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 새로운 에너지의 출발점
공유, 새로운 에너지의 출발점
  • 오철 기자
  • 승인 2017.06.26 10:48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한국에너지신문] “데이터 공유, 그것이 바로 ‘인텔리전스’다.”

루이스 곤잘레스 GE 아태지역 최고디지털책임자. 15일 오후 2시 30분 웨스틴 조선호텔 그랜드볼룸홀에서 2017미래에너지포럼이 열렸다. 곤잘레스는 4차산업혁명과 에너지산업 세션의 기조 발제자로 참여했다.

그는 “데이터를 서로 공유하면서 새로운 가치를 만들어 가는 활동이야말로 최종적으로 추구해야 하는 단계”라고 설명했다.

알리 이자디 블룸버그 뉴에너지 파이낸스 부문장도 “한전이나 KT 같은 기업들이 데이터를 공유해서 가치를 높이면 더 좋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하지만 ‘공유’에 대해 국내 기업들은 불편한 기색을 감추지 않는다. 문성욱 KT 스마트에너지사업단 상무는 “공유의 가치는 인정하지만, 데이터의 질을 위해 소유권이 있는 기업이 관리해야 한다”고 말했다. 직접적이지는 않지만, 데이터 독점권을 인정해 달라는 속내가 깔렸다. 

스마트폰 보급 초기에도 비슷한 사건이 있었다. 교통 앱이 귀하던 시절, 버스 도착 시간을 알려주는 ‘서울버스’라는 앱이  선풍적인 인기를 얻었다. 10만 다운로드도 흔치 않던 시절, 구글 플레이스토어에서만 1000만 다운로드를 기록했다. 하지만 앱은 금세 반쪽짜리가 됐다. 경기도에서 데이터 권리를 주장하며 정보를 차단했기 때문이다.

앱이 멈춘 이유를 알게 된 성난 민심은 경기도를 향했다. 경기도 홈페이지에는 “공무원이 못한 걸 일반인이 해줬는데 상을 못 줄망정 서비스를 왜 막냐”며 항의하는 민원이 빗발쳤다. 경기도는 결국 정보차단 조치를 해제했다.

빅데이터 처리를 위해 데이터관리 업계에서 가장 많이 사용하는 프로그램이 ‘하둡’이다. 이 프로그램도 ‘공유’ 덕분에 탄생했다. 개발자들은 ‘너치’라는 대용량 데이터 관리 프로그램을 이미 개발했지만, 대용량 데이터 저장 기술이 부족했다. 이 기술부족을 해결해 준 것이 바로 구글의 논문 자료 공개였다. 

에너지 업계에서 공유가 중요한 이유는 전력 수요예측 때문이다. 수요예측은 피크관리, 설비용량 확대 등에 직결되는 변수다. 정확한 예측은 정책 방향 설정과 효율화에 도움이 된다. 하지만 정부는 수요예측에 성공한 적이 별로 없다.

대표적 사례가 2011년 블랙아웃이다. 예측치가 너무 적게 설정된 이 사건을 계기로 6차와 7차 전력수급기본계획이 세워졌다. 그 결과로 불필요한 발전소를 너무 많이 지었다. 의도적이든 그렇지 않든 둘 다 잘못이다.

문제의 근원은 불투명한 정보공개다. 6차 전력수급기본계획 때 회의록과 논의내용 등 자료 열람에 관한 정부 입장은 비공개였다. 에너지 관련 시민단체들은 공개를 요구했다. 그동안 쌓인 자료가 논의의 출발점이 되기 때문이다. 

김경수 의원은 정부의 잘못된 수요예측에 대해 “8차 전력 수급계획을 만들 때는 수요예측 방법을 공개하자”며 “불필요한 발전소를 만들지 말아야 한다”고 말했다.

조지 오웰의 ‘1984’라는 소설이 있다. 소설에 나오는 ‘빅브라더’는 정보를 독점하고 사회를 통제한다. 하지만 ‘빅브라더’에게 ‘빅데이터’를 맡길 수는 없다. 에너지 빅데이터를 활용하면 새로운 에너지로 활용되지만, ‘빅브라더’에게는 그럴 수 있는 창의력이 없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