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 분야에서의 4차 산업혁명
에너지 분야에서의 4차 산업혁명
  • 함경선 전자부품연구원 지능제어팀장
  • 승인 2017.08.14 11:49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 함경선 전자부품연구원 지능제어팀장

[한국에너지신문] 혁신적인 기업 중의 하나인 우버(Uber)의 차량 호출 서비스는  4차 산업혁명을 잘 설명한다. 거리에는 우버 택시가 돌아다니고, 사람들은 스마트폰 앱을 통해 택시를 찾는다. 이때 본사의 컴퓨터는 택시와 승객의 상황을 바로바로 확인한다.

그렇기 때문에 특정 시간에 승객이 몰리는 경우에 승객을 줄이고 택시를 늘릴 수 있는 실시간 피크 타임 요금이 가능하게 된다. 지역별로 특정 시간대에 혼잡이 있을 경우 택시 요금을 올리게 되면 비싸진 요금 탓에 우버를 이용하는 승객은 줄어드는 반면 우버 기사들은 더 많은 돈을 벌기 위해서 그곳으로 달려간다. 새로운 똑똑한 택시 서비스가 기존과는 차별화된 방식으로 시장에서 승부를 걸고 있는 것이다. 

지난해 다보스 포럼에서 클라우스 슈밥 교수가 제시했던 4차 산업혁명이라는 화두는 이미 우리 사회에 적잖은 영향을 주고 있다. 우리의 삶을 근본적으로 바꿀 것이라는 그의 주장은 우리에게 산업 전반에 걸쳐 많은 것을 파괴할 것이라는 우려를 갖게 한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주어지는 기회를 얻어야 한다는 시대적인 사명도 갖게 한다. 새로운 기회와 위협 속에서 에너지 분야는 이 4차 산업혁명을 어떻게 이해하고 대응해야 할까? 우선 4차 산업혁명부터 이해할 필요가 있다.

2차 산업이 제조업이고 3차 산업이 서비스업인데 그렇다면 4차 산업은 무엇인가라고 생각할 법도 하고, 알파고와 같은 인공지능이나 로봇 때문에 나타나는 놀라운 무언가의 등장이 4차 산업혁명이라고 볼 수도 있겠다.

그러나 필자는 이미 2000년대 초반부터 나타난 디지털화를 4차 산업혁명의 시작으로 본다. 그렇다면 혁명은 지금 진행형인 것이다. 인터넷이 급속하게 확산되고 컴퓨터 기술이 고도화되고 값싸지면서 하드웨어 보다는 소프트웨어의 중요성이 높아지기 시작한 것이다. 소프트웨어로 만들어진 알고리즘으로 소위 ‘멘탈 파워’를 만들어내면서 기존의 기계 중심 사회를 압도하는 현상이 나타나는 것이다. 

에너지 분야도 이러한 디지털화가 진행 중이다. 멘탈 파워로 좀 더 지능화된 에너지가 가능해진 것이다. ICT 기술의 발전은 에너지 분야에서 방대한 디지털 정보를 생산해내고 있고 그것을 이용해서 좀 더 지능화된 방법으로 가치를 창출할 수 있게 됐다.

문제를 구체화 시켜보자. 과연 에너지 분야에서 무엇을 지능화한다는 말일까? 이것은 에너지 분야에서 4차 산업 혁명의 대상에 관한 문제이다. 앞서 우버 택시 사례에서 미뤄볼 수 있는 것은 택시라는 운송 서비스는 달라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단지, 기존과 다른 점은 지능 기술을 수단으로 소비자에게 보다 큰 편익을 제공한다는 점이다. 

에너지 분야도 같은 맥락으로 봐야 한다. 에너지 산업은 궁극적으로 국민에게 에너지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므로 보다 편리하고 안전하고 값싼 에너지 서비스를 제공하는 고유의 목적은 바뀌지 않는다.

다만, 에너지 서비스를 만들어 내는 수단을 대상으로 4차 산업혁명이 일어난다고 정리할 수 있다. 제조업을 빗대어 설명한다면 4차 산업혁명은 ICT와 컴퓨터를 이용한 자동화 혁명인 3차 산업혁명에서 한발 더 나아간 네트워크로 연결된 지능화 혁명이라고 할 수 있다. 

결국, 에너지 분야의 4차 산업혁명은 보다 ‘값싸고 편리한 에너지 서비스를 제공’하는 목적을 위해서 수단에 ‘지능’을 가미하는 것이라고 요약할 수 있다. 이러한 개념은 이미 실현되고 있다.

예를 들어, 풍력발전에 있어서 세계적인 선두 기업인 GE는 컴퓨터 기술을 이용해 수백 메가와트 풍력 발전 단지에서 동작하는 풍력 발전기의 피로부하를 줄여 결국 전기를 싸고 안정적으로 공급하는 목표를 달성한다. 그들은 센서와 네트워크, 시뮬레이션, 빅데이터 분석에 기초한 사이버-물리 시스템인 ‘디지털 트윈(Digital Twin)’ 을 수단으로 이용한다고 한다.

하루가 멀다 하고 많은 전문가가 4차 산업혁명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그 논지에는 IoT와 빅데이터, 그리고 인공지능 기술들이 자리하고 있다. 모든 것을 인터넷으로 연결하고 막대한 데이터를 이용하면 인공지능이 가능하다는 것은 환상적인 개념이고 누구나 이해하기 쉽기 때문이다.

그러다 보니 기술들이 가져다주는 상상은 무궁무진하고, 그것들을 이용하면 모든 게 해결될 것만 같아 보인다. 그러나 우리는 이러한 패러다임의 변화 속에서 혁명적 기술에만 몰두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아니면 불가능한 상상을 하는 건 아닌지 생각해 봐야 한다.

에너지 분야의 목적인 값싸고 편리한 에너지 서비스를 상상하고 그에 걸맞은 첨단 기술을 찾거나, 에너지 고유의 서비스 수준을 높일 수 있는 방법을 찾는 것이 4차 산업혁명의 변화를 기회로 바꿀 수 있는 자세의 시작이 아닌가 생각해 본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