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짜 자회사 한난기술, 사모펀드에 매각되나
알짜 자회사 한난기술, 사모펀드에 매각되나
  • 오철 기자
  • 승인 2017.07.03 10: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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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너지공기업 기능조정 대상 포함되며 매각 위기

지분 50% 소유 캡스칼리스타에 우선매수청구권  
업계, 열병합발전기술 사장·관련 산업 정체 우려

[한국에너지신문] 열병합발전 26년 기술 노하우가 축적된 한국지역난방기술이 매각 위기에 몰렸다. 이 회사가 매각될 경우 열병합발전 핵심기술이 사장되거나 해외로 유출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우선협상대상자 캡스칼리스타가 사모펀드이기 때문이다.  

한난기술은 지역냉난방 설비와 에너지 관련 플랜트 사업에 대한 전문적인 기술을 보유한 회사다. 특히 분산형전원으로 각광받고 있는 친환경 열병합발전에 독보적인 설계기술 노하우를 가지고 있다. 국내 최대 230만 가구 지역난방 설계와 국내 최다 열병합발전소 설계 실적이 이를 말해준다.

에너지업계에서도 탈원전-탈석탄에서 신재생에너지로 전환하는 새 정부 에너지 정책의 가교역할로 열병합발전을 꼽아 왔다. 미세먼지와 온실가스가 적고 열과 전기를 동시에 생산하는 효율성 높은 친환경 발전형태이기 때문이다. 

열병합발전 기술을 보유한 한난기술의 2015년 기준 매출액은 361억 원에 달한다. 6년 연속 흑자를 기록한 우량 공기업이 사모펀드에 전부 넘어가게 생긴 것이다. 

박진희 동국대 교수는 “탈원자력발전 선언 후 신재생에너지원으로 가는 징검다리 역할로 열병합발전을 선택한 독일의 예처럼 LNG 열병합발전이 그 대안이 될 것”이라며 “한난기술이 축적된 기술력과 성장 가능성, 경영지표 등을 생각하면 매각하기에는 너무 아까운 기업”이라고 말했다. 

매각 위기의 시작은 캡스칼리스타가 지분 50%를 매수하면서부터다. 한난기술은 1991년 한난과 핀란드 포리(Poyry)사가 합작해 해외 우수지역난방 기술 이전을 위해 창사했다.

양사의 지분율은 50:50이었지만, 2015년 7월 포리가 경영난을 이유로 지분을 캡스칼리스타에 매각했다. 지분 50%가 있는 한난은 우선매수청구권이 있었지만, 부채가 많다는 이유로 행사하지 않았다.

매각 금액도 문제다. 지분 매각에 앞서 진행된 자체기업평가에서 50%의 지분 적정 평가액은 203억 원. 하지만 실제 캡스칼리스타에 넘어간 매각금액은 적정평가액의 60%에 불과한 127억 원이었다. 

박동인 노조위원장은 “한난이 헐값에 지분을 100% 확보해 한난기술을 소유할 수 있었지만 부채관리를 이유로 매입을 포기했다”며 “작금의 매각 위기를 자초한 셈”이라고 토로했다. 

캡스칼리스타의 지분 구성은 ‘먹튀자본’이 아닌가 의심스러울 정도다. 이 펀드는 95억 원을 가진 새마을금고가 70.4%, IBK캐피탈이 39억 원으로 28.9%, 개인인 이 모 씨가 0.7%로 1억 원을 보유하고 있다.

노조 측은 에너지 관련 전문성이 없어 투자와 수익에 대한 개념이 없을 것이라고 주장한다. 노조 측은 일단 캡스칼리스타 측에 한난기술의 발전 방향에 대한 경영설명회를 요청했다. 하지만 캡스칼리스타는 이에 응하지 않았다. 

박 위원장은 “기업 성장과 경영가치보다 단기적 차익을 목적으로 하는 사모펀드의 특성상 한난기술의 공공재적 성격 훼손이 우려된다”고 말했다.

한난기술은 ‘설상가상’으로 에너지공기업 기능조정 대상에 포함됐다. 에너지공기업 기능조정은 지난 정부가 공공기관 중복기능 개선, 핵심기능 강화, 효율 경영 등을 이유로 만든 정책이다. 하지만 요점은 발전사 상장과 공공기관 자회사 매각이다. 기능조정이 아닌 ‘꼼수 민영화’라는 주장이 그 때문에 나왔다. 

한난기술은 현재 한난이 보유한 나머지 50% 지분에 대한 매각 주관사 선정절차를 진행하고 있다. 하지만 다른 회사가 입찰을 진행하더라도 50% 지분을 보유한 캡스칼리스타 사모펀드가 우선매수청구권을 갖고 있다.

박 교수는 “국민 세금 투자로 설립된 공공재 성격의 회사의 매각을 무리하게 추진하는 것은 중단해야 한다”며 “매각이 집행된다면 관련 기술력과 정보 유출, 공공재의 사적 독점 등 폐해가 예상되고 관련 산업 활성화에도 장애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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