압축 성장 후 압축 성숙의 길, ‘에너지 전환’
압축 성장 후 압축 성숙의 길, ‘에너지 전환’
  • 김좌관 부산가톨릭대학교 교수
  • 승인 2017.08.21 11:2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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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좌관 교수

[한국에너지신문] 문재인 대통령은 경제성, 효율성 위주에서 국민 생명과 안전, 지속가능성을 함께 고려하는 에너지 정책을 추진하기로 했다. 주요 키워드는 신규 원전 계획 백지화, 원전 수명 연장 금지, 노후 석탄화력 10기 폐쇄, 천연가스 발전설비 가동률 제고, 재생에너지 2030년 20% 달성, 에너지 세제 친환경적 정비, 산업용 전기요금 재편 등이다. 

공사 중인 신고리 5·6호기는 오는 10월까지 안전성, 보상 비용, 전력예비율 등을 고려하여 공론화 과정을 거치게 된다. 지금 신고리 5·6호기 건설 여부가 탈원전 정책의 리트머스 시험지가 된 셈이다. 

대한민국은 에너지 전환 시대를 진통 속에 맞고 있다. 정부는 에너지 정책을 대전환하자고 하지만, 원자력계와 보수언론은 이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는 형국이다. 
물론 원자력은 과거 40년간 값싼 전력의 기저부하를 담당해왔고, 국가 산업동력의 근간이었다. 이는 분명한 사실이다.

그렇다고 원자력계나 산업계가 이야기하는 것처럼 에너지 정책을 전문가들이 결정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이익을 공유하는 특정 전문가 집단이 국민 전체의 공익을 대변할 수는 없다. 어떤 형태로든 국민의 의사를 묻고 그 결과를 반영해야 한다. 

우리나라는 원전 확대를 꾸준히 추진한 덕분에 전체 전기의 30% 정도를 원자력에 의존한다. 좁은 국토에 원전 개수가 많아서 밀집도는 세계 1위다. 반면에 재생에너지 개발은 뒷전이었다. 

지구촌 상황은 어떨까. 약 30년 전 1986년 체르노빌 원전사고 이후 유럽과 미국 등 선진국에서는 원자력을 줄여가면서 재생에너지를 개발하는 방향으로 정책이 바뀌었다.

전기생산에서 원자력 비중은 1990년대 초에 정점인 17%를 기록한 이후 지속적으로 하락했다. 현재는 10% 정도를 유지하고 있다. 그에 반해 재생에너지는 25% 정도다. 재생에너지가 원자력보다 2.5배의 전기를 생산한다.

게다가 그 비중은 매년 1% 정도씩 증가하고 있다. 5년 후에는 세계 전기생산량의 30% 정도를 차지하게 된다. 25년 후에는 전 세계 전기생산량의 50%를 재생에너지가 감당할 것으로 예측된다.

원자력은 사양산업이다. 반면 재생에너지는 성장산업이다. 그런 점에서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 정책은 뒤늦은 출발이다. 탈원전과 에너지 전환은 세계적 추세다. 하지만 세계적 추세와는 정반대로 우리나라는 원자력 비중이 30%다.

재생에너지를 확대하더라도 전기요금은 향후 13년 후인 2030년 기준으로 예측하면 대략 평균 25% 내외 상승한다. 지나칠 정도로 저렴한 산업용 경부하 요금제를 단계적으로 재편하면 가정용 전기료가 ‘폭탄’이 되지 않는다. 13년 후 25% 내외 인상폭은 안전하고 친환경적인 에너지를 공급받는 국민이 충분히 받아들일 수 있다.

신고리 5·6호기를 짓지 않고 이를 가스발전소로 대체해도 추가부담은 월 318원 정도다. 인상률은 0.7%로 아주 미미한 수준이다. 0.7%를 ‘폭탄’이라고 하긴 힘들다.  
과거 고속성장시대는 ‘압축성장’의 시기였다. 미래는 ‘압축성숙’의 시대다. 미래를 준비하기 위해 ‘탁월한 사유’를 하는 국민이 되어야 한다.

이탈리아 르네상스는 중심인 로마에서 시작되지 않았다. 부패한 권력에 물들지 않은 변방인 피렌체, 밀라노, 베니스에서 시작되었다. 그리고 점차 로마로 옮겨갔다.
원자력계는 지난 40년간 에너지 권력의 중심이었다.

하지만 미래의 에너지 권력을 이끌 힘이 없다. 재생에너지 시대, 안전하고 친환경적인 에너지 전환시대를 이끌 동력이 없다. 변방인 친환경주의자들이 에너지체계의 변혁을 요구하고 이끌어가야 한다.

마치 변방 도시들이 르네상스를 이끌었듯, 변화를 거부하는 과거의 중심인 원자력계에 맞서 친환경주의자들이 변혁의 중심에 설 것이다. 그래서 ‘압축성장’ 후 ‘압축성숙’의 모범을 전 세계에 보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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