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짜 석유의 마지막은 언제나 쪽박이다
가짜 석유의 마지막은 언제나 쪽박이다
  • 강세진 석유일반판매소협회 사무총장
  • 승인 2017.07.17 10: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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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세진 사무총장

[한국에너지신문] 석유판매업계의 어떤 사람들은 가짜 석유를 팔고 싶어 안달이다. 정품보다 훨씬 큰 이익을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불법인 줄 왜 모르겠는가. 하지만 유혹은 한 번 빠지면 끊기 어렵다. 

유가가 수직상승하던 시절에는 가짜 휘발유가 돈이 됐다. 하지만, 지금은 경유가 돈이 된다. 값이 싼 등유를 이용해 이동탱크차량에서 손쉽게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가짜 경유를 제조하는 불법행위를 저지르는 업자는 일반판매소로 몰린다. 주유소보다 상대적으로 처벌이 가볍고, 등유와 경유를 직접 취급하기 때문이다.

행정처분은 더디고, 단속에는 한계가 있다. 그 틈을 타서 가짜 경유 제조업자는 며칠만 장사하면 과징금을 내고도 몇 배나 더 남는다. 사실은 과징금 낼 일도 별로 없다. 과징금 대신 영업정지를 선택하면 되기 때문이다. 이들이 믿는 건 이동판매 차량이다. 영업정지 단속이 사실상 불가능하다. 

단속에 걸려도 ‘3진 아웃’이다. 1회째는 3개월, 2회째는 6개월 영업정지다. 3회 걸려야 2년간 같은 장소에서 영업을 못 하는 영업취소다. 그런데 이것이 과연 석유판매소에 큰 타격을 주는 처벌방식일까. 전혀 아니다. 판매소는 주유소와 달리 영업정지는 아무 의미가 없다. 평소에도 사실상 영업정지상태인 곳이 수두룩하다. 문이 닫힌 채 연락처만 적어놓은 경우다. 행정처벌은 그렇다 치고, 형사처벌은 더 가볍다. 영세사업자들이 대부분이라는 점이 감안돼 재판에서도 형량은 더 가벼워진다. 가짜 석유판매업자에게 돈은 가깝고, 처벌은 멀다. 

이들이 불법 영업을 하다가 적발된 석유판매소는 어차피 임대한 업소다. 이들은 먼저 임대한 판매소를 버리고, 명의를 바꿔가며 새로 다른 판매소를 임대해 또 불법을 저지른다. 그런 과정이 반복된다. 소문이 나면 안 되니, 판매소 면허 지역 정도는 바꾼다. 사기꾼들이 자주 이용하는 속칭 ‘깔세’나 다를 게 없다. 

결국, 가짜 석유의 유혹에 빠진 범법자들에게 일반판매소는 훌륭한 범죄의 온상이다. 업계의 불법 행위자들은 일반판매소는 어차피 자신들의 사기행각에 필요한 석유판매업 면허를 얻는 수단으로 본다. 위험물 시설과 장비에는 관심도 없다. 거래하려면 세금계산서를 발행해야 하니 필요한 것뿐이다. 이동탱크 판매차량을 이용하면 어디서나 가짜를 판매할 수 있지 않은가.

하지만 가짜 업자는 중요한 사실을 놓쳤다. 최근에는 경찰만 단속에 나서는 것이 아니다. 석유관리원, 검찰, 국세청이 상호 협조한다. 범죄 수익, 또는 비정상적인 막대한 수익에 대해서는 반드시 사찰에 가까운 세무조사가 들어온다. 세무조사 후 추징되는 탈루세액은 그들이 몇 년간 모은 매출 총액을 뛰어넘는다. 경유에 붙는 주행세, 교통세 등 각종 세금이 다 적용된다. 그야말로 세금 폭탄이다. 조세범 처벌법에 따라 당국에 고발도 된다. 실형은 피할 수 없다.  

그래서 최근 신종수법으로 ‘공동명의’ 방식이 나왔다. 판매소 원래 명의자는 자기 지역에서 영업하고, 공동명의자는 이동하면서 영업을 하는 식이다. 당연히 이동 영업을 하는 사람이 불법을 저지르면, 끌려들어 가는 것은 지역에서 영업하던 원래의 명의자다. 공동명의가 아니더라도, ‘중간 영업자’ 정도로 해 달라고 부탁하는 경우도 있다.

원래 명의자로서는 영업사원을 따로 두고 경영을 하는 것 같아서 시쳇말로 ‘있어 보인다’. 공동명의자든지 중간 영업자든지, 해당 판매소에 선금을 제공하는 것은 기본이다. 하지만 ‘폼’도 ‘돈’도 따라가지 말아야 한다. 따라간다면 나중에 자신의 모든 것을 망가뜨린다. ‘돈’이 아니라 ‘독’이 된다. 

가짜 석유, 가짜 경유는 아무리 만들기가 쉬워졌어도, 아무리 처벌이 솜방망이여도, 아무리 많은 돈을 손에 쥘 수 있어도 취급하지 말아야 한다. 처음엔 달콤하고, 대박이 날 것 같다. 하지만 착각이다. 가짜 석유의 마지막은 언제나 쪽박이다.

※이 원고의 내용은 본지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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