울시민 품으로 돌아온 ‘석유비축기지’…‘문화비축기지’로 재탄생
  • 조강희 기자
  • 승인 2017.08.29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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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열 에너지로 냉‧난방, 생활하수‧빗물은 화장실‧조경용수로 재활용

[한국에너지신문] 41년간 일반인의 출입이 차단됐던 서울 마포 석유비축기지가 서울시민의 품으로 돌아왔다. ‘문화비축기지’로 새로이 이름 붙여진 이 시설은 9월 1일 정식 개관했다.

축구장 22개와 맞먹는 규모인 면적 14만22㎡의 부지 가운데에 공연, 장터, 피크닉 같은 다양한 활동을 할 수 있는 ‘문화마당’ 3만 5212㎡이 자리하고, 그 주변으로 산업화 시대의 유산이라고 할 수 있는 6개의 탱크 10만 4810㎡가 둘러싸고 있는 형태다.

상암 월드컵경기장 서쪽에 있는 이곳에서는 연중 축제와 공연, 전시가 끊임없이 열리고 시민시장이 선다. 지하철 6호선 월드컵경기장역에서 도보로 약 7분 거리에 위치하고 있다. 기지를 감싸고 매봉산 능선을 따라 조성된 1.3km 길이의 산책로에서는 상수리나무, 소나무‧잣나무숲 등 다양한 식물을 만날 수 있다. 93.9m에 위치한 매봉산 정상 전망대에서는 문화비축기지는 물론 월드컵경기장과 한강까지 한 눈에 조망할 수 있다.

1차 석유파동 계기 1978년 완공…‘1급 보안시설’ 지정
월드컵경기장 지으며 ‘위험시설’ 분류…10여 년간 방치

마포 석유비축기지는 지난 1973년 중동전쟁으로 촉발된 1차 석유파동으로 국내 에너지 수급 위기를 맞자 유사시 석유의 공급안정을 위해 서울시가 국고보조금으로 지었다. 석유파동 당시 정유사들은 평균 운용재고가 한 달분밖에 되지 않은 경우도 있었다. 이러한 어려움을 해결하기 위해 당시 석유 131만 배럴을 비축할 수 있는 기지로 마포 기지가 지어진 것. 1976년 착공해 1978년에 완공한 석유기지는 건설 당시부터 일반인의 접근이 엄격하게 통제되는 1급 보안시설로 지정됐다.

시민들에게는 통제된 공간이었지만, 중요한 시설이던 마포 기지는 2002년 한일 월드컵 개최가 확정되면서 안전 문제와 경관 훼손 문제가 제기됐다. 정부는 이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2000년 11월 이 기지에 있던 비축유를 경기도 용인으로 옮겼다. 이후 마포 기지는 폐쇄돼 13년여를 방치해 오다가 2014년 공원화를 위한 설계 공모를 통해 ‘문화비축기지’로 새롭게 태어나게 된 것이다.

기존 자원 재생하고 재활용…탱크 원형 살려 복합문화시설化

문화비축기지는 내외장재, 옹벽 등 하나부터 열까지 기존 자원들을 재생하고 재활용하는 도시재생 방식을 적용했다.

가솔린, 디젤, 벙커C유 같은 유류를 보존하던 기존 탱크들은 최대한 외부 원형을 살려 복합문화공간, 이야기관 같은 복합문화시설로 재생됐다. 뉴욕 애플스토어 같은 유리돔, 기존 탱크의 철재를 모두 제거해 만든 공연장, 탱크 상부 구멍을 통해 쏟아져 들어오는 햇빛이 마치 숲속에 온 듯한 기분을 느끼게 하는 공간까지, 문화비축기지만의 독특한 공간 특성을 활용했다.

탱크 원형 그대로를 살려 송유관 등 석유비축기지 조성 당시 모습을 볼 수 있는 공간도 있다. 커뮤니티센터는 1‧2번 탱크에서 걷어낸 철판을 내·외장재로 재활용하고 조립해 카페, 회의실, 강의실 등을 새롭게 만들어냈다.

냉난방에 지열에너지 활용…생활하수와 빗물 등 중수처리시설 갖춰

문화비축기지를 설명하는 또 하나의 키워드는 '친환경'이다. 기지 내 모든 건축물은 지열을 활용한 신재생에너지를 통해 냉‧난방을 해결한다. 화장실 대소변기와 조경용수는 각각 중수처리시설(30톤)과 빗물저류조(300톤)를 통해 생활하수와 빗물을 재활용한다.

건축물은 설계단계에서부터 한국산업기술인증원 녹색건축인증 우수등급과 한국건물에너지기술원 에너지효율등급 최우수로 예비인증을 받았다. 준공 이후 본 인증을 받는다.

문화비축기지에서는 9월과 10월 동안 전시·투어・워크숍을 진행한다. 이야기관에서 열리는 '옛 근로자의 시선으로 보는 문화비축기지'는 석유비축기지 시절 자료를 전시하고, 석유탱크를 관리하던 옛 근로자가 직접 투어도 진행한다. 매봉산 산책로에서는 '매봉산 생태지도 만들기 워크숍'이 펼쳐진다.

최윤종 서울시 푸른도시국장은 “문화비축기지는 쓰임을 다한 산업화시대 유산을 역사와 문화의 숨결은 보존하면서 새로운 쓰임으로 전환하는 도시재생의 대표모델이자 친환경 랜드마크”라며 “41년간 시민과 단절됐던 공간이 문화공원으로 다시 태어남으로써 사람이 모이고 지역경제도 활성화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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