삐걱거리는 에너지 공공기관 기능조정 재고해야
삐걱거리는 에너지 공공기관 기능조정 재고해야
  • 한국에너지
  • 승인 2017.07.03 10: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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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합과 폐지보다 재활과 부활 필요할 수도

[한국에너지신문] 지난 정부에서 급하게 추진되었던 에너지 공공기관의 기능조정이 여기저기서 삐걱거리고 있다.

당장 동서발전과 남동발전의 상장은 정부의 화력 축소 방침에 따라 동력을 잃어버리는 분위기다. 표면적인 이유는 그것이지만, 처음부터 매각해야 할 필요가 없었던 것은 아닌지 의문이다.

국내 230만 가구의 지역난방설계와 청정연료발전소의 설계실적과 관련 기술을 보유하고 있는 지역난방기술도 굳이 매각을 진행하기보다 현상을 유지해야 한다는 논의가 더 우세해지고 있다.

기초전력연구원은 폐지해 한전 전력연구원에 이관된다고 했지만, 사실상 연구원을 주도했던 서울대학교의 부설 기관 정도로 명맥을 유지하는 분위기다. 전기안전공사의 V체크인증 업무도 이관을 원하거나 준비하는 기관들의 준비 부족으로 원래 계획된 일정에서는 멀어지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석유공사나 가스공사, 광물자원공사와 같이 재무와 내부인사의 구조조정이 이뤄지고, 외형이 남아 있는 기관은 억울함을 토로할만하다. 억울함만 토로할 것이 아니라, 구조조정이 이뤄진 부분이라도 꼭 필요하다면 되살려야 한다.

예를 들면 광물자원공사 같은 기업이 공기업으로서 감당해야 하는 해외자원개발 업무가 있다. 관련 기업들은 사업에 뛰어들기에는 규모가 작은 것이 사실이다. 큰 기업이 도저히 나서지 못하겠다고 하면, 광물자원공사가 중소기업과 함께 컨소시엄을 꾸려서 성공의 기회를 만들고 규모를 키워야 한다.

그런 시각에서 보면, 아직 이뤄지지 않은 조정, 가능성이 애초부터 없는 기안, 필요 없거나 오히려 조정하면서 부실해질 수 있는 업무들은 기능조정 실행 여부를 반드시 재고해야 한다.

기능조정은 예산 절약과 연관돼 있다. 하지만 절약과는 별개로 꼭 써야 하는 돈은 써야 한다. 가정에서 돈을 절약한다고 식구들을 굶길 수는 없는 노릇이다. 국가 단위의 예산 계획은 조금 복잡하다. 구성원에게 필요한지보다 국민에게 필요한지, 그리고 장기적인 계획 가운데 어떤 것을 선택할지 등을 먼저 논의해야 한다.

지난 정부의 공공기관 기능조정은 그러한 논의가 거의 없었던 상태에서 추진되었다. 갑작스러운 전개에 더해 종료 시점 역시 너무 급박했다. 그런 정황 때문에 비선 실세가 개입되었을 것이라는 흉흉한 소문이 오갔다. 그 소문이 사실이든 아니든 무리한 예산감축은 우리의 에너지산업발전, 에너지기술진흥을 저해할 수 있다.

조정이 필요 없는 것은 여러 가지가 있다. 가령 고객과 만날 수 있는 접점이 늘어난 것은 통폐합할 필요가 없다. 관련 기관이 많아지면 오히려 더 좋다. 전기안전 인증업무의 일종인 V체크 인증이 대표적이다.

전기안전공사 같으면 굳이 보유한 전문성을 버릴 필요가 없다. 다른 기관이 전문성을 갖추는 기간까지만 유지하자고 할 것도 아니다. 고객들의 안전에 대한 요구가 늘어나면서 관련 기술 개발 필요성이 늘어나고 있는데, 이미 인증업무를 담당하던 곳을 폐지할 필요는 없다. 물론 후발 담당기관도 업무를 중단하라고 하지 않아도 된다. 선진기관과 후발기관 둘 다 고객 접점 확대 차원에서 필요하기 때문이다.

고객과의 접점 유지를 위해 관련 기관이나 기업을 늘릴 필요가 있다면, 독자적인 관련 기술과 기능을 가진 공기업은 유지할 필요가 있다. 지역난방기술이 그런 사례다. 지역난방기술은 최근 20여 년간 다양한 대단위 아파트단지의 난방시설과 발전시설을 복합하는 에너지설계를 해 온 독보적인 회사다.

이러한 성격의 회사는 매각과 민영화보다는 활동범위를 늘리는 여러 가지 방안을 도입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예를 들면 관련 기술을 아직 갖추고 있지 않은 중소규모 단지 설계회사 등에 기술용역사업을 수행할 수 있도록 길을 열어주어야 한다.

그러면 자연스럽게 지역난방기술에 활기를 불어넣을 수도 있고, 관련 민간기업도 자연스럽게 육성된다. 또한, 원자력이나 석탄화력 같은 기존에 써 오던 발전소를 줄이려면 열병합발전이 감당해야 할 몫이 커질 수 있다. 이 회사를 매각하면 해당 분야의 정비는 누구에게 담당시킬지 모호해진다.

모름지기 무엇인가 조정하려고 할 때는 현재의 상태와 상황을 잘 알아본 후에 해야 한다. 무턱대고 무리한 일정을 들이밀면 시작도 안 좋고 과정도 안 좋고 결과는 더더욱 안 좋다. 어쩌면 기능조정은 그리 많이 진행되지 않아 다행일지 모른다. 더 진행해야 한다면 상황을 살펴보고 해도 결코 늦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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